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자율협약 유지 결정 최종 결정···유지 안 되면 법정관리 수순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출처=연합뉴스
[일요신문] 한진해운이 구조조정을 위한 자구안을 내놓았지만 채권단의 반응은 싸늘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단은 한진그룹의 전향적인 고통분담 없이는 채권회수 등 법정관리 수순에 돌입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한진해운은 지난 25일 자구안을 내놓았으나 앞서 지난 5월 4일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에 돌입한 뒤 낸 자구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수준이라고 채권단은 평가했다. 지난 자구안에서 한진해운은 용선료 조정, 공모 회사채 상환 유예, 사옥과 보유 지분 매각 등을 통해 4천112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음달 2일 만료되는 한진해운에 대한 조건부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은 유지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채권단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부족자금은 최악의 경우 1조3000억원대에 달하는데 자구안은 유상증자 4000억원만 실현 가능성이 있어 채권단이 먼저 부족자금을 투입하면 그때 지원하겠다는 의미라는 설명이다. 채권단은 한진해운 구조조정을 위해 조양호 회장 등 한진그룹 차원의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한진그룹은 한진해운 구조조정 지원에 선을 긋는 모양새다. 한진해운의 최대주주인 대한항공은 과도한 지원을 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신규 지원을 하게 되더라도 감자 및 출자전환 등에서 제외해달라고 명시했고, 채권단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한항공이 보유한 영구채 2200억원을 대상으로 채권금융기관협의회의 협약채권과 동일한 조건으로만 고통을 분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그룹차원의 전액 상각이 불가능하고, 이자율을 낮추는 정도로만 고통을 분담하겠다고 명시한 것으로 채권단의 반응은 “턱없이 미흡하다”며, 실망감을 표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 채권단 회의에서 결정할 사항이지만 사실상 자율협약 유지가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채권은행들은 자율협약 유지 불가 결정이 내려지는 대로 채권 회수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해외 선주들도 이르면 내주부터 채권 회수에 돌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상당수 채권자가 관련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30일까지 최종 결정하기로 했는데, 자율협약 유지 불가 결정이 내려지면 곧바로 채권 회수 절차에 들어갈 것”면서 “고통 분담이 원칙인데, 한진그룹 측에서 고통을 짊어질 수 없다고 했으니 원칙대로(법정관리 신청) 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그리고 시중은행이 보유한 한진해운 총위험노출액(익스포져)은 최저 1조1000억원 가량을 내주 중 상환 요청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유지 안은 8월 30일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자율협약 유지 결정은 산은과 KEB하나·농협·우리·국민·부산은행 등 채권단 75%가 동의해야 한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