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미래라이프대학 신설 잠정 중단” vs 이대 학생들 “못 믿겠다 전면 폐지해야”
경찰 “과잉진압 없어···감금행위 엄중 조치” 이화여대-성주사드 학교-정부 닮은 꼴 비난도
이화여대 학생 본관 점거 농성사태 논란이 점입가경이다.출처=연합뉴스
[일요신문] 이화여대 학생들이 본관을 닷새 넘게 점거하면서 논란이 된 이화여대 평생교육 단과대학인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 계획이 잠정 중단된다.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은 1일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과 대화에 나서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한, 학생들의 본관 점거 농성을 속히 중단할 것을 강조했다.
반면, 학생들은 “일방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다 학생들의 반발과 총장 대화요구에 공권력 뒤에 숨다가 사태가 심각해지자 내린 임시방편일 뿐”이라며, 건립 계획 전면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기자회견 과정에서 “마스크와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우리 학생들 같지 않다”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성주 사드배치 논란처럼 외부세력 운운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건립계획에서 반대 학생들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부분은 한정된 시간으로 인해 학내 구성원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소통이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논란이 된 경찰 공권력 투입에 대해서는 “학생들의 거센 저항으로 구조에 실패해 내부에 있는 교수·교직원의 안전이 위급한 상태에서 일어난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ECC 이삼봉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최 총장은 “학교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과 관련한 대학평의원회 등 앞으로의 일정을 중단하고 널리 의견을 수렴해 반영토록 하겠다”면서 “학생들은 본관 점거 농성을 중단하고 바로 대화에 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출처=연합뉴스
최 총장이 말한 불가피한 상황은 “학생들이 본관을 점거하는 과정에서 감금한 교직원들에게 수치심이 유발되는 등 인격적 모욕을 하고 그들의 기본권을 심하게 침해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교수감금부분은 외부에 알려진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고 주장한다. 물리적인 행사를 가하지 않은 채 총장 면담 등 사태해결을 위한 노력에도 대학 측이 무대응으로 일관하다 경찰공권력이 투입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최 총장이 학생들과 여러 차례 대화를 시도했다는 말은 정말 어이가 없다. 점거 시위 당시 우리가 요구한 것이 총장 면담 아니었나”며, 반문하기도 했다.
이어 “최 총장과 학교 측이 일단 점거를 중단하고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다고 하지만 이는 이미 결정된 계획에 대한 ‘명분 쌓기’일 뿐이다. 점거를 중단하고 대화를 하면 분명히 절차상이라는 이유로 날치기식으로 건립 추진을 다시 시도할 것으로 본다. 처음부터 학생들과 대화 없이 건립을 강행한 것이 이 사태가 벌어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1일 기자간담회에서 “학내 문제라고 해도 감금이라는 범죄 행위로 갈등을 해소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채증 자료를 분석해 감금 행위의 주동자들을 신속하게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학생들은 “감금되었다던 교수들의 이동이 자유로웠다”고 주장했다.
대학과 경찰은 “감금죄 등 법에 준해 관련 학생들의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가 성주 사드배치 반대 시위와 유사한 점이 많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총장 등 대학 측이 사업 추진에서 관련자들에 대한 의견수렴이 취약한 채 사업을 강행하려한 점, 반대하는 시위 참여자들을 불법시위, 외부세력 운운하며, 경찰의 공권력으로 사태를 해결하려 한 점 등 정부의 대응과 유사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전면 중단을 제외하고 사태를 원점이 아닌 이미 정해진 결론에 구색만 맞추려는 모습은 우리 사회의 갈등 해결 수준을 드러내는 씁쓸한 자화상 같다는 지적마저 제기되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