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밀화 공동화 방치하면 나라 미래 없어…‘분권형 개헌’ 제안한 박원순 생각 궁금”
남경필 경기지사는 만약 대선 후보가 된다면 경기도의 ‘연정’ 성과를 확대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수도 이전 주장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서울과 수도권이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2020년이 되면 경기도 인구가 1700만 명이 된다. 전셋값 폭등, 출퇴근 전쟁, 사교육비, 환경오염 등 삶의 질이 매우 나빠지고 있다. 도민이 행복할 수가 없다. 서울과 수도권에 너무 많은 권력과 돈이 몰려서 생긴 문제다. 반면 지방은 사람이 줄어 경제가 위축되고, 일자리가 사라지고, 노후대책조차 세울 수 없을 정도다. 같은 나라에서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는 이런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과밀화와 공동화를 방치하면 나라의 미래가 없다.”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수도 이전에 관한 견해를 밝히라고 했는데.
“박 시장은 개헌론에 찬성하는 단체장으로서 지방분권형 개헌을 제안했다. 분권형 개헌이니 수도 이전도 당연히 동의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직 말씀이 없다. 분권과 수도 이전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서울시의 당면 문제이기도 하다. 개헌 얘기를 안 했으면 미룰 수 있지만 이미 공론화한 이상 본인 의견을 밝혀야 한다. 찬성이든, 반대든 이유를 말하고 국민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도 이전을 들고 나와 정치·사회적 갈등을 일으킨다는 비판이 있다.
“거꾸로 묻고 싶다.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이 잘 되겠는가. 서울과 경기도 집중을 놓아두고 지방의 황폐화를 막아낼 수는 없다. 포퓰리즘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심각하게 논의해야 할 주제다. 언론이 세종시의 비효율 문제를 강력하게 제기하는데 그 해법이 세종시 완전 이전인지 아니면 다시 서울로 원상회복하자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다시 원위치한다면 국가적 갈등과 비효율은 상상 이상이 될 것이다. 청와대와 국회를 옮겨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수도로 만드는 게 정답이다.”
―반대하는 쪽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본격적인 논쟁이 시작되지 않았다. 토론의 장이 만들어지면 적극 나설 것이다. 공감대 형성과 함께 후속 조치는 매우 중요하다.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으로 옮긴다고 해서 지방분권이나 균형발전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을 채우기 위한 플러스알파가 있어야 한다. 또한 수도 이전으로 서울과 경기도는 재도약의 발판을 만들어야 하고, 그것이 도시 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도지사가 다루기에는 너무 큰 이슈 아닌가.
“경기도는 이미 대한민국의 맏형이고 큰누나다. 규모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경기도는 국가발전의 주역이면서 동시에 가장 많은 혜택을 받는 지역이다. 도지사로서 우리나라 전체 문제를 다루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이 먼저라는 게 아니라 경기도 문제가 곧 우리나라 문제라는 인식 속에서 국민적 고민을 던진 것이다.”
―대선 출마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출마 여부는 내년에 결정할 것이다. 다만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면서 이쪽저쪽 살피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을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출마 결정을 너무 늦춰도 안 된다는 조언을 듣고 있다. 나 자신이 무엇을 준비하는 것보다 국민이 바라는 대통령상에 내가 부합하는지도 냉정하게 생각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은 경기도정에 힘을 쏟으면서 알찬 결실을 맺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대구, 창원 등의 지방 강연도 대선 행보인가.
“대학 초청으로 청년들을 만나러 간다. 경기도 청년이든 부산, 대구, 광주, 창원 청년이든 모두 대한민국의 청년이고 미래 세대다. 경기도 스타트업 캠퍼스가 판교에 있는데 이곳은 경기도 청년만 오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청년들에게 개방되어 있다. 어느 지역 출신이든 청년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게 경기도지사의 일이다. 경기도의 역할과 책임이 그만큼 커졌다.”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하나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지난 총선에서 국민들은 이제 그만 싸워라, 제발 힘을 모으라고 했다. 협치를 하면서 당면 현안과 미래 과제를 풀라는 주문이었다. 어느 당이든 혼자서는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쪼개진 당 내부를 먼저 봉합하고, 심지어 색깔이 다른 당과도 힘을 합쳐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와 실천이 필요하다. 그런 상생과 협력이 바로 시대정신이다.”
―한국형 권력구조 개편을 주장하던데.
“대통령 선거를 4년 중임제로 바꾸고, 정당별 국회의원 수에 따라 장관을 임명하자고 제안했다. 대통령과 정당 대표들이 상시적으로 국정을 논할 수 있는 제도다. 헌법을 바꾸지 않더라도 장관 임명을 국회 의석수에 따라 배정하는 것은 지금도 가능하다. 영국의 브렉시트와 같은 예측 못한 난제 앞에서 대통령과 여·야 대표격 장관이 한 자리에 앉아 국론을 하나로 모아가면 위기도 기회로 만들 수도 있다. 문제 해결 의지, 제도화 능력, 국정 안정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한국형 권력구조 개편이 절실하다.”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은.
“국민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과거에는 어떤 일을 했고, 미래에는 어떤 비전으로 국가를 운영하겠다는 청사진을 분명하게 보여야 한다. 이런 필요조건에 국민들이 의미 있는 지지를 해주는 것이 충분조건이다. 아무리 좋아 보이는 미래 계획도 현실성이 떨어지면 대선 레이스에 나설 수가 없다.”
―만약 대선 후보가 되면 연립정부를 제안할 것인가.
“당연하다. 경기도의 연정 성과를 확대시키고 싶다. 국가와 경기도는 규모 면에서 차이가 있지만 오히려 국가단위의 연정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연정은 정치적 수사나 인기영합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갈등을 줄이고 협력과 발전을 병행하는 유일한 길이다. 어느 한쪽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차기 정부는 연정 확대를 통해 사회적 갈등 비용을 줄이고, 국정운영의 효율을 반드시 높여야 한다. 권력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사실이 경기도에서 입증되고 있다.”
―정권교체 열망 때문에 내년 대선에서 야권 승리를 점치는 사람이 많다.
“새누리당이 불리한 것은 맞지만 누가 이긴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이기고 지는 결과보다 어떻게 경쟁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원칙을 지키며 승리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원칙 없이 승리하거나, 원칙 없이 패배하는 것은 거부해야 한다. 설사 패배하더라도 원칙은 지키는 정당과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 그게 바람직한 정치이고 나라를 위해서도 좋다. 후보가 된다면 당연히 원칙을 지키며 승리하고 싶다.”
―내년 대선에서 여권이 상대하기 가장 어려운 야권의 후보는 누구인가.
“김부겸 의원과 안희정 충남도지사다. 이들은 진보적 가치를 지향하면서 보수진영과 손을 잡을 수 있는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 진보진영의 후보가 보수를 끌어안을 수 있는 포용성을 가지면 새누리당은 결코 녹록지 않은 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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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 정치적 이슈 선점…진정성 전달 과제” 대통령 후보감으로서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2% 부족하다’는 평이 많다. 대권 레이스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치인으로서, 대선 후보로서 남 지사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민영삼 사회통합전략연구소장은 “새누리당 출신이지만 남 지사가 보여주는 중도·통합적 행보는 본인의 정치적 자산으로, 사회 통합적 가치로도 높이 살 수 있다”며 “국회의원직을 버리고 당의 요청에 따라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것도 선당후사의 모범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민 원장은 “대선 후보로서 중량감이 떨어지고 유약해 보이는 이미지를 과연 극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연정과 수도 이전 등 정치적 이슈를 주도하지만 진정성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은 남 지사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맨발로 작두날에 올라서는 것이 대선 무대인데 아들과 부인 관련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새누리당에서 친박 주도의 반기문 카드가 좌초되더라도 남 지사보다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선수로 뛸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 교수는 그러면서도 “개혁적 보수의 상징으로서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고, 진보 세력까지 포용할 수 있는 확장성을 가진 인물”이라며 “자기 주도적 이슈 선점이라는 남다른 장점도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당내 지지기반이 취약하고, 국민 지지도가 여전히 낮아 내년 대선에 승부를 거는 것은 오판이 될 수 있다. 대선출마를 선언하는 순간 상상초월의 후보 검증을 피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박 교수는 “기성 정치와 달리 협치 모델을 주도하고, 보수이면서도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유연성은 그만의 장점”이라며 “가시밭길을 헤쳐 나가면서 후보가 되는 일은 전적으로 본인 역량에 달렸다”고 말했다. [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