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 권한대행 악용해 자신에 대한 전보 인사 거부…전남도 해결책 찾기 골머리
전남도청 전경
전남도는 4급 지방서기관 전보와 승진 15명에 대한 인사를 지난달 28일자로 단행했다. 전남도의 인사규칙상 부단체장은 임기 2년이 되면 교체 대상이 된다. 부임한 지 2년이 된 양 부군수도 인사 대상이다.
하지만 양 부군수는 해남군의회와 지역사회가 근무 연장을 원하고 있다는 이유로 전남도의 교체 요구를 거부했다. 지방공무원법상 부군수의 경우 군수의 전출 동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박철환 해남군수가 인사 비리로 구속된 이후 양 부군수가 군수 권한대행을 맡으면서 자신에 대한 인사를 동의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이날 부군수 전보 인사에서 양 부군수는 제외돼 일단 버티기에 성공했다.
이에 대해 도청 안팎에서는 공로연수를 불과 6개월밖에 남기지 않는 양 부군수가 전남도 인사 사상 최초의 거부행태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인사비리에 대한 책임이 있는 양 부군수가 권한대행을 악용해 자신의 인사권을 틀어쥐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양 부군수는 의회가 계속 근무를 요구하고 있다는 이유로 전출동의를 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박 군수가 구속된 후 도의적 책임을 지기 위해 명예퇴직을 신청했으나 인사위원회가 지역사회를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로 부결했다”며 “현재도 의회가 부군수 근무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도 인사부처는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4~5년 전 유사 전례가 강원도에서 발생했는데 당시 해당 지역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게 되자 거부 당사자가 이를 철회한 적이 있었다. 이번 역시 도지사의 결정에 대해 정면으로 도전한 행위라 전남도로서도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본인이 동의하지 않는 이상 이번 인사와 관련, 전남도는 마땅한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도청 주변에서는 해남군의 인사 비리에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군수 권한대행을 맡아 계속 군정을 쥐락펴락하겠다는 것은 누가 봐도 부당하다며 양 부군수의 결단을 바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이런 행위가 처음인 데다, 전국적으로 거의 없는 상황이라 사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빠른 사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전남도가 화를 자초한 측면도 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사원은 앞서 해남군 공무원들의 근무성적 조작과 관련해 양 부군수의 징계를 요구했으나 전남도는 “현행 지방자치제의 현실에서 부군수가 책임을 질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불문에 부쳤다. 결국 전남도의 미온적인 대응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역풍을 맞고 있는 형국이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