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언론 외압 녹취·친비박 계파 갈등 이겨내고 박근혜 ‘레임덕’ 막아낼까
“역시 박근혜” 당대표-최고위원 친박 인사 대거 선출
이정현 신임 새누리당 대표가 9일 당대표에 선출된 뒤 새누리당깃발을 휘날리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일요신문] 새누리당 신임 당대표에 이정현(전남 순천) 의원이 선출됐다. 이 대표는 3선(選)이자 대표적인 친박계 인사로 특히,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을 맡는 등 박근혜 대통령의 수족같은 존재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우병우 사태와 사드배치 등으로 수세로 몰린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에 숨통을 트여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불거진 친박-비박간의 계파갈등과 ‘오더정치’ 논란을 잠재우고 내년 대선을 향한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을지도 이목을 끌고 있다.
이 대표는 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차기 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제4차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투표와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 총 4만4421표(득표율 40.9%)를 획득, 3만1946표(29.4%)를 얻는 데 그친 대구·경북(TK) 출신의 비박계 단일후보 주호영 의원을 따돌리고 1위에 올랐다.
또한, 1인 2표로 치러진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조원진(대구 달서병), 이장우(대전 동구), 강석호(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최연혜(비례대표) 의원이 각각 1~4위로 당선됐다. 45세 미만 청년 선거인단이 뽑은 청년 최고위원에는 유창수 글로벌정치연구소장이 선출됐다. 이 신임 대표를 포함해 이날 선출된 새누리당 지도부 6명 중 비박(非朴)계는 강석호 최고위원 1명뿐이다. 그야말로 박근혜 재결집이란 말이 떠오를 정도였다.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이정현 당대표가 선출됐다.
앞서 이정현 신임대표도 전당대회 연설에서 “모두가 근본 없는 놈이라고 등 뒤에서 저를 비웃을 때도 저 같은 사람을 발탁해준 박근혜 대통령께 감사함을 갖고 있다. 반드시 1년 6개월 남은 박근혜 정권을 성공시킬 것”고 밝혔다.
이어 “(당대표에 선출되면)해방 이래, 헌정 이래 호남 출신이 처음으로 보수 정당의 당대표가 되는 것에 놀랄 것”이라며 “말단 사무처 당직자 시절부터 시작해 이때까지 16계단을 밟아 여기까지 온 저 이정현에 대해 사람들은 놀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발언대로 호남출신이 경선을 통해 보수 정당 대표에 오른 것은 이 대표가 처음이다. 이에 따른 당내외 반응도 뜨겁다.
최근 전당대회를 앞두고 총선패배 책임론에 따른 친박-비박간의 계파갈등 재점화와 비박계 ‘김무성’, 친박계 ‘박근혜-청와대’의 이른바 ‘오더정치’ 논란이 당내를 휩쓸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최경환-윤상현 의원의 공천개입 정황이 담긴 녹취록 파문과 이정현 신임대표의 세월호 언론외압 녹취록이 불거지면서 새누리당 전당대회는 어느때보다 당 패권에 대한 확실한 전쟁터가 될 것이란 전망이 일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비박계의 패배로 전당대회는 막을 내렸다. 비박계 단일후보과정에서 김무성 전 대표 등이 총선패배 등 친박 책임론에만 강조하고 변화와 개혁만을 주장하는 모습으로 비쳐진 점이 오히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보수결집을 희망하는 당원 및 보수지지층의 본심에 이반된 것이 비박계 패착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이날 당대표에는 이정현 의원 등 당대표를 포함한 최고위원 6인 중 5명이 모두 친박계 인사로 박근혜 대통령의 당내 입지를 재확인하는 결과가 되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축사를 위해 전당대회장을 방문하자 일부에선 이미 이정현 의원으로 대표가 굳어진 것 같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쏟아지기도 했다. 결국 이번 전당대회에서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과 정권재창출에 대한 확고한 주문이 묻어 나온 결과라는 지적이다. 지나간 총선보다 다가오는 대선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정현 신임대표도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지금 이 순간부터 새누리당에는 친박, 비박 그리고 그 어떤 계파도 존재할 수 없음을 선언한다. 당연히 패배주의도 지역주의도 없음을 선언한다”면서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다시 찾아 내년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정현 신임대표가 새누리당 당대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한편, 차기 대선을 앞두고 친박-비박간의 계파갈등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정말 유능한 대선후보들을 영입해 치열한 경쟁을 통해 이길 수 있는 미래권력을 담당할 대선후보를 뽑아낼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대표의 일반적인 발언일 수도 있지만비박계인 김무성과 유승민, 오세훈 등이 대권경쟁자로 이미 거론된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그 배경을 두고 말들이 무성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김무성 전 대표가 호남을 시작으로 전국민생투어를 통해 개혁과 통합을 주장하고 나서는 것도 내년 대선을 위한 선점이라는 지적 속에 이번 전당대회에서 사실상 비박계가 당내 입지를 마련하지 못한 것이란 주장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이정현 신임대표를 필두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등 호남과 충청을 기반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및 친박계가 차기 대선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짜놓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검찰의 전현 정권 관련 각종 의혹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친박과 비박으로 대표되는 새누리당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