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보다 표 떨어지는 게 더 무서워
▲ 박근혜 전 대표가 55번째 생일을 맞아 박사모 회원으로부터 방탄복을 선물받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
그러나 고민도 없지 않다. 경호를 강화하면 그만큼 대중과 멀어지기 때문이다. 대중과 접촉은 피할 수 없고 또 접촉이 많으면 당연히 위험도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보좌진들이 이만저만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니다.
경호에 관해 가장 남다른 신경을 쓰고 있는 곳은 박근혜 전 대표의 캠프다. 박 전 대표는 이미 지난해 5월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장에서 테러에 무방비로 노출된 전례가 있기 때문에 만약의 사태에 대한 방어책을 고심하고 있는 상황.
최근 박 전 대표 측은 대중이 많은 행사장에서는 여성경호원 한 명이 박 전 대표를 밀착마크하고 있다. 태권도 유단자인 이 여성경호원은 공식 경호원 외에 별도로 투입한 인물이다. 박근혜 캠프 관계자는 “(여성 경호원이) 매번 같이 다니는 것은 아니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가 있을 때만 경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근혜 캠프 측은 이 여성경호원의 ‘신분’이나 ‘경호방법’ 등 구체적인 얘기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이는 경호를 담당하고 있는 이들의 요청 때문이라고. 박근혜 캠프의 이정현 특보는 “경호란 것이 알려질수록 경호 자체에는 방해가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웃으며 덧붙였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평상시에는 경호를 받지 않다가 피습사건 이후엔 사설경호원의 경호를 받고 있다. 또한 경호와 수행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보좌진이 거의 24시간 함께 다니고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 2일 팬클럽과 함께 한 생일파티에서 ‘방탄조끼’를 선물받기도 했다. 이 방탄조끼는 지난해 피습 당시 LA의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이 보내왔던 것으로 박사모에서 보관해 오다가 이번에 전달한 것이라고 한다. 박 전 대표 측은 “방탄조끼를 직접 입게 되진 않겠지만 상징적인 의미에서 감사하게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이명박 전 서울 시장의 경우 별도의 경호원 대신 보좌진들이 상황에 맞게 대처하고 있다고 한다. 조해진 특보는 “아직 마땅한 방법이 없어 고민이다. 후보가 되기 전까지는 공식 경호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기존 보좌진들을 활용해 커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현장에서 돌발 요소가 없는지 살피고 만약의 사태가 생기면 ‘몸을 던져’ 막겠다는 각오라고 한다.
하지만 경호문제에 대해 이 전 시장 측의 고민도 깊은 듯하다. 지난 18일 테러위험을 이유로 태국방문일정을 취소한 것도 그 때문. 조 특보는 “경호문제가 완벽히 해결됐다면 굳이 일정을 취소할 필요는 없지 않았겠느냐”며 “앞으로 보다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이명박 전 시장과 손학규 전 지사. | ||
이에 대해 이명박 캠프 측 관계자 역시 고민을 내비췄다. “우리 입장에서야 각종 위험요소들이 염려가 되지만 일반 대중들의 정서로서는 경호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수 있지 않겠느냐. 벌써 대통령 다 된 것처럼 보일까봐 걱정스럽기도 하고….” 이 관계자는 “혹시 발생할지 모를 테러에 대한 경호를 하자면 밀착경호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그러면 화면에서도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미지상 좋을 게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손학규 전 지사 측은 대권주자들 중 가장 경호문제에 대해 ‘둔감한’ 모습을 보였다. 손학규 전 지사의 경우 수행비서와 운전기사 등이 만약의 사태에 경호원을 대신해야 하는 상황. 손학규 캠프 측 관계자는 “현재로선 경호를 거의 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경호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아직 내부에서 별도의 경호방법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 달 전쯤 내부적으로 경호문제에 대해 논의를 한 적은 있다고 한다. 손학규 전 지사 또한 “앞으로 방법을 고민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정도의 언급만 했었다고. 하지만 경호문제에 있어서 민첩한 다른 캠프와 달리 손학규 전 지사 측은 “경호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앞으로 지지율이 올라가면 경호인력 투입을 고려해 보겠다는 계획.
한편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유력주자들도 경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요인경호법’을 발의했지만 이후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경호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우 대통령 경호실이 대권주자들의 경호에도 적극 협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공경호’ 시스템이 좀 더 개발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