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살인사건 조작 위해 첫번째 피살자 휴대폰 사용하다 딱 걸려
피해자 A 씨의 사체가 유기된 수원시 장안구 소재 주차장.
[일요신문] “지인으로부터 ‘사람을 죽이고 시체를 공영주차장 내 차에 실어 놓았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7월 18일 수원중부경찰서에 이 같은 살인사건 신고가 들어왔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실제로 피해자 A 씨(여·61)의 사체를 발견했다. 경찰은 신고자에게 문자를 보낸 B 씨(43)를 용의자로 보고 그를 추적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검거된 피의자는 제3의 인물 C 씨(60)였고 B 씨는 행방이 묘연했다. 알고 보니 B 씨는 이미 2년 전에 사망했으며 그 역시 C 씨에게 살해됐다.
A 씨 살인 사건에 대한 수사에 돌입한 경찰은 용의자로 지목된 B 씨에 대한 수사에 돌입했다. 경찰은 주변탐문, CCTV 분석 등을 통해 C 씨가 피의자임을 확인했다. 피의자는 7월 18일 새벽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소재 음식점 주차장에서 A 씨를 만나 차안에서 대화를 나눴다. C 씨는 자신의 투자금을 돌려달라는 요구를 거절하자 A 씨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처음에는 양 손을 사용했고 이후 통신용 케이블 선으로 재차 목을 조른 것으로 진술했다.
이 과정에서 A 씨의 피가 튀었고 차량 내부에 혈흔이 남았다. 또한 주차장 화단에 버려진 물티슈에서도 혈흔이 발견되기도 했다. 물티슈에 묻은 혈흔을 분석한 결과 피해자와 피의자 모두의 유전자가 검출됐다. 이는 체포영장 발부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사건을 담당한 형사 4팀장 이정준 경감은 “목을 조르는 과정에서 혈흔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피의자는 구타는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범행을 숨기려던 C 씨는 곧장 차를 몰고 수원 장안구 소재 공영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는 사체를 차량 내부에 방치한 채로 도주했다. 이후 자신이 가지고 있던 B 씨의 휴대폰으로 그의 지인에게 B 씨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경찰은 C 씨를 검거하고 수사하던 과정에서 그가 B 씨마저 살해했음을 밝혀냈다. 경찰은 B 씨의 금융거래내역, 건강보험 등 생활흔적이 없는 점을 수상히 여겼다. 이 외에도 C 씨가 B 씨 명의의 휴대폰을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선불금을 충전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C 씨는 자신이 B 씨를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했음을 털어놨다.
C 씨는 2014년 10월 중순 수원시 권선동의 B 씨의 주거지로 찾아가 그가 귀가하는 것을 보고 뒤따라 들어갔다. 두 사람 사이의 금전 문제로 시작된 다툼이 몸싸움으로 이어졌고 화가 난 C 씨는 집안에 있던 아령까지 집어 들게 됐다. C 씨는 아령으로 B 씨의 발 부위를 찍었고 그가 상체를 앞으로 구부리자 뒷목 부위를 내리쳐 숨지게 했다.
이후 C 씨는 사체를 집에 있던 텐트 비닐로 싸고 강원도 홍천으로 이동해 야산에 암매장했다. 그의 진술에 따라 현장에 찾아간 과학수사팀은 B 씨로 추정되는 백골 상태의 사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C 씨는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B 씨를 살해한 사실을 철저히 감추고 살았다. B 씨의 휴대폰을 가지고 있었던 C 씨는 주기적으로 B 씨의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외국에 나와 있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B 씨는 평소에도 주변 사람들과 왕래가 잦지 않았기에 의심을 차단할 수 있었다. 그가 살해당한 2년여 동안 실종신고조차 없었다. C 씨는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문자 메시지를 통해 A 씨를 살해한 혐의도 B 씨에게 덮어씌우려 한 것이다.
피의자와 피해자들은 금전 관계로 엮여있었다. C 씨는 두 건의 살해 동기 모두 “빌린 돈을 갚지 않아 화가 나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그는 A 씨와 B 씨에게 빌려준 돈이 각각 5500여만 원, 1억 4000여만 원이라고 했다. 이 경감은 “피의자가 주장하는 금액이 사실인지 입증되지는 않은 상태”라며 “C 씨가 재산이 많지는 않고 대출 등으로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금융거래내역 등을 수사하고 있다.
C 씨가 A 씨의 사체를 유기한 곳은 수원 화성 성벽을 따라 장안문부터 화홍문까지 뻗은 대규모 공영주차장이다. 450대 이상의 주차가 가능한 수원에서 두 번째 규모다. 주차장의 북서쪽은 넓은 도로, 남서쪽은 성벽이 맞닿아 주택가 등과 떨어져 있어 주변의 시선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웠다. CCTV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C 씨도 주차장의 이러한 점을 고려해 사체 유기 장소로 주차장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C 씨가 범행을 저지른 18일 새벽은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시간으로 주차장 휴무일이었다. 주차장에서 근무하며 요금을 받고 안내를 하는 심 아무개 씨는 “휴일에는 무료로 운영되고 상주하는 직원도 없기 때문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그래서 피의자가 이곳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주차장 인근에 살고 있는 주민 고 아무개 씨는 “주차장에서 범죄가 일어난 것은 처음이다. 집 가까이서 이런 일이 있어 뉴스에 좀 더 눈길이 가기는 했다”면서도 “수원이라는 도시가 범죄가 다소 많은 곳이기에 그리 많이 놀라지는 않았다. 유명한 ‘오원춘 사건’도 여기서 불과 1km 떨어진 곳에서 일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20대 여성이 잔인하게 살해된 오원춘 사건은 주차장 인근의 팔달구에서 일어났다.
주차장을 관리하는 수원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해당 주차장은 경기관광공사의 부지로 다른 사업을 진행하다 무산되며 임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면적이 넓고 주변이 뚫려 있는 개활지라 CCTV 설치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