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연속 적자에 재무 부담 상장 금융계열사로 번질 가능성…토큰증권 등 신사업 관련 제도 정비 관건
과거 코빗의 주요 주주들이 계열사와 코빗의 서비스 연계 전략을 추진했음에도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한 점에서 이번 인수의 실익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향후 그룹 내 상장 금융계열사가 코빗에 자금을 지원하게 될 경우 일반주주와의 이해상충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미래에셋그룹의 코빗 인수 이후 직면한 과제로는 낮은 시장 점유율과 장기간 이어진 적자 구조의 개선이 꼽힌다. 코빗은 2025년 영업수익 약 98억 원에 영업손실 154억 원, 당기순손실 158억 원을 기록했다. 고객 예치금은 2024년 말 1302억 원에서 2025년 말 897억 원으로 약 31% 감소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코빗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0.5% 수준으로, 업비트(69%), 빗썸(28%), 코인원(2%)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미래에셋그룹은 금융계열사와 코빗의 연계를 통해 디지털자산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지난 7월 23일 미래에셋과 코빗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이번 인수를 그룹의 미래 비전인 ‘미래에셋 3.0’을 구현할 핵심 축으로 규정했다. 박 회장은 “디지털X는 단순한 리브랜딩이 아닌 우리가 나아갈 정교한 나침반”이라며 “미래에셋의 금융 노하우와 코빗의 전문성을 결합해 전통자산과 디지털자산을 아우르는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을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실물연계자산(RWA) 토큰화와 토큰증권(STO·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증권의 발행·유통 정보를 관리하는 자본시장법상 증권), 스테이블코인(가격 안정성을 목표로 달러 등 특정 자산 시세를 추종하는 암호화폐) 등을 아우르는 ‘지능형 투자 플랫폼’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미래에셋그룹은 금융상품의 설계·운용·판매 역량을 갖춘 증권·자산운용·보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도 하나금융그룹·SK텔레콤과 결성한 ‘넥스트 파이낸스 이니셔티브’를 통해 토큰증권 발행·유통에 활용할 메인넷을 구축하는 등 관련 인프라를 마련해왔다. 업계에서는 향후 미래에셋증권이 상품 설계와 발행을 맡고, 코빗은 블록체인과 지갑·보안, 디지털자산 유통·거래 및 수탁 인프라를 담당하는 방향으로 역할이 나뉠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제도가 정비돼 계열사 간 연계가 본격화하더라도 코빗의 실적 개선이 보장될지 의문이다. 과거 코빗의 최대주주인 NXC와 2대주주 SK스퀘어 등이 코빗과 계열사 사업의 연계를 추진했지만 코빗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넥슨그룹 지주회사 NXC는 2017년 코빗의 최대주주가 된 뒤 넥슨의 게임·콘텐츠 사업과 연계한 NFT 마켓과 메타버스 서비스를 선보였다. SK그룹 계열사 SK스퀘어도 2021년 투자 이후 자회사 SK플래닛의 OK캐쉬백을 코빗과 연결하며 계열사 고객 유입을 시도했다. 코빗은 NXC가 경영권을 확보한 다음 해인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황석진 동국대 정보보호대학원 석좌교수는 “미래에셋그룹은 기존 금융 고객 기반을 코빗과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 대주주들과 차이가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관련 법·제도 정비가 선행돼야 하며, 코빗이 낮은 시장 점유율과 장기간의 적자,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거래 종목 등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어 단기간에 흑자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6월 22일 미래에셋컨설팅 평가서를 통해 “올해 1분기 말 차입금의존도가 12.2%로 재무구조는 안정적”이라면서도 “사업 진행 과정에서 추가적인 부담이 크게 발생할 경우 동사의 재무 부담이 가중될 수 있어 사업 진행 경과를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향후 미래에셋증권 등 상장 금융계열사가 코빗의 운영이나 디지털자산 사업 확대에 필요한 비용을 분담할 경우 계열사 간 거래 조건이 일반주주의 이해에 부합하는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박현주 회장이 지분 48.5%, 특수관계인까지 합치면 91.5%를 보유한 비상장회사다. 상장 계열사가 코빗에 자금이나 지급보증을 제공하거나 인력·전산·마케팅 등을 지원하면서 이에 상응하는 대가나 사업상 편익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높은 비상장 계열사의 투자 부담이 상장사 일반주주에게 이전된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미래에셋컨설팅 측은 코빗의 실적 개선책과 추가 재무 지원, 계열사별 역할 등에 대해 “아직 내부 검토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답변이 어렵다”고 밝혔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