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 펴는 마법의 주사약 효과는 6개월
때마침 주름펴는 주사약으로 알려진 보톡스는 개발국인 미국에서도 새로운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달인 4월15일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이 주름제거용 의약품으로 보톡스를 처음 공식 승인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도 새삼 보톡스에 대한 특집을 싣고 있다. 국내에서는 보톡스가 주름제거용으로 뿐 아니라 사각턱 개선, 다한증 치료, 겨드랑이 암내제거 등 색다른 용도로도 쓰이고 있다. 자세히 알아봤다
성형의학에서 보톡스의 등장은 남성의학에서의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나 항암의학에서의 주사제 글리벡의 출현 만큼이나 혁신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술이 단순하면서도 효과가 즉각적이고 부작용의 위험이 비교적 낮기 때문이다.
FDA가 보톡스란 제품을 주름제거용으로 공식 승인하기 전에도 이미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성형외과 의사들은 보톡스의 성분인 보톨리눔을 같은 용도로 사용해 왔다. 응용력이 뛰어난 일부 의사들은 사각턱 개선이나 다한증 치료 등 다른 용도에도 보톨리눔를 주사하기 시작했다.
미국 언론이 인용한 미국 의학계의 통계들을 보면 미국 내에서 지난해 1년 동안 보톡스 주사를 맞은 사람의 수는 이미 85만 명이나 됐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통계는 해마다 4백50만명 정도가 보톡스 주사를 맞고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FDA의 공식 승인으로 새로운 약을 겁내는 조심스런, 혹은 보수적인 소비자들까지 이 주사를 이용하게 될 전망이다. ‘가는 세월’ 포기하고 살던 중산층의 중년 부부들이 한곳에 모여 성형의사들을 초청해 보톡스주사를 맞는 ‘보톡스 파티’도 열린다. 성분의 특성상 한 번 약병을 따면 오래 보관할 수 없기 때문에 비싼 약을 사서 한 자리에서 소화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실제 병원에서도 보톡스를 원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주중 하루에 예약을 몰아 받아 한 포장 단위로 소모하도록 하고 있다.
어쩌면 시사용어사전에도 보톡스 신드롬이란 말이 올라갈지 모른다. ‘가는 세월을 붙잡으려는 행위’쯤으로 이 말은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벌써부터 보톡스나라 보톡스혁명 등 보톡스는 늙기를 거부하는 사람이나 집단을 가리키는 수식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 보톡스 주사약. | ||
보톡스 제조사인 미국의 앨러간이란 회사는 올해 매출목표를 지난해의 3억1천만달러보다 35% 늘려잡았다고 발표했다. 증권사의 분석가들도 앨러간의 매출신장을 눈여겨본지 오래다.
한 번 맞는 가격이 최소 5백달러선. 국내에서도 주사 한 방에 최소 50만원이 넘는 고가인 데다 그 효과도 한시적이지만 당분간 보톡스를 찾는 사람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국내 시장에서 보톡스의 매출은 해마다 배 이상 급신장해 올해는 7백억원을 넘길 것으로 판매사는 보고 있다.
과연 보톡스는 이상적인가.
‘보톡스’는 미국 앨러간사가 개발한 주름제거용 주사제의 제품명이다. 보톨리눔 독소(Botulinum Toxin)를 줄여 만든 상품명이지만 이제 보톨리눔 독소를 이용하는 주사제의 대명사가 됐다.
보톨리눔(Clostridium Botulinum)이란 상한 통조림에서 흔히 생기는 유해세균. 이 세균은 7종류의 독성 강한 신경독소를 발산하는데 이 가운데 근육을 마비시키는 독성을 지닌 A형 독소를 추출, 정제한 것을 의약용으로 만든 것이다. 상한 통조림을 통해 직접 보툴리눔의 독성에 중독되면 사람이나 동물이나 모두 근육이 마비되어 고통을 받거나 몇 시간내 죽음에 이르게 된다. 이 독성의 정체가 규명된 것은 1백 년 전인 1895년이다. 강한 독성 때문에 생물학 무기로 개발되는 경우가 있으며 미국에서도 국방성이 관리를 맡고 있다.
하지만 유해한 독성이라도 그 현상을 적절히 이용하여 유익한 성분으로 활용하는 것이 의약의 기본.
이 독소가 근육을 마비시킨다는 점에 착안한 의학자들은 필요 이상으로 떨리는 근육을 제어함으로써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증상들에 응용하는 방법을 연구해 왔다. 마치 비소 같은 독소를 항암제 원료로 연구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 첫 결실은 안과 영역에서의 이용이었다. 일단의 안과 의사들은 자율신경의 통제를 벗어나 비정상적으로 떨리는 눈 주위의 안면 근육을 진정시키는 데 이 독소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안면경련과 안검경련 눈떨림과 사시 등의 증상을 해결할 수 있으리란 기대는 임상에서 성공적이었다. 모든 환자에게는 아니지만 단지 근육에 문제가 있어 생긴 증상을 진정시키는 데는 확실한 효과를 냈다. 1991년 보톡스는 최초로 안과영역에서의 사용이 FDA의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보톡스가 세계 의학계에 널리 알려진 것은 안과보다는 성형외과 의사들이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였다. 의사들은 이 제품을 사용하면서 새로운 현상을 발견했다. 눈 주위 근육을 진정시키기 위해 보톡스를 주사한 사람들에게서 눈 주위 주름이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났던 것.
주름이 생기는 원인은 여러가지지만 무수히 조합되어 있는 얼굴 속의 근육들이 빚어내는 주름도 많다. 웃을 때의 눈가 주름이라든지 찌푸릴 때의 미간이나 이마 주름처럼 습관적으로 근육이 긴장될 때 나타나는 주름들은 관련 근육을 마비시켜 놓으면 더 이상 나타나지 않게 된다는 원리다.
예전까지 병원에서의 주름 제거술은 얼굴 거죽 한쪽을 찢어 팽팽히 잡아당기는 거상술이나 표피를 한꺼풀 벗겨내는 박피술 정도가 전부였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간단한 시술이 아니기 때문에 특별히 외모를 관리해야 할 절박한 사유가 있는 ‘특정인’이 아니고는 감히 주름제거술을 시도하지 않았다.
하지만 주사 한 방으로 간단히 주름을 펼수 있는 방법이 소개되면서 새로운 붐이 일었다. 보통 사람들도 앞다퉈 성형외과를 찾기 시작했다. 의사들 입장에서도 여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되는 기존의 주름제거술과 달리 간단한 주사 처치만으로 높은 마진을 얻을 수 있는 보톡스 주사법을 반기지 않을 리 없다. 사회적으로 보통사람도 주름을 펼수 있다는 의식의 변화가 사회적 신드롬으로 확산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