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 도중 중고로 교체 ‘그렇게 깊은 뜻이’
F1 레이싱 중 교체하는 타이어는 새 것이 아니라 사전 주행을 통한 최적화한 것이다. AP연합
새 타이어는 표면이 매끈하기 때문에 마찰력이 강하지 않다. 어느 정도 주행해야 마모돼 도로와 완벽하게 달라붙는다. 따라서 F1 경기에서도 새 타이어가 아니라 시험주행을 통해 최적화된 타이어를 장착하는 것이다. 그래야 최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정도 디테일을 갖춘 영화다 보니 스토리가 다소 재미없지만 자동차 마니아는 환호하고 남을 만한 명작이다.
일반 운전자들도 새 타이어를 장착했을 때는 자동차를 극한으로 몰아붙이지 않는 것이 좋다. 타이어뿐 아니라 브레이크, 변속기, 엔진, 조향장치 등 모든 기계부품은 최적화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른바 새 차 길들이기다. 요즘은 기계 가공 정밀도가 높기 때문에 예전처럼 2000~3000㎞까지 길들일 필요는 없다.
F1 경기에서 타이어를 자주 가는 이유는 접지력을 높이기 위해 내구성을 희생했기 때문이다. 무른 소재를 쓰면 당연히 접지력은 최대로 발휘될 수 있지만 수십㎞만 달려도 마모돼 더 이상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므로 교체해야 한다. 일반 양산 차에 그런 타이어를 단다면 한 달에 한 번씩 타이어를 교체해야 할지 모른다.
타이어의 접지력과 내구성은 반비례한다. 일반용 타이어는 접지력과 내구성이 적절히 타협을 이룬다. 운전자가 차에 관심이 많고 부지런하다면 접지력이 조금 더 나은 타이어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고, 차에 관심이 별로 없다면 내구성이 조금 더 나은 타이어를 고를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 운전자는 타이어까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따라서 양산 차들은 접지력보다 내구성 위주의 타이어를 장착한다.
주행거리 4만~5만㎞ 이후 타이어를 교체하는 시기는 운전자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때다. 운전에 욕심을 낸다면 접지력이 조금 더 좋은 타이어로 바꿔보는 것도 좋다.
그런데 내구성도 희생하지 않으면서 접지력까지 좋은 타이어도 있다. ‘비싼 타이어’다. 타이어 회사는 내구성·접지력이 좋은 소재를 찾기 위해 밤낮으로 연구한다. 몸값 비싼 연구원들이 밤새 만들었으니 그런 소재는 가격도 비쌀 것이다. 세상에 싸면서 좋은 물건은 드물다.
첫 타이어 교체 시기는 운전자의 취향대로 타이어를 고를 수 있는 타이밍이다.
# 비교 시승회 타이어의 비밀
요즘은 양산형 중형차만 해도 10~20년 전의 고급 차만한 성능과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 타이어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양산형 타이어는 과거에 비해 접지력과 내구성 모두 뛰어난 품질을 갖추고 있다.
지금은 거의 열리지 않지만 7~8년 전만 해도 국내 최대 자동차 메이커는 기자들을 대상으로 비교시승회를 열기도 했다. 국산차도 수입차 못지않은 성능을 낸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때 기자들이 곧잘 지적하는 것이 타이어다. 자사 차량은 좋은 타이어를 달고 타사 차량은 값싼 타이어를 단다는 것이다. 필자는 그때 타이어의 차이까지 감지할 정도로 예민한 감각을 갖추진 못했지만, 타이어를 지적한 기자들이 과연 그 차이를 느끼는지 궁금했다. 타이어는 조건이 같은 동일한 차로 비교해야 하는데, 아예 다른 차에 달린 타이어의 접지력을 논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아무리 고급 타이어라도 새 것으로 갈아 끼면 미처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없는데, 이런 트릭을 역이용할 수도 있다. 비교 대상의 타사 차량에 값비싼 ‘새(new)’ 타이어를 달고, 자사 차량에 중급의 최적화된 타이어를 달면 “타이어 성능이 뒤처짐에도 이 차의 조향 능력이 더 뛰어나다”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비교 시승 시 타사 차량은 중고차인 경우가 많다. 자사 연구소에서 연구용으로 사용하던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새 타이어로 갈아 낀다. 트릭이다.
타이어 측면의 마모 한계선(노란색 라인)이 닳으면 교체 시기가 온 것이다.
# 타이어 마모를 보면 차가 보인다
그러나 이 정도까지 타이어에 신경 쓰는 운전자는 극히 드물다. 차를 좋아한다는 것과 차에 돈을 쓸 수 있는 능력이 된다는 것은 별개다. 일반 운전자는 타이어를 잘 관리하기만 해도 최적의 성능을 낼 수 있다.
가장 신경 쓸 것이 공기압이다. 공기압이 낮으면 접지력은 좋아지지만 마모가 많다. 공기압이 높으면 마모는 덜 되지만 접지력이 떨어진다. 역시나 접지력과 내구성의 싸움이다. 적정공기압은 뒷문을 열면 문틀에 스티커로 붙어 있다. 대개의 승용차는 30psi이다. 카센터에서는 자연감소를 감안해 10% 더 올린 수치로 넣어주는데, 이는 1년에 카센터 몇 번 오지 않는 고객을 위한 것이다. 공기압을 자주 관리한다면 그렇게까지 많이 넣지 않아도 된다.
자동차전용도로를 달릴 때는 특히 낮은 공기압을 피해야 한다. 타이어는 변형과 회복이 반복되면서 충격을 흡수하는데, 공기압이 낮고 속도가 높으면 변형이 회복되기도 전에 새로운 변형이 가해지면서 물결치듯 타이어가 흔들린다. 이를 ‘스탠딩 웨이브’라고 하는데 누적되면 펑크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마모도를 잘 살펴야 한다. 새 타이어를 최적화하는 것은 1만㎞ 이내로 충분하다. 이후에는 트레드(표면의 굴곡)가 한계지점까지 마모되기 전에 타이어를 교체해야 한다. 트레드 사이의 굴곡은 빗물이 빠져나가는 통로인데 이것이 사라지면 우천 시 수막 위를 떠서 다니는 셈이 된다. 마킹 선이 닳았는지 확인하거나 100원짜리 동전의 감투가 보이는지 확인하면 된다. 타이어 교체시기인 주행거리 4만~5만㎞가 다가온다면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앞바퀴 중 한 쪽만 마모가 심하다면 휠 얼라인먼트가 틀어진 것이므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트레드 사이에 100원 동전을 넣어 모자가 다 보이면 교체 시기다.
타이어 위치 교환도 신경 써야 한다. 타이어 교체 주기를 4만㎞라고 하면 그 절반인 2만㎞에서 하면 된다. 이는 전륜의 두 타이어를 후륜의 두 타이어와 자리를 바꾸는 것이다. 전후 휠 규격이 같다면 타이어를 굳이 분리하지 않고 휠의 나사만 풀었다 조이면 된다. 전륜 타이어는 조향을 하기 때문에 측면의 마모가 상대적으로 크다. 앞뒤로 위치를 바꿔 타이어의 남은 수명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우종국 자동차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