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토끼장’에 눈독
이 전 시장은 지난 3월 한 달 동안 남부지방을 돌며 대의원과 당원들을 집중 공략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했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이 전 시장 일정은 캠프에서 일괄 작성해 지역으로 내려 보냈다. 자신의 전통적 지지층인 산토끼 층을 더욱 끌어들이기 위해 강연정치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선 세부 일정이 확정되면서 이번에는 집토끼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지방을 방문할 때의 일정은 지역구에서 모두 만들었고 우리는 그것에 철저하게 따랐다. 분 단위로 움직이는 숨 막히는 대의원 접촉을 계속했다.
이 전 시장 측은 또한 4월에는 되도록 박 전 대표와의 ‘충돌’을 피할 계획이다. 당내 검증 논란 등을 놓고 박 전 대표 측과 계속 싸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득 될 것이 없다는 내부평가에 따른 것이다. 이런 ‘조용한’ 전략도 집토끼들을 향한 계산된 행보다. 안정된 이미지를 선호하는 당내의 집토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갈등보다는 화합에 역점을 두겠다는 계산인 것이다.
한편 박근혜 전 대표는 집토끼들의 지지를 발판으로 산토끼 몰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행보는 최근 확 달라진 그의 스타일이다. 30여 년간 고집해 온 ‘올림 머리’를 올해 초부터 풀어버리고 ‘자유스럽게’ 바꾸었다. 평소 차분하게 연설하던 스타일도 ‘돌변하고’ 있다. 최근 그는 강연에서 “여러분 나를 믿습니까”라며 청중에게 공격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런 박 전 대표의 공세적인 스타일 전환은 웬만해선 꼼짝도 하지 않는 산토끼들을 ‘유혹하기’ 위한 계산된 행동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박 전 대표는 4월 한 달 동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의 표심 공략에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집토끼들이 많은 영남을 벗어나 산토끼들이 포진한 수도권에서 이 전 시장의 ‘집토끼’를 직접 공략한다는 생각이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