내가 야구부에 대호 데려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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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순국 메이저리그 사진전문기자 | ||
개막을 앞둔 소감이 어떠하냐고요? 글쎄요, 어느 해보다 팀 성적에 대해 자신감이 커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어떤 메이저리그 전문가는 클리블랜드가 올 시즌 100패는 할 거라고 예상하셨는데, 아마 그 예상이 제대로 빗나갔다는 걸 성적으로 보여주리란 확신이 듭니다. 한마디로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랄 만한 일을 벌일 수 있다는 거죠.
왜냐고요? 일단 지난해 부상으로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던 제이크 웨스트브룩이 돌아왔고요, 지명타자 트레비스 해프너도 현재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사이즈모어는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겠죠? 지난해 팬들의 원성을 샀던 불펜진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네요. 크리스 페레즈나 라파엘 페레즈 등이 이전보다 안정감 있는 모습으로 뒷문을 지킬 것입니다. 개막 앞두고 그냥 ‘뻥’치는 게 아니라 정말 올 시즌 우리 팀 전력이 많이 향상돼서 한국 팬들한테도 클리블랜드의 승리 소식을 자주 전할 수 있게 될 거라고 믿습니다.
올 시즌 시범경기 동안 제가 시험한 타격폼이 있습니다. 원래 제 스윙은 밑에서 위로 올려치는 어퍼 스윙이잖아요. 그러다보니 높은 볼에는 약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됐죠. 시범경기 때는 일부러 타격폼을 내려치는, 찍어치는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찍어치는 스윙으로 바꾸려는 게 아니라 어퍼 스윙과 찍어치는 스윙의 중간 지점을 찾아보려고 노력했는데 결과는 성공적입니다. 그래서 더 자신감이 생기는 것인지도 모르고요.
롯데 이대호가 인터뷰에서 저에 대한 응원과 걱정을 많이 했다고 들었습니다. 언젠가 일기에서도 한 번 얘기했지만 대호랑 저랑은 수영초등학교 동기입니다. 저 혼자 야구부에 입단했다가 감독님이 주위에 야구하고 싶어하는 친구 있으면 데리고 오라고 해서 당시엔 별로 친하지 않았던 대호를 야구부에 데려갔던 거죠. 대호의 빵빵한 체격이 야구선수로서 대성할 것처럼 보였거든요. 대호랑은 야구부에 입단해서야 친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동갑내기인 (정)근우와 대호는 한국에서 그리고 (김)태균이는 일본에서, 그리고 저는 미국에서 모두 부상없이 알찬 시즌을 보낸 뒤 오는 11월, 대표팀에 발탁된다면 아시안게임에서 만나 다시 한 번 WBC 때의 감동과 감격을 재연하고 싶습니다. 솔직히 지금은 아시안게임을 떠올리기보단 시즌을 어떻게 잘 치르느냐가 더 중요한 숙제라 대표팀 얘긴 시즌 마친 뒤에 하는 게 좋겠네요. 참, 올 시즌 롯데 사직구장에도 어김없이 ‘부산 갈매기’ 노래가 울려 퍼지겠죠? 항상 그리움과 향수를 주는 제 어린시절의 야구장입니다.
애리조나에서 추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