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이어 두 번째…카피캣 이미지 벗기 고단수 마케팅
화웨이 중국 본사 전경. 사진출처=화웨이 홈페이지
화웨이가 특허 소송을 건 제품은 갤럭시S7, 갤럭시S7엣지, 갤럭시J5 등 16개 제품이다. 화웨이는 지난 4월 중국에서 제조된 삼성전자 모델 갤럭시S7 SM-G9300, 갤럭시S7엣지 SM-G9350, 갤럭시J5 SM-J5008을 분석했다. 그 결과 화웨이의 휴대전화 폴더 내 아이콘과 위젯 디스플레이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화웨이는 지난 5월에도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화웨이는 삼성전자가 4세대 이동통신표준 관련 특허 11건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해당되는 제품은 갤럭시S2부터 갤럭시S7까지 갤럭시S 시리즈, 갤럭시 노트 시리즈, 갤럭시 탭2 이후의 삼성전자 태블릿 제품이다. 뿐만 아니라 화웨이는 최근 미국의 이동통신회사 T모바일도 4G 관련 14개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고소했다.
화웨이는 고소 이전부터 특허에 대한 관심을 높여왔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 따르면 지난해 화웨이가 신청한 국제 특허는 총 3898개로 글로벌 전체 기업 중 1위다. 2위 퀄컴(2442개)과 비교하면 1000개 이상 차이가 난다. 삼성전자는 1683개로 4위다. 지난 5월에는 딩젠신 화웨이 지식재산권부장이 성명을 통해 “삼성전자는 우리의 특허침해를 멈추고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라이선스를 가져가길 바란다”고 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소송을 두고 화웨이의 고도의 전략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소송을 통해 화웨이의 특허를 알리고 소위 ‘카피캣’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시도로 보인다는 것이다. 중국은 과거 불법 모방 제품을 많이 만들어 모방국가라는 오명을 들었고 현재도 중국 기업하면 모방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정동준 특허법인 수 변리사는 “설령 화웨이가 패하더라도 이로 인해 얻는 마케팅 효과는 크다. 삼성전자와 애플 소송이 시작될 당시는 애플이 점유율 1위였다. 그런데 소송이 진행되면서 삼성전자가 애플과 어느 정도 대등하게 싸우는 업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소송이 3년이 넘어가자 삼성전자는 애플에 역전하며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어차피 어느 한 쪽이 완벽하게 밀리는 소송은 없기에 화웨이도 이와 비슷한 효과를 노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서초구 삼성전자 본관 전경. 윤성호 기자 cybercoc1@ilyo.co.kr
삼성전자를 상대로 한 화웨이의 첫 소송은 미국과 중국, 양국에서 동시에 제기했으나 두 번째는 중국에서만 제소했다. IT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기술력 홍보 차원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만 소송을 했다는 건 해당 특허가 중국 특허청에만 출원됐기 때문인 것 같다”며 “화웨이는 세계시장을 목표로 하는 입장이라 중국 내 특허를 세계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화웨이 측은 모두 소송과 관련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소송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힘들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다만 화웨이 1차 소송 당시 안승호 삼성전자 IP센터장은 “맞소송을 고려해보겠다”고 말했었다. 맞소송이 진행되면 현재 진행 중인 애플-삼성전자 특허 소송처럼 5년 이상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소송이 빨리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앞서의 IT업계 관계자는 “화웨이가 노리는 건 노이즈 마케팅이지 소송 승리가 아닐 것”이라며 “화웨이가 굳이 소송을 길게 진행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윌리엄 플러머 화웨이 미국법인 대외업무 부사장 역시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우리가 원하는 건 협상을 통해 특허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화웨이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판매된 스마트폰 중 화웨이가 8.3%로 3위를 차지했다. 이는 작년 1분기 5.4%에 비해 2.9%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한편 같은 기간 동안 1위 삼성전자는 24.1%에서 23.2%로, 2위 애플은 17.9%에서 14.8%로 하락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 ‘주도권’ 잡기? 화웨이의 또 다른 노림수 화웨이뿐 아니라 세계 IT기업들 사이에서 특허 분쟁은 비일비재하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크로스 라이선스(교차 특허 사용) 계약을 맺기도 한다. 화웨이는 현재 애플, 에릭슨, 퀄컴 등과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화웨이는 애플에 특허 769건, 애플은 화웨이에 특허 98건을 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합의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IBM, 도시바,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크로스 라이선스를 맺고 있다. 그러나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 내용이 모두 공개된 것은 아니어서 어떤 특허에 대한 계약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크로스 라이선스는 법적으로 민감한 내용이 많아 그 내용을 모두 공개할 수는 없다”며 “양사가 합의한 경우는 공개하지만 사실 대부분 계약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 특히 금액과 관련해서는 절대 기밀”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화웨이는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그러나 화웨이 관계자는 “기술의 정당한 사용을 위해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경우를 많이 봐왔고 이것이 스마트폰 산업의 건전한 발전으로 이어졌다”며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 의사가 있음을 보였다. 앞서의 삼성전자 관계자 역시 “어떤 업체와도 크로스 라이선스의 가능성은 항상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화웨이는 관련 논의를 벌인 적이 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IT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을 두고 화웨이가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정동준 변리사는 “화웨이가 크로스 라이선스를 포석에 둔 것 같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며 “화웨이가 이길 확률이 높으면 삼성전자가 당장 물건을 팔지 못하니 안 좋은 조건에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을 수 있다. 그러나 누가 이길지 모르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무턱대고 계약을 맺지는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