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죽이기’ 시동?

동교계 악연이 발목 잡네

	▲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노무현 대통령의 당적 정리 입장 표명 이후 범여권 통합세력을 중심으로 한 통합신당 작업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가운데 통합세력의 한 축인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거취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탈당 의사를 공식화한 22일 그동안 정계개편과 관련해 중도입장을 견지해 온 문희상 의원은 민주당과의 선 통합을 주장하고 나섰고, DJ정부 핵심 실세들도 이날 회동을 갖고 범여권발 정치권 새판짜기 문제 등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권노갑 전 고문이 좌장격인 동교동계 인사들과 정 전 의장의 관계가 여전히 불편하다는 사실이다. 민주당도 정 전 의장이 주도하는 통합신당론에는 절대로 동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실제로 정 전 의장은 과거 민주당 ‘정풍’ 운동을 주도하며 권 전 고문의 2선 후퇴를 주장한 바 있고 참여정부 출범 후에는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으로 참여하면서 민주당 분당을 초래한 장본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가뜩이나 열린우리당 탈당사태 과정에서 어정쩡한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는 정 전 의장 입장에서는 자신과 같이 호남권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고 있는 동교동계와 민주당의 반발 기류는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차기 대선과 관련해 ‘호남주자 필패론’에 교감하고 있는 노 대통령과 DJ가 고건 전 총리에 이어 범여권 호남주자인 정 전 의장의 대망론을 꺾기 위해 이른바 ‘정동영 죽이기’ 플랜을 가동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정 전 의장 측은 범여권 일부 통합세력의 이러한 움직임에 개의치 않고 독자적인 대권노선을 걷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정 전 의장과 가까운 김한길·강봉균 의원 등 탈당파 그룹이 “노 대통령의 탈당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치 불개입”이라며 노 대통령의 당적 정리 입장을 평가절하한 것도 이러한 결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 전 의장이 일부 반대 세력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가 범여권 정치권 새판짜기 향배와 맞물려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홍성철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