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네트워크내일·동아시아 미래재단·희망새물결, 인재 영입부터 외연 확장까지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 공동대표가 17일 오후 성남 코리아 디자인센터에서 성남시민사회포럼 청년위원회 초청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임준선기자 kjlim@ilyo.co.kr
“원래 뒤에서만 돕겠다고 했지만 삼고초려해서 겨우 영입했다.”
8월 25일 기자와 만난 ‘정책네트워크내일’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상용 교수는 외교 전문가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가 평소 통일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이번에 이사장으로 영입했다. 앞으로 이사장이 모든 것을 총괄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2013년 6월 9일 설립된 정책네트워크내일은 안 전 대표의 싱크탱크다. 2012년 대선 당시 안 전 대표의 공약 개발을 책임진 정책네트워크내일은 최근 제2대 임원진을 구성했다.
안 전 대표의 후원회장 출신인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전 주일대사)가 정책네트워크내일의 이사장을 맡았다. 최 교수는 2007년 희망제작소 상임고문을 맡아 안 전 대표와 인연을 맺었다. 4·13 총선 직전인 3월 25일 밤, 최 교수를 만난 안 전 대표는 정치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며 17년 동안 끊었던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최 교수가 정책네트워크내일의 수장이 된 것은 두 사람의 깊은 관계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선 “제2대 이사진 개편은 대선 때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안 전 대표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8월 25일 기자와 만난 안 전 대표의 측근은 “특히 질적인 부분에서 대선 때와 비교해 진용을 잘 구축했다. 과거의 내일과 사단법인 형태의 내일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당시 안 대표를 중심으로 20~30개 포럼이 있었다. 정치 분야만 해도 정치혁신, 거버넌스 등 분야별로 여러 분과가 있었다. 경제도 경제민주화, 중소기업 등 너무 많았다. 지금은 좀 더 정돈된 느낌이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와 관계가 소원했던 이들이 복귀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제2대 임원진 중 눈길을 끄는 인물은 이성출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다. 정책네트워크내일 관계자는 “통일 문제는 결국 안보를 다뤄야 하는데 이 전 부사령관이 군사 안보분야에서 정책대안을 제시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 전 부사령관은 안 전 대표가 4·13 총선 직전 공들여 영입한 인사다. 하지만 총선 공천 과정 당시 비례대표 순번 문제로 이 전 부사령관과 안 전 대표가 멀어졌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 전 부사령관의 이사진 선임을 두고 안 전 대표의 ‘잃은 양 찾기’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들리는 까닭이다.
실제로 안 전 대표는 ‘진보의 좌장’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향해서도 다시 구애를 보낼 예정이다. 최 교수는 정책네트워크내일의 제1대 이사장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약 80일 만에 안 전 대표의 곁을 떠났다. 안 전 대표의 다른 측근은 “조만간 안 전 대표가 최 교수에게 따로 연락을 할 것이다. 제1대 소장 출신인 장하성 교수도 비공식적으로 정책네트워크내일을 돕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정책네트워크내일이 과거와 달라진 점은 뭘까. 앞서의 측근은 “지난 대선 때는 ‘두바퀴 경제’ 등 경제정책 이름 짓기에도 혼선이 왔다. 당시 캠프가 급조된 측면이 강했고 국민여론이 폭발한 시점이라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안 전 대표 자신의 논리가 강화됐다. 공정성장론처럼 확실하게 자기 색깔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차츰 각론을 보완해 나갈 것이다”고 설명했다.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의 싱크탱크 ‘동아시아미래재단’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2006년 7월 11일 설립된 동아시아미래재단은 손 전 고문의 정치 활동을 꾸준히 지원하고 있는 단체다. 동아시아미래재단은 최근 김종희 더민주 용인정 전 지역위원장을 신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전임 사무총장 김병욱 의원이 김 전 위원장에게 자리를 넘겨준 것이다. 더민주 핵심 당직자는 “김 전 위원장은 원래 손학규계로 불렸던 사람이다. 이번에 원내로 들어온 김 의원이 재단 사무총장직을 유지하는 것은 애당초 격에 맞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김 전 위원장이 ‘국민의당 인사’라는 점이다. 김 전 위원장은 17~19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제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간판을 달고 용인정에 출마했다. 정치권의 이목이 김 전 위원장에 쏠리는 까닭이다. 일각에선 ‘새판짜기’ 발언으로 정계 복귀를 시사한 손 전 고문의 국민의당 입당 가능성을 예측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손 전 고문의 최측근은 “특별한 의미는 없다. 출마를 위해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겼지만 김 전 위원장은 원래 민주당에 뿌리를 두고 있었던 사람이다. 우리 쪽 멤버들 입장에선 한 식구나 다름없다. 여러 사람이 물망에 올랐지만 김 전 위원장이 적임자였다”고 잘라 말했다. 앞서의 당직자 역시 “손 전 고문이 국민의당 인사를 배치했다고 과한 해석을 할 필요는 없다. 손학규계의 조직은 생각보다 느슨하다. 국민의당과 더민주 양당에 골고루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손 전 고문의 정계복귀 시점과 형식도 여전히 미궁 속이다. ‘추석직후 복귀설’부터 ‘제3지대 창당론’까지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지만 확실히 알려진 사실은 없다. 손 전 고문의 최측근은 “최근 추석 직후에 손 전 고문이 복귀한다는 얘기가 돌고 있지만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일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물이 흘러가는 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정계복귀를 할 때 본인이 어떤 역할을 취할 것인지도 듣지 못했다. 다만 손 전 고문이 장고에 들어간 것은 사실이다”고 전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싱크탱크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박 시장의 정책자문 역할을 맡을 싱크탱크 ‘희망새물결’(가칭)이 내달 출범할 예정이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희망새물결의 조직 분야는 박 시장의 측근 김민영 참여연대 전 사무처장과 오성규 서울시설관리공단 전 이사장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 분야에선 서왕진 전 서울시 정책특보가 조직 발족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박원순 키즈’인 세 사람을 중심으로 약 300명 시민사회단체 출신 인사들이 희망새물결에 참여할 전망이다.
박 시장의 최측근은 “박 시장이 과거에 시민운동을 하면서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에서 지역활동을 했던 분들과 함께 혁신자치포럼을 만들었다. 혁신자치포럼을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정권교체기를 맞아 좀 더 새롭고 참신하게 시민사회의 역동성을 발휘하자는 취지로 조직을 새롭게 리모델링 중이다. 2011년에 ‘내가 꿈꾸는 나라’를 출범했었는데 비슷한 성격의 단체다. 2018년도 지방선거를 포함해 인재도 키우고 정책도 개발하자는 것이 희망새물결의 설립 취지다”고 설명했다.
시민사회세력이 중심인 희망새물결은 ‘전국조직’으로 활동할 전망이다. 정치권이 희망새물결을 내년 대선을 위한 박 시장의 외곽 조직으로 보고 있는 까닭이다. 박 시장의 다른 측근은 “전국적인 조직이 맞다. 원래 혁신자치포럼이 전국조직이었다. 지역에도 회원들이 많이 있지만 대선 캠프는 아니다. 기존의 조직을 확대한 것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
이정현 격식·의전 파괴 ‘파격행보’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일체의 의전과 격식을 거부한 행보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대표는 취임 직후 매주 월요일 오전 9시에 열린 정례 최고위원회의를 1시간 30분 앞당겨 7시 30분부터 시작했다. 최고위원들의 정국 현안에 대한 공개 모두발언을 생략하고 최고위원회의 운영 방식도 비공개로 전환했다. 매주 수요일 개최되는 대표·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도 간담회 방식으로 전환했다. 당 월례 조회에서는 당직자들을 ‘아우님’으로 부렀고 점퍼와 면바지 차림으로 수행원 한 명 없이 민생 현장 곳곳을 탐방했다. 당내에선 이 대표의 ‘파격 행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비박성향의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전통적인 소통방식을 탈피한 것이기 때문에 일단은 긍정적이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 비서실 관계자는 “수행원 없이 혼자 다닐 때도 많지만 중요할 땐 한 분 정도 함께 동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중진들이 58년생 이 대표에게 협조를 하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17일 이 대표가 취임 첫 최고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소집했지만 중진의원 21명 중 8명만이 참여했다. 서청원, 최경환, 김무성 의원 등 당내 거물급 의원과 전대 라이벌이었던 정병국, 주호영, 이주영 의원 등은 불참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중앙위원회의 핵심 당직자는 “김 의원이 51년생이고 이 대표가 58년생이다. 무려 7살 차이가 난다. 회의에서 김 의원이 이 대표를 ‘대표님, 대표님’ 하면서 고개를 숙이겠나. 면이 안 설 수 있다. 더구나 중진의원들이 이 대표를 탐탁지 않게 생각해서 회의에 빠졌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증언했다. [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