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유치 위해 수익성보다 거래액 늘리기 주력…회사 측 “1위 목표 매진 당연한 일”
이런 가운데 SK플래닛의 투자 유치의 중대 관건은 회사 매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오픈마켓 11번가의 거래액 기준 1위 달성 여부인 것으로 파악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오픈마켓 점유율은 G마켓(39%), 11번가(32%), 옥션(26%), 인터파크(3%) 순으로 11번가는 7%포인트 차이로 G마켓에 뒤져 있다.
관련업계는 11번가가 수익성보다는 거래액을 늘리기 위해 판매자들에게 물품가격의 13~15% 할인 쿠폰 지급을 하는 등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지적한다.
온라인쇼핑사이트 11번가의 새 로고. 사진출처=11번가
업계 관계자는 “판매자들의 경우 11번가로부터 할인쿠폰을 지급받으면 가족이나 친구의 아이디를 수배해 물품을 구매하는 식이다. 이리하나 저리하나 11번가로선 거래액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11번가에 이러한 영업방식이 만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급받은 쿠폰으로 물건을 산다면 디지털 가전제품의 경우 4~6% 수수료가 지급되고 나머지는 회사 몫이다. 하지만 카드로 구매할 경우 2~3% 수수료가 빠져나가게 되는데 이럴 경우 회사로서는 손실을 볼 수 있고 판매자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없어 회사가 주는 할인 쿠폰을 적극 활용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는 11번가가 올해 프로모션 비용으로 1500억 원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업계 평균 비용 600억 원을 크게 넘는 수준이다. 11번가는 지난해 3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되며 올해도 프로모션 비용 등으로 인해 상반기까지 적자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SK플래닛 측은 업계 1위를 목표로 매진하는 것은 기업으로선 당연한 일이라는 입장이다. SK플래닛 관계자는 “SK플래닛이 2월 자회사가 운영하던 11번가를 흡수합병하면서 할인쿠폰을 곳곳에 지급한 적은 있지만 만연하지는 않다. 효과가 그때뿐이기 때문이다. 11번가뿐만 아니라 다른 오픈마켓 업체도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의 경우 G마켓과 옥션을 합치면 프로모션 비용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내부 확인 결과 판매자에게 따로 발급하는 쿠폰은 없고, 외부 판촉 및 홍보를 위해 파트너사들에게 지급되는 오프라인 형태의 쿠폰은 있다. 한 달에 많아야 200만~300만 원에 불과해 매출증대 효과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구매자들에게 마케팅 차원에서 지급되는 쿠폰은 매달 일정 규모 발행되고 있는데 매출증대 효과를 노리기보다는 고객유지 차원에서 발행되는 것이다”고 밝혔다.
SK플래닛 사옥. 사진출처=SK플래닛
지난해 SK플래닛은 58억 원의 영업손실과 751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SK플래닛은 연초부터 외부 투자 유치에 주력하고 있다. IB 업계에 따르면 SK플래닛은 상반기 국내외 주요 사모펀드(PE)와 투자 유치 협의를 진행했지만 불발에 그쳤다. 현재 중민투와 1조 3000억 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협상하고 있다.
SK플래닛은 당초 상반기 투자 유치 건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아직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투자에 따라 SK플래닛이 중민투에 줘야 할 지분에 대한 이견 때문으로 알려졌다. SK플래닛은 자금수혈의 일환으로 우리사주조합을 설립해 284억 6274만여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최근 완료했다.
SK플래닛 관계자는 “중민투로부터 투자 유치를 받아도 SK플래닛이 중국 회사가 될 수 없으며 SK플래닛이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는 게 당사 입장이다. 조속한 시일 내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사주조합 설립은 자금수혈 차원보다는 분사 당시 구성원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한 차원이다. SK플래닛의 상장 계획은 당장 없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일각에선 SK플래닛이 상장을 추진한다면 기업 실적과 관련해 국내 증권시장보다 상장조건이 덜 까다로운 나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점치고 있다.
장익창 비즈한국 기자 sanbada@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