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완이 ‘폭탄’ 들고 극비 귀국?
▲ 이명박 전 시장 | ||
하지만 제2, 제3의 검증 불씨가 한 구석에서 조용히 만들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이 전 시장에 대한 또 하나의 시한폭탄이 될지도 모르는 김영완 씨가 최근 비밀리에 입국했다는 소문이 흘러나와 정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문제는 국회 정보위에서도 논란이 되기도 했다. 과연 김영완 씨는 정말로 밀입국했으며 밀입국했다면 또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대북송금 연루 혐의로 2003년부터 미국에 도피 중인 무기중개상 김영완 씨(54·미국명 영 킴)가 지난해 말 극비에 밀입국했다는 소문이 일부에서 급속히 확산돼 최근 국정원이 확인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김유찬 파문으로 홍역을 치렀던 이명박 전 시장 캠프에서는 이번 사건의 향배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먼저 이번 밀입국설의 경위부터 살펴보자. 김영완 씨의 밀입국설이 본격적으로 유포된 경위는 미국 교포신문
그런데 이런 소문이 정치권에 급속히 확산되면서 결국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정식으로 이 문제를 다루게 되었다. 최근 열린 국회 정보위에서 한 위원이 “김 씨가 두 달 전 국내에 가명으로 입국해 자신의 죄를 탕감받는 ‘빅딜’을 전제조건으로 정권의 핵심 인사들을 만나고 다니며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주자를 흠집내기 위한 네거티브 공작을 꾸미고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사실이냐”고 질문하자 국정원 측이 “출입국 기록을 보니 그런 흔적이 있는 것 같아 조사를 지시했다”고 답했다. 이 답변 때문에 한때 김 씨가 국내에 밀입국한 것이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첩보 사실을 확인한 결과 입국 사실을 밝혀내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국회 A 정보위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김영완 (주)제이앤씨 대표가 지난 2003년 3월 상용목적으로 미국으로 출국한 이래 지금까지 입국기록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김영완 씨는 대북 불법송금 수사과정에서 현대의 양도성 예금증서 150억 원을 세탁한 혐의가 대두되자 미국 LA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진다. 대검 중수부는 지난 2005년 1월과 2006년 1월, 2007년 2월 등 총 세 차례에 걸쳐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김영완 씨가 입국할 경우 본부에 보고하고 즉각 출국 금지토록 지시를 내렸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국정원이 밝혀내지 못했다고 해서 사실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A 정보위원은 “국정원은 3국 여권을 활용해 밀입국했다는 신문 보도내용 확인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검찰 한 관계자는 “혹시 김 씨가 입국했다면 다른 사람 이름을 사용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김영완 씨 | ||
그렇다면 김 씨가 밀입국을 했을 경우 그가 노린 것을 무엇일까. 먼저 이번 사건의 경위부터 잠시 살펴보자. 애리카 김은 지난 1994년 이명박 전 시장을 알게 된 뒤 친분을 맺은 사이다. 항간에서는 두 사람의 ‘남다른’ 관계에 대해 입방아를 찧고 있다. 그런데 이 전 시장은 100억 원을 투자하며 애리카 김의 동생 김경준 씨와 동업으로 LK이뱅크를 창립했으나 그 이후 김 씨가 300억 원을 횡령한 뒤 미국으로 도주해버렸다. 그 뒤 미국에서 덜미를 잡혀 체포된 김경준 씨가 ‘LK이뱅크의 자회사로서 자본 도피를 위한 유령회사로 알려진 BBK라는 회사가 실질적으로 이 전 시장의 회사로 자신은 하수인일 뿐’이라고 주장하면서 두 남매와 이 전 시장의 악연이 시작된 것이다. 실제로 이 전 시장이 범죄를 저지른 회사의 실질적인 오너로 밝혀질 경우 그 파문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김영완 씨의 ‘역할’에 대해 “김 씨는 국내에서 수백억 원의 재산이 현재 묶여 있는 상태다. 그리고 2003년 이후 계속 기소중지 상태로 해외를 떠돌고 있다. 김 씨로서는 현 정권과의 빅딜을 통해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고자 했던 것으로 안다. 그래서 미국에 광범위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던 그가 미국 시민권자인 애리카 김과 선이 닿았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여권의 실세가 중간 다리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안다”고 밝히면서 “김 씨가 애리카 김, 김경준 씨 등과 모종의 합의를 한 뒤 국내에서 이 전 시장에 대한 폭로 기자회견을 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김경준 씨 변호인단이 ‘김경준 씨 체포는 정치적 음모’라며 김경준 씨가 송환될 경우 ‘폭탄진술’을 할 가능성을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다는 점도 이 전 시장에게 곤혹스러운 일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전 시장 측은 김경준 씨 사건과 관련해 “정치권이 사기꾼의 어설픈 서류로 공세를 편다면 그것은 제2의 김대업 조작 폭로전으로 규정돼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애리카 김 문제 외에 이 전 시장의 재산 문제도 여전히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 앞서의 한 의원은 이에 대해 “이 전 시장이 강남 일부 지역에 차명으로 된 땅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도 파다하게 퍼져 있다. 그래서 이 전 시장을 대신해 땅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폭로 기자회견을 하게 된다면 그 자체로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 전 시장의 알려지지 않은 사생활도 여전히 관심을 모은다. 특히 김유찬 씨가 펴낼 예정인 <이명박 리포트>에는 ‘17년간 봉사한 운전기사를 해고한 이유는 전셋돈 200만 원 때문’, ‘이명박을 떠나간 사람들’, ‘이명박 그는 재떨이를 왜 그에게 던졌나’, ‘어 이명박 재산이 178억뿐이라고’,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들’ 등 이 전 시장의 도덕성 문제와 사생활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이에 대해 이 전 시장 측은 “대응할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황당한 주장도 있다. 하지만 모든 의혹에 대해 하나도 빠짐 없이 해명할 준비가 돼 있다. 김유찬 전 비서의 폭로전에서 보듯이 현재 회자되는 모든 의혹은 그 실체가 없는 전형적인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