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심장초음파 검사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가슴통증이 자주 일어나면 평소 통증의 강도와 부위를 잘 기억해두자. 불필요한 검사를 막고 빨리 원인을 알 수 있다. | ||
특별히 심하지 않으면 일시적인 두통이나 어꺠가 뻐근한 증상처럼 여기기 쉽고, 이 때문에 통증을 느낀 사람도 대수롭지 않게 곧 잊어버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그 사소하게 찾아온 가슴의 통증이 숨은 질병을 알려주는 중요한 신호일 수 있다. 거듭 방치라는 사이에 자신도 모르게 심각한 병이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흉통이 있을 때는 심근경색 같은 심장병 외에도 대동맥박리, 폐색전증, 늑막염, 소화성 궤양, 췌장염 등 크고 작은 원이이 숨어 있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원인에 따라서는 즉시 응급실로 가야할 만큼 심각한 경우도 있다.
사람의 가슴 부위에는 중요한 장기가 여럿 있는 만큼 흉통의 원인도 다양하다. 심장이나 대동맥, 폐, 기관지, 식도, 그리고 이들 장기를 보호하고 있는 갈비뼈와 흉곽 근육 중 어느 한 곳에라도 이상이 있으면 가슴 통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원인이 다양하다 보니 흉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병원을 찾으면 여러 가지 검사를 받게 된다. 가슴 엑스레이나 심전도, 혈액검사로 콜레스테롤 수치와 당뇨 여부 등을 확인하는 것은 기본. 흉통의 원인이 심장에 있을 가능성이 높으면 심초음파, 운동부하 심전도, 심장 동위원소검사, 심혈관 조영술도 실시하게 된다.
그러므로 흉통이 나타날 때마다 주의깊게 증상을 살펴 기억한다면 불필요한 검사를 많이 줄일 수 있다.
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강진호 교수는 “통증의 강도나 횟수, 부위, 지속시간, 동반되는 증상 등을 잘 기록하거나 기억하여 의사에게 정확히 알려주면 원인을 보다 빨리 찾을 수 있다”며 “자세를 어떻게 바꾸면 흉통이 없어진다거나 어떻게 운동하면 악화된다는 식으로 통증의 변화와 관련된 요인들에 대해서도 미리 파악하고 있다면 진단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가슴 통증이 나타나는 부위가 같더라도 통증이 어느 쪽으로 뻗치느냐에 따라서도 원인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팔이나 턱으로 뻗치는 경우에는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을, 등쪽으로 뻗치는 경우는 박리성 대동맥류, 췌장염, 식도질환 등을 의심할 수 있다.
흉통을 호소하는 경우 가장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심장의 이상이다. 협심증, 심근경색증 같은 허혈성 심장질환과 비후성 심근증, 대동맥판 협착증 등도 흉통을 일으킨다.
심장병은 최근 통계에서 암, 뇌혈관 질환에 이어 한국인의 사망원인 3위를 차지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30~40대 젊은 층에서도 심장병이 늘고 있어 고지혈증 흡연 고혈압 비만 당뇨 등 위험요인을 지니고 있다. 또 45세 이상의 연령에 해당하는 고위험군에 속한 사람들은 흉통이 나타날 경우 지체없이 건강상태를 체크해봐야 한다.
평소 심장이 좋지 않는 사람에게 심한 흉통이 발생했다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등 위급한 상황일 수도 있다. 되도록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심장동맥의 협착 또는 경련으로 혈액이 부족해지는 허혈상태에서 주로 통증이 발생한다. 낮보다는 아침에 더 자주 일어나며 날씨가 쌀쌀해질수록 횟수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기온이 낮은 아침에 조깅을 하다가 협심증의 증상을 처음 느끼거나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운동할 때, 스트레스를 받거나, 긴장할 때, 과식 후에 잘 나타난다.
통증은 심하지만 보통은 안정을 취하거나 니트로글리세린이라는 약을 혀 밑에 넣으면 몇 분 안에 사라진다. 그렇더라도 일단 증상이 한번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심근경색:안정을 취하거나 니트로글리세린을 이용해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거나 일시적 효과에 그칠 때는 급성 심근경색이나 불안정 협심증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빨리 병원에 가는 것이 안전하다. 협심증의 흉통이 갑자기, 자주 생기면서도 짧은 시간에 그치는 데 비해 심근경색은 심한 통증이 길게 이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흉통이 30분 이상 지속되면 급성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바로 응급실로 가야 한다.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심완주 교수는 “심근경색으로 인한 흉통은 돌연사, 합병증이 위험이 크기 때문에 빨리 응급실로 옮기지 않으면 안된다”고 조언한다.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혈전용해술 등으로 빨리 조치를 취할수록 치료성공률이 높기 때문이다. 심 교수는 “흉통 발생 후 1시간 내에 혈전용해술을 받으면 70%, 6시간 내에는 40%의 성공률을 보이지만 그보다 지체되면 성공률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설명한다.
환자가 의식을 잃었다면 일단 구급차를 불러놓고 실신 후 4분 이내에 심장마사지와 인공호흡 같은 심폐소생술을 시작해야 한다. 구강 대 구강 호흡법을 2회 실시한 다음 흉골 하반부에 손바닥을 모으고 가슴을 누르며 압박하는 심장마사지를 15회 실시한다. 속도는 1분에 80회 정도로 빠르게 하며 병원으로 가는 동안에도 반응을 보일 때까지 계속 반복하면서 이동해야 한다.
▲부정맥: 괜히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흉통이 온다면 심장 박동수가 불규칙적으로 변하는 부정맥을 의심할 수 있다. 심장병이나 내분비질환, 고혈압, 신장병 또는 약의 부작용으로 생길 수 있으므로 원인을 정확히 찾아 치료하는 것이 해결법이다. 건강한 사람도 급작스런 정신적 스트레스나 과로, 커피 같은 자극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심막염: 심장을 싸고 있는 막에 염증이 생기는 심막염도 흉통의 원인이 된다. 평소 흉통이 없거나 가볍다가도 숨을 깊이 들이쉬거나 재채기, 기침을 할 때 통증이 심하게 느껴진다. 심장수술이나 심근경색 후, 바이러스 감염, 결핵에 의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원인에 따라 치료한다.
▲심장신경증: 특별한 물리적 손상 없이 정신적으로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가슴이 뜨끔뜨끔하고 바늘로 쑤시는 듯한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주로 여성에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몇 초에서 몇분, 길게는 하루 종일 반복되기도 하지만 그냥 두어도 큰 문제는 없다.
심장 외의 가슴통증 원인으로는 호흡기나 척수, 식도, 위장 등에 이상이 있는 경우를 들수 있다. 최근에는 지나친 스트레스나 근골격계 이상으로 인해 흉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심완주 교수는 “심장 이외의 원인으로 나타나는 흉통 가운데서도 응급실로 가야 되는 증상은 대동맥 박리, 폐색전증, 기흉 등이 원인인 경우를 들 수 있다”고 말한다.
▲대동맥 박리: 대동맥의 혈관벽이 찢어지는 것을 말한다.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대동맥을 따라서 앞가슴 또는 등이나 배에 나타난다. 고혈압 환자에게 잘 생긴다.
▲폐색전증·기흉: 혈전이 폐동맥을 막는 폐색전증, 폐의 일부가 터져 흉강 안에 공기가 차면서 폐를 압박하는 기흉 등도 빨리 응급실로 가야 하는 경우. 폐색전증은 심근경색과 마찬가지로 혈전을 녹이는 약물을 투여하게 된다. 기흉은 흡연을 하는 젊은 남성, 특히 키가 크고 마른 사람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흉통이 있을 때 폐암이 아닐까 걱정하지만 기관지나 폐에는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거의 없어 폐암이 늑막으로 퍼지지 않는 이상 처음부터 흉통이 생기지는 않는다.
▲식도질환: 위산이 식도로 역류할 때는 가슴이 화끈거리며 아픈 증상이 나타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강진호 교수, 고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심완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