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진입장벽에 고전…해외법인 잇단 철수
인수 당시 삼성전자는 “10년 후 삼성메디슨을 연매출 10조 원을 달성하는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난해 연매출은 2680억 원으로 인수 당시와 큰 차이가 없다. 더욱이 최근에는 매출이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메디슨의 상반기 영업손실은 185억 원이다. 지난해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6분기 연속 적자인 데다 매출 역시 지난해 상반기 1390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1190억 원으로 200억 원 하락했다.
삼성메디슨은 지난해 1분기부터 6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보고 있다.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삼성전자가 인수한 후 삼성메디슨의 사업 전략은 바뀌었다. 인수 이전 메디슨이 중·저가형 진단기기를 주력으로 공급했다면 인수 이후에는 프리미엄 장비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진입장벽이 워낙 높아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메디슨이 잇달아 해외법인 철수를 결정하고 있는 것도 불안 요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때 11개였던 삼성메디슨의 해외법인은 현재 인도법인만 남아 있다. 삼성메디슨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삼성메디슨의 해외법인을 통합하는 과정”이라며 “2012년부터 진행했던 건이라 최근 매출 부진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삼성메디슨이 사실상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에 종속된 기업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 차원에서 삼성메디슨의 기기를 지나치게 싼값에 구입하고 있다는 것. 삼성메디슨의 매출원가는 갈수록 줄고 있고 생산대수는 많아졌는데 매출은 줄었기 때문이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메디슨의 삼성 계열사와 거래액은 1160억 원에 달한다. 삼성메디슨 측은 “판매가 등 자세한 거래 내용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삼성메디슨과 흔히 비교되는 기업은 바이오 의약품 생산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다. 삼성전자는 2011년 삼성물산·삼성에버랜드의 합작법인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출범했다. 삼성전자는 2013년 12월, 2014년 7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3010억 원, 186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또 2014년 6월에는 삼성전자의 바이오의약품 기술자산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전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반면 삼성메디슨은 삼성전자의 금전적인 지원을 받은 게 거의 없다.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와 전시회 등에 같이 참여해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하는 등 간접적인 지원만 받아왔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비해 지원이 부족했던 건 사실이지만 신경 쓰지 않는 건 아니다”라며 “직접적인 금전 지원이 없었던 것이지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의 기술력과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지원을 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메디슨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1190억 원을 경상연구개발비로 사용했다. 임직원도 2011년 말 499명에서 2015년 1038명으로 늘어났다. 투자액이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에 삼성메디슨 관계자는 “의료기기 내에도 내과, 산부인과 등 다양한 분야가 있어 분야마다 투자를 하고 있다”며 “삼성메디슨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을 새롭게 진입할 뿐 아니라 제품군도 확장을 하고 있기에 당장의 매출은 부진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삼성메디슨 매각을 요청하고 있으나 삼성전자는 그럴 뜻이 없다고 밝혔다. 고성준 기자 joonko1@ilyo.co.kr
삼성메디슨은 최근 몇 년 간 연구개발(R&D)에 꾸준히 투자한 만큼 조만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삼성메디슨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하반기에 나오는 신제품들을 기대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여러 학술 논문에서 삼성메디슨이 인용되고 있으니 입소문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삼성메디슨은 어떤 회사? 한때 국내의료기기 점유율 1위 삼성메디슨은 1985년 메디슨이란 이름으로 시작된 의료기기 전문 벤처기업이다. 시작은 당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원이었던 이민화 전 메디슨 회장 등 7명이 초음파 진단기를 개발해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이 전 회장은 이듬해부터 사업 확장에 나섰다. 1986년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하고 1988년 4월에는 강원도 홍천군에 제조공장(현 삼성메디슨 제조1센터)을 준공했다. 1990년엔 국내 의료기기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 국내를 대표하는 의료기기 업체로 성장했다. 이전에는 삼성과 글로벌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사가 1984년 합작해 세운 삼성GE의료기기가 1위였다. 삼성은 1997년 GE와 결별했다. 이민화 전 회장은 ‘벤처연방제’를 표방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메디슨은 벤처기업 최초로 코스피에 상장된 회사이기도 하다. 또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 메디슨은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펼쳐 한때는 23개 계열사 총 40개 회사를 보유했다. 하지만 미국발 IT버블 붕괴로 인한 유동성 위기, 무리한 M&A 등으로 인해 타격을 받았고 결국 2002년 부도 처리됐다. 법정관리를 받던 메디슨은 2006년 6월 법정관리를 벗어났고 칸서스 사모펀드(PEF)에 인수됐다. 2010년 메디슨은 다시 시장에 나왔고 삼성전자는 SK와 경쟁 끝에 메디슨을 인수했다. 사명도 지금의 삼성메디슨으로 교체됐다. 한편 2014년 말 삼성전자는 삼성메디슨과 합병하겠다고 밝혔으나 다음해인 2015년 합병 없이 현 체계를 지속하겠다며 철회한 바 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