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명 학교에 1500명 심각한 과밀화, 교육청 “공동학구로 해결” 학부모 “절대 안돼”
[세종=일요신문] 박하늘 기자 = 세종시교육청이 도담초의 학급과밀화 해소를 위해 인근 학교와 공동학구로 지정하겠다고 하자 도담초 학부모와 학교 인근 아파트 입주자들은 아이들의 안전문제를 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일각에선 학군 질과 아파트 값을 우려하는 일부가 갈등을 더욱 부추긴다는 주장도 나온다. 어른들의 비루한 싸움 속에 도담초 아이들은 열악한 교육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600명 학교에 1500명 수업
18일 세종시교육청에 따르면 도담초는 현재 전교생 1498명, 60학급으로 운영되고 있다.
도담초는 당초 학생수 600명 완성학급 24학급 규모로 설계됐다. 그러나 예상을 초과하는 학생들이 입학해 개교와 동시에 18개 교실을 증축했으며 이마저도 학급을 운영하기에 역부족해 복도와 과학실·체육시설 등 특별실을 리모델링해 일반교실 18실을 추가로 확보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도담초는 과밀화에 시달리며 학교운영 전반에 걸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교육부의 교육기본통계에서도 전국평균 초등생 1인당 교지면적은 32.6㎡인데 반해 도담초는 12.2㎡에 불과해 학급과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도담초 학생들은 협소한 여가시설 탓에 특별활동에 심각한 제약을 받고 있으며 급식공간 부족으로 급식이 3교대로 실시돼 점심을 쫒기듯 먹고있는 실정이다.
▲학급과밀화 초래한 교육당국의 수요예측 실패
도담초의 과밀화는 세종시 지구단위계획 수립 단계에서 교육수요예측을 실패했기 때문이라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당시 행정복학도시건설청(행복청)은 학생유발률(세대당 학생비율)을 0.17로 예측했다. 그러나 시교육청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학생유발률이 0.316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도담초 통학구역 내 학생유발률은 0.454에 육박한다.
교육당국의 수요예측 실패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시교육청 “도담초-늘봄초 공동학구지정이 답”, 학부모 “절대 안돼”
현재 시교육청은 도담초의 과밀화를 해소하기 위해 인근 늘봄초와의 공동학구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늘봄초는 완성학급 42학급 규모로 계획됐으나 현재 19학급 만이 운영하고 있어 도담초와는 반대로 과소문제에 직면해 있다.
시교육청은 도담초 학생이 자율적으로 늘봄초로 전학할 수 있도록 하며 늘봄초에 영어특성화 수업, 방과후 활동 무료지원 등을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통학버스도 1일 6회 운행하겠다고 제시했다.
도담초 학부모들은 시교육청의 도담초-늘봄초 공동학구 지정 계획을 거부하고 있다.
이들은 늘봄초로의 다소 먼 통학거리로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도담초 학구에서 늘봄초를 가기위해서는 6차선 BRT도로를 건너야 하며 식당·상점이 밀집된 지역을 지나야 한다. 도담초 학구에서 늘봄초까지의 거리는 약 1.2km 정도로 통학시간은 약 20분 이다.
도담초의 한 학부모는 “늘봄초까지 가려면 6차선 BRT 도로, 유흥가, 방축전, 큰 사거리를 건너야 한다. 어린아이가 가기에는 너무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시교육청은 학교, 학부모, 도담초 인근 입주민 등 이해당사자들과 회의와 공청회 등을 열며 공동학구지정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일방적인 의사전달로 학부모들의 반감을 부추기고 있다.
학부모들은 공동학구 지정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며 늘봄초의 과소문제 해결을 위해 도담초 학생들을 희생하려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도담초 위장전입 실태조사을 요구하며 초등학교 신설 또는 도담초의 증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시교육청은 학구위반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도담초 증축에 관해서는 교육과정 운영상 추가로 전환할 특별 교실은 없으며 운동장 협소로 수직 증축도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새로운 학교설립도 중앙투자심사 기준 부적합, 학교부지 및 예산 확보 어려움을 이유로 불가입장을 내비쳤다.
결국 시교육청은 늘봄초와의 공동학구지정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통보한 셈이다.
공청회 당시 한 교육청담당자는 “공동학구 지정 없이는 대안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교육청은 공동학구지정의 효과가 미비할 경우 한 학급당 학생수를 25명에서 28명까지 늘린겠다며 ‘협박아닌 협박’까지 했다. 공동학구지정을 찬성하지 않으면 교실을 ‘콩나물 시루’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이같은 시교육청의 태도를 보고 늘봄초로의 자율전학이 향후 도담초의 학구조정이나 학교 추첨입학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짚고 있다,
도담초 학부모와 인근 입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해 최교진 교육감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시교육청의 공동학구지정 방침에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공동학구지정에 대해서는 여전히 협의 중에 있으며 다른 대안은 제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담동은 세종판 대치동?
일각에서는 도담초-늘봄초 공동학구지정을 둘러싼 첨예한 갈등의 기저에는 또 다른 이해관계가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도담초 인근 입주민들이 도담초를 중심으로 서울의 강남과 같은 ‘좋은 학군’을 형성하려해 다른 학군과 섞이는 것을 꺼려한다는 것이다.
도담초는 청사부근에 대형평수가 많은 아파트가 밀집해 있어 고위 공무원들과 경제력 있는 입주민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도담초 주변 아파트 매매가는 평균 4억 원이 넘는다.
도담동 학군이 좋다는 것은 세종시에선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 때문에 세종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아이들의 도담초 진학 때문에 도담초 인근 아파트로 이사한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과밀화에도 불구하고 도담초를 희망하는 학부모들이 많은 것도 이런 탓이다. 일부러 찾아온 학군에서 예상치 못한 다른 학군으로 진학을 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인 학부모의 반발은 당연하다.
반면 늘봄초 학군 근처의 아파트 매매가는 도담초의 절반 정도다. 이 학군에는 임대아파트도 포함돼 있다.
이를 이유로 “학군의 질이 낮아질 것”을 염려하는 일부의 이기심이 공동학구 반대를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선 아파트 매매가 하락을 걱정한 입주민들의 반대가 학부모들 보다 더 거세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학부모가 아닌 일반 입주민들이 공동학구지정 반대운동에 적극 가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가 인근 늘봄초 대신 양지초‧연세초와의 공동학구를 요구하는 이유도 그 결을 같이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양지초와 연세초 주변 아파트의 매매가는 도담초 주변과 비슷하거나 더 비싸다. 연세초는 정부세종청사와 밀접해 있다. 양지초는 BRT도로를 건너지 않아도 되지만 늘봄초와 같이 약 1.2km 떨어진 거리에 있다.
어른들의 갈등 속에 오늘도 도담초 학생들은 열악한 교육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각자의 일방적 주장이 아닌 아이들을 위한 합리적이고 혁신적인 고민이 필요한 때다.
ynwa21@ilyods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