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바로세우기’ 소속 장로 16명 출교·제명…“보복이다” 강력 반발
지난달 검찰이 조용기 원로목사의 800억 원 횡령 등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뒤, 교바모 측이 서울고검에 항고장을 제출하면서 여의도순복음교회 내분사태가 제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일요신문DB
조 목사와 그 일가의 비리 의혹은 지난 2011년 처음 공식적으로 제기됐다. 이를 심각하게 보고 개혁이 필요하다고 여긴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 30명은 같은 해 3월 ‘여의도 순복음교회 바로세우기 장로 기도모임’(교바모)을 만들었다. 이후 2011년 9월 조 목사와 장남 조희준 씨를 검찰에 고발했고, 결과적으로 유죄 판결을 이끌어냈다.
이어진 항소심에서도 법원은 조 목사의 배임 및 탈세 혐의를 인정했다. 지난해 8월 서울고등법원은 부당한 주식 거래로 교회에 131억 원의 손해를 끼치고 이 과정에서 세금 35억 원을 탈루한 혐의로 조 목사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현재 조 목사 측이 상고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아 있다.
이 과정에서 교바모는 지난 2013년 조 목사 비리를 모두 모아 대대적으로 폭로하기도 했다. 당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조 목사의 불륜 의혹과 그 일가의 부패’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이다. 이 자리에서 교바모는 조 목사 일가의 재정 의혹 15가지, 불륜 의혹 1가지를 폭로했다. 이 기자회견은 지난해 10월, 교바모의 조용기 원로목사 ‘800억 원’ 횡령 혐의 고발로 이어졌다. 조 목사가 특별선교비 600억 원을 횡령하고 퇴직금 200억 원 등을 부당하게 수령해갔다는 내용이었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 의혹의 핵심은 특별선교비였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조 목사의 해외선교 등을 위해 지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연간 120억 원씩 특별선교비를 배정해 총 600억 원을 지급했는데, 2004년부터 2006년까지의 영수증이 거의 없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실제로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비리가 폭로된 지난 2013년 진상조사특별위원회(특조위)를 꾸려 49일 동안 조사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사용처가 확인된 금액은 113억 7800만 원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366억 2200만 원에 대한 정확한 지출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특조위는 사용처를 확인하기 위해 영수증을 확보하려 했으나, 조 목사 비서실은 영수증 보존 기간(5년)이 경과했다는 이유로 영수증을 폐기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퇴직금에서도 문제가 발견됐다. 조 목사는 지난 2008년 5월, 2회에 걸쳐 총 200억 원의 퇴직금을 지급받았는데, 특조위 조사 결과 퇴직금 지급에 관한 근거 규정과 당회 결의 절차가 미비한 정황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조 목사의 800억 원이라는 거액의 횡령 등 혐의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검찰 수사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이유다.
그런데 지난달 6일, 서울서부지검 형사2부는 앞서의 교바모 소속 일부 장로들이 지난해 10월 조 원로목사 등 7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횡령) 혐의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결론을 내리고 불기소 결정했다.
검찰은 교바모의 주장에 대한 증거가 모두 부족하거나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특별선교비에 대해 “교회 사역을 위해 비교적 포괄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각종 사실 확인서, 출금전표, 결산당회 승인 예산내역 등을 볼 때 관련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고 결론을 내렸다. 퇴직금 200억 원 횡령 의혹에 대해서도 “교회재산을 퇴직금 형식으로 횡령했다는 주장을 인정할 만한 뚜렷한 증거를 발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조용기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 일요신문DB
# 교바모 “검찰 수사 납득 안돼”
현재 교바모 측은 검찰 수사 결과에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특별선교비 횡령 혐의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로 판단한 근거인 ‘지출 증빙 자료’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교바모 관계자에 따르면 조 원로목사는 검찰 조사에서 영수증은 없지만 그동안 자신이 직접 작성한 메모지에 “특별선교비 지급 내역이 있다”고 해명했고, 이 메모를 바탕으로 제자교회와 지교회 목사들에게 특별선교비를 받은 ‘확인서’를 써달라고 요구해 검찰에 제출했다. 그리고 검찰은 이를 특별선교비 지출 증빙으로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교바모 관계자는 “이 지출 증빙은 조 원로목사 메모에 근거한 지극히 주관적인 것으로 신뢰할 수 없다”며 “또한 검찰 수사 결과에는 검찰은 목사들이 제출했다는 ‘확인서’에 대한 사실 관계 확인이 없었다. 확인서는 사실상 교회의 전권을 쥐고 있는 조 원로목사의 요구를 받은 목사들이 작성했다. 가공됐을 가능성이 농후한데도 검찰은 확인서를 작성한 목사와 지교회 계좌 내역을 살펴보지 않았다. 검찰 수사가 이뤄졌어도 실제 돈이 목사들에게 지급됐는지 여부는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교바모는 퇴직금 200억 원에 대한 수사 결과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고 했다. 검찰은 수사결과에서 교회 재정위원회의 승인이 있어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는데, 재정위원회는 지출 결의의 권한이 없기 때문에 교회 돈을 자체적으로 집행‧승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또 다른 교바모 관계자는 “조 원로목사의 은퇴 직전, 퇴직금 지급 관련 기존의 규정을 변경하는 운영위원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당회장(조 원로목사)의 퇴직금은 당회 회의를 거쳐 결의한 뒤 예산 범위 내에서 집행해야 한다’는 개정안이 나왔는데 부결됐다”며 “이 때문에 당회장 퇴직금 지급 규정 자체가 없었다. 따라서 조 원로목사의 퇴직금도 다른 교역자들과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퇴직금 지급 규정에 따라 산정됐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특별하게’ 거액의 퇴직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교바모는 지난 7월 28일 “서부지검의 무혐의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앞서의 주장을 담아 서울 고등검찰청에 항고장을 제출했다. 조 원로목사의 횡령 혐의 공방이 2라운드에 접어들게 되는 순간이었다.
# “장로 징계 근거·절차 모두 부실” 주장
이처럼 뒤숭숭한 분위기가 전개되는 가운데,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이 강경한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교바모 소속 장로들에게 무더기 중징계를 내린 것. 순복음교회 당기위원회는 지난 8월 14일 서울 여의도 세계선교센터에서 회의를 열고 조 원로목사를 고발한 교바모 소속 장로 11명에 출교, 5명에게 제명 조치를 각각 결의했다. 출교는 교단에서 내보내는 것이며 제명은 모든 직분을 박탈하는 것이다.
당기위는 징계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 “교회의 질서를 문란케 하고 악의적 언동으로 교회에 불이익을 초래했으며, 교회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설명했다. 조 원로목사를 고발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과 의혹이 교회의 신뢰와 위상에 흠이 됐고, 원인이 된 교바모 장로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교바모 측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징계 근거로 제시한 자료도 부실하고, 징계 절차도 잘못됐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교바모 관계자들은 “교회 신뢰와 위상 실추는 표면적일 뿐, 보복성 징계와 다름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징계의 근거로 제시된 자료는 조 원로목사에 대한 검찰 불기소결정서를 제외하면 실체가 없거나 언론사 사설과 기사 2건이 전부였다. 순복음교회 당기위가 지난달 27일 교바모 장로들에게 “당기위 재판에 참석하라”며 보낸 재판기일 통지서의 ‘소명 자료’를 보면, 기도모임특별조사팀 조사보고서, 교바모 등기 현황, 검찰 불기소결정서, 국민일보 사설과 기사 각 1건씩이 기재돼 있다.
교바모 관계자는 “교회 윤리분과위원회가 특별조사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기소했다고 설명했는데, 교바모는 기도모임특별조사팀과 자유토론식으로 한 번 만났을 뿐, 정식 조사에는 응하지 않았다. 조사 보고서가 있을 수 없다. 또한 교바모는 법인이 아니라 등기 현황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실체가 없는 자료와 언론사 사설과 기사 한 건이 중징계 근거라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 들이겠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교바모는 징계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기 위원회는 자체적으로 장로를 징계하고 이를 확정할 권한이 없다는 것. 실제로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권징조례의 법 제4조 3항을 보면 “당회에서는 장로를 징계할 수 없다”고 나와 있다. 이 법에 따르면 당기위의 징계 결의는 소속 교단인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여의도순복음의 지방회를 거쳐, 총회 재판위원회에 이르러야 최종 확정된다.
앞서의 교바모 관계자는 “이번 징계는 상식뿐만 아니라 교단 헌법에 반(反)한다”며 “교바모는 교단 헌법을 그대로 따라 징계 결정의 부당함을 지방회에 호소하고, 법원에는 교회를 상대로 징계 무효 확인 청구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원로목사 횡령 고발 건은 교바모가 항고를 해서 진행 중인 사안인데도, 교회가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이라며 “조 원로목사가 자신이 저지른 잘못만 회개하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는다. 정의를 바로 세우고 교회를 정상화시키는 게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여의도순복음교회 관계자는 “장로 징계 절차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정리가 더 필요하다. 아직 특별한 입장은 없다”고 짧게 답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