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나요? 뚱뚱하면 키 안 큰다는 거
▲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
긴 겨울방학은 추위로 인해 활동량이 크게 줄어드는 데다 패스트푸드 등의 고칼로리 간식을 즐기는 습관, 게임·인터넷 등으로 컴퓨터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 더욱 살이 찌기 쉬운 시기. 혹시 조금 통통하거나 체격이 좋은 정도로만 생각했던 자녀가 과체중이나 비만은 아닌지 관심을 기울여 보자.
지금까지의 연구에 의하면 비만 어린이는 정상 체중 어린이보다 사춘기가 빨리 시작된다. 실제로 대한소아과학회가 서울시내 비만 어린이 1668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비만인 여자 어린이의 사춘기 시작 나이는 평균 10.6세, 남자 어린이는 12.4세. 특히 여자 어린이의 초경 연령은 비만 어린이의 경우 11~12세에 시작해 정상 체중 어린이보다 1년 정도나 빨랐다.
체지방에 있는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물질이 성호르몬 분비를 자극시키기 때문이다. 문제는 성호르몬의 분비로 인해 성장판이 빨리 닫히면 키 성장이 일찍 멈춘다는 사실.
따라서 ‘어릴 때 찐 살은 키로 간다’는 말만 믿고 뚱뚱한 자녀를 그대로 두면 성장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자녀의 키가 잘 자라길 바란다면 체중에 보다 관심을 기울이는 게 바람직하다.
만약 부모가 작은 편인데도 아홉 살 이전에 또래보다 키가 많이 클 때는 성조숙증이 아닌지 보는 것이 좋다. 사춘기 발달이 빠를 경우 성호르몬 분비 억제요법을 쓰기도 하지만, 키 성장을 위해서는 체중 조절로 비만에서 벗어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소아비만을 방치하면 집중력이 떨어져 학습능력이 저하되기도 한다. 서울백병원 비만센터 강재헌 교수는 “자신도 모르게 사람들 앞에서 위축되는 등 주변 시선에 대한 스트레스로 집중력이 떨어지고, 성격이 변하거나 우울증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보통 비만한 아이들은 운동을 싫어한다. 결국 폐활량이 떨어져서 뇌에 산소 공급이 줄고, 학습능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성인병’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당뇨나 고지혈증, 고혈압, 지방간 등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것도 바로 비만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진료를 받은 소아당뇨 환자는 4496명으로 2000년도에 비해 7%나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비만으로 인한 제2형 소아당뇨 환자의 숫자가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다.
▲ 병원에서 아이의 피부두께를 측정하는 모습. 긴 겨울방학은 아이들이 살찌기 쉬운 시기다. 하지만 이 때를 잘 이용해 비만습관을 고쳐 보면 어떨까. | ||
자녀들의 비만을 해결하려면 부모부터 달라져야 한다. 유전적인 비만은 물론 식습관, 활동부족 등에 의한 비만 모두 부모의 책임이다. 일요일이면 하루 종일 TV 앞에 누워 지내고 있다면? 성적이 오른 아이에게 피자나 치킨 같은 고칼로리 음식으로 보상하고 있다면? 아이들의 체중관리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소아비만은 성인비만과 달리 스스로 체중을 조절해야 된다는 강한 의지가 부족한 만큼 부모가 신경 써서 아이의 생활습관을 바꿔야 한다. 아이의 체중이 줄어들지 않더라도 행동의 변화를 보이면 충분히 격려해 주자.
하지만 매일 체중을 잰다든가 아이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말은 피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이어트에 집착해 폭식증, 거식증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리없이 아이를 망치는 질병, 소아비만>(웅진 지식하우스)을 펴낸 강재헌 교수가 알려주는 비만탈출 습관은 다음과 같다.
△패스트푸드 줄인다=아이들이 좋아한다고 자주 사주는 고칼로리 패스트푸드를 줄여야 한다. 대신 신선한 채소, 과일, 두부, 해조류 등을 충분히 먹는 게 좋다. 특히 살이 찌지 않고, 영양가는 높으면서 기초대사량을 높이는 식품으로는 토마토, 미역 등이 대표적이다. 토마토는 90%가 수분이면서 카로틴과 비타민 C가 풍부하다. 열량은 한 개에 40㎉. 미역 역시 100g당 22㎉의 저열량이면서 알긴산, 푸코이단 등의 다당류가 많아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기초대사량을 높이는 요오드 성분도 100g당 100㎎으로 풍부하다.
장을 볼 때 라면이나 카레, 도넛, 돈가스 등 간단하게 먹을 수 있지만 고지방인 식품은 아예 사지 않고, 튀기거나 볶는 조리방법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신 찌거나 데치는 조리법이 좋다.
△식사는 식탁에서만=식사는 반드시 식탁에서만 하는 습관을 들인다. TV를 보거나 컴퓨터게임을 하면서 먹는 습관은 금물. 30회 정도 잘 씹어서 음식을 삼키면서 식사를 하되, 한 끼 식사시간이 20분 정도면 적당하다. 음식을 조금 남기도록 하고, 식사 후에 남은 음식은 바로 치운다.
△간식과 외식도 골라 먹어라=방학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아이들에게 무엇을 먹여야 할까. 아이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간식과 외식 메뉴 선택도 중요하다.
먼저 간식은 열량이 낮으면서 성장에 필요하거나 다른 식사에서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가 많은 식품을 고르는 게 좋다. 먼저 물은 청량음료, 시판 과일주스를 줄이고 탈지유로 만든 우유음료, 유제품은 매일 마셔도 괜찮다. 보리차나 옥수수차, 구기자차 등도 열량이 낮아서 좋다. 과일은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해서 매일 먹는 것이 좋지만 당분이 많으므로 하루 한 개로 제한한다.
모처럼 아이들과 함께 외식을 할 때도 저칼로리 메뉴를 선택한다. 튀긴 음식이나 기름기가 많은 국물음식, 패스트푸드는 일단 제외한다.
△운동·집안일로 활동량을 늘린다=아이가 운동을 좋아하면 다행이련만 비만인 아이들은 운동을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가족, 친구들과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을 골라 흥미를 갖도록 하고 하루 20분이라도 꾸준히 하도록 한다. 마땅히 할 만한 운동이 없다면 집 주변을 매일 30분 정도 걷는 것도 좋다.
요즘처럼 방학으로 시간이 넉넉할 때는 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놀거나 운동을 하게 계획을 짠다. 반면 TV 시청이나 컴퓨터 게임으로 보내는 시간은 아이와 상의해서 하루 1시간 이내로 정한다. 갑자기 줄이기 어렵다면 1시간 이하가 될 때까지 하루에 30분씩 서서히 줄이는 것이 요령이다.
적당한 집안일을 돕게 하는 것도 칼로리 소모에 도움이 된다. 공부에 방해될까봐 걱정하지만 정리정돈이나 청소, 심부름 등 아이가 할 수 있는 집안일을 돕게 하면 활동량이 늘고 자기일 외엔 움직이려 하지 않는 이기적인 마음도 바로잡을 수 있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서울백병원 비만센터 강재헌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