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단만 잘 짜면 ‘쌓일 틈’ 없다
▲ 중금속 해독에 도움을 주는 녹차 | ||
실제로 미국에서의 연구에 의하면 사형수들의 모발에서 중금속이 과다하게 측정돼 중금속 중독은 산만하거나 폭력적인 성격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본다. 활동이 비정상적으로 많아 문제가 되는 아이, 즉 다동아들의 소변을 검사했더니 정상아보다 두 배에 달하는 납이 검출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몸속에 중금속이 많이 쌓이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아토피나 두통, 집중력 저하, 무기력증, 탈모, 만성피로 등의 증상으로 고생하게 된다. 유해중금속이 왜 문제가 되는지, 중금속 배출을 돕는 식품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중금속은 크게 아연, 철, 구리처럼 정상적인 생리 기능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필수중금속이 있는가 하면 수은, 납, 카드뮴처럼 몸에 해로운 유해중금속으로 나뉜다.
이 중 유해중금속은 한번 우리 체내에 들어오면 체내 물질과 결합해 잘 분해되지 않는 유기복합체를 형성하기 때문에 밖으로 빨리 배출되지 않는다. 간장, 신장 등의 장기나 뼈에 쌓이는 것이다. 심한 경우에는 혈액을 만드는 것을 방해하고 중추신경을 마비시키며 기형아 출산을 유발하는 등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만약 가축이 중금속에 장기간 노출되면 근육, 간장 등에 다량 축적돼 건강에 이상에 생기고, 그것을 먹는 사람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자동차 배기가스, 오염된 수돗물, 페인트 등을 통해 체내에 많은 납이 쌓이면 급성 중독을 일으키게 된다. 혈액 속 납 성분은 1~2개월이 지나면 없어지지만, 뼈에 축적된 납 성분은 오래 간다. 산모의 뼈에 쌓인 납이 수유를 통해 9개월 이하의 태아에게 전달되면 지능발달이 저하된다.
충남대 화학과 이계호 교수는 “납은 골수의 생성을 방해하는데 중독되면 두통, 정신착란, 빈혈, 안색 창백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카드뮴은 칼슘 대사 장애를 가져와 뼈의 연화, 골격장애를 일으키고 크롬은 급성 중독되면 10일 이내에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피혁 제조업이나 안료, 시멘트 제조업 등에서 크롬 중독이 발생된다.
주로 중금속에 오염된 물, 공기를 마시거나 오염된 토양에서 자란 식품을 통해 체내에 중금속이 차츰 쌓이게 된다. 환경적인 원인도 크다. 금은을 제련하는 곳이나 도금공장, 형광등 제조공장, 염색 도료나 선박도료를 만드는 공장, 동파이프 제조 공장의 폐수 또는 배출 가스에는 여러 가지 유해중금속이 많이 배출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알게 모르게 체내에 쌓인 중금속을 제거하는 데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의사의 진단을 받아 치료하는 방법으로는 킬레이션 요법이라는 것이 있다. 약물을 정맥에 주사해 중금속을 소변으로 빠져나오게 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평소 식품 섭취와 환경에 주의를 기울여 중금속이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특히 음식만 제대로 섭취해도 몸속에 쌓이는 중금속을 대부분 배출할 수 있다”는 것이 경희대 식품영양학과 구성자 교수의 조언이다.
항암, 성인병 예방 효과가 밝혀진 녹차는 중금속 제거에도 도움이 된다. 중금속 농도가 5PPM인 용액에 10분간 녹차 두 스푼을 넣었을 때 납과 카드뮴의 80%가 제거됐다는 실험결과가 나와 있다. 이때 온도가 30℃ 이상일 때는 제거율이 떨어지는 만큼 중금속 제거를 위해서라면 식혀서 마시는 것이 좋다. 다른 중금속도 60% 정도의 제거 효과가 있었다.
녹차에 함유된 식이 섬유와 엽록소 등의 성분을 모두 섭취하려면 가루녹차를 이용하는 게 좋다. 물로 우려 마시는 것보다 여러 성분을 효과적으로 섭취할 수 있다.
미역이나 다시마, 파래, 김 같은 해조류도 자주 먹는 게 좋다. 구성자 교수는 “해조류의 20~30%를 차지하는 수용성 섬유질 성분인 알긴산이 중금속은 물론 환경호르몬, 발암물질 등을 흡착해 배설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비만이나 심장병, 뇌졸중 예방효과도 크다.
▲ 중금속 해독에 도움을 주는 돼지고기 된장찌개(왼쪽부터). | ||
육류 중에서는 돼지고기가 중금속 배출효과가 있다. 돼지고기 속에 함유된 불포화 지방산이 탄산가스 등 폐에 쌓인 공해물질을 중화시키고 몸속 중금속을 흡착해서 배설한다. 중금속을 해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성분 중 하나가 바로 아연. 체내에 쌓인 납을 배출하는 데 효과가 있는 아연은 붉은색 살코기나 굴, 전복 등에 많이 들어 있다.
단, 육류의 내장은 오염물질이 가장 많이 쌓이는 부위이므로 내장탕, 곱창구이 등의 내장요리를 먹을 때는 소금, 밀가루 등으로 잘 씻어야 한다. 생선도 내장 부위와 알에 오염물질이 잘 쌓인다. 내장과 알, 아가미 부위를 손질할 때는 소금물에 20분 정도 담갔다 흐르는 물에 잘 씻어서 조리하는 것이 좋다.
과일 중에서는 사과를 권할 만하다. 식이섬유가 풍부해 중금속을 흡착하거나 독성무기물과 결합해 흡수를 방해하는 작용을 한다. 가능하면 깨끗이 씻어서 껍질째 먹어야 한다. 1997년 ‘대한환경공학회’에서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사과의 껍질을 사용해 폐수 중 유해중금속을 제거하는 실험을 한 결과, 사과의 껍질이 납 성분을 95.3% 제거했다고 한다.
대표적인 발효식품인 된장의 해독효과도 뛰어나다. 중금속이나 술, 담배 속의 유해물질을 빨리 배출시켜 준다. 단, 유전자 조작 콩이 많이 판매되므로 가능한 한 원산지를 확인해 국산 콩으로 된장을 담그고, 벌레 방지용 살충제를 뿌린 콩도 있으므로 하루 정도 물에 불린 뒤에 삶도록 한다.
도토리묵은 아콘산이란 성분이 있어서 중금속을 없애준다. 보통 간장양념을 끼얹어 먹는데 도토리묵을 듬뿍 채 썰어 넣고 묵밥을 해먹어도 맛이 좋다. 파는 도토리묵의 경우에 착색제나 각종 첨가물이 걱정된다면 끓는 물에 잠시 데쳐 내거나 빠르게 조리하려면 팔팔 끓는 물을 끼얹은 뒤 조리한다.
이외에 해독성분이 강한 미나리도 나물이나 찌개, 국 등에 넣거나 즙내어 칼국수 반죽 등에 넣어 먹으면 좋고 녹두, 숙주나물도 해독작용을 돕는 식품에 속한다. 조려서 먹거나 김밥에 넣는 우엉도 중금속을 제거하는 ‘리그닌’이란 성분이 들어 있다.
최근 건강보조식품으로 많이 찾는 클로렐라나 키토산 같은 제품도 중금속 해독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클로렐라 속의 칼슘, 아연, 마그네슘, 단백질 등이 소장에서 혈액으로 카드뮴이 흡수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캔에 들어있는 음료수나 과일·생선통조림 등은 납, 주석 등이 나올 염려가 있으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또 알루미늄 함량이 높은 가공치즈나 치즈버거 같은 식품도 줄인다. 알루미늄을 이용한 냄비나 프라이팬 등의 조리기구나 호일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중금속 해독 식단]
매일 아침 점심 저녁 중 한 끼를 경희대 구성자 교수가 제안한 아래 식단대로 준비하면 몸 안에 쌓인 중금속을 빨리 배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요일 | 식단표 |
월 | 현미밥 또는 현미잡곡밥/된장미역국/돼지갈비찜/돌미나리생채 |
화 | 찰보리밥/새우표고버섯찌개/우엉전/도토리묵쑥갓무침 |
수 | 찰현미밥/순두부돈육찌개/새우다래장구이/연근튀김 | 목 | 현미밥 또는 현미잡곡밥/된장찌개/우엉고기말이조림/미나리강회 |
금 | 기장현미밥/꽃게고추장찌개/다시마말이찜/미나리해물전 |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