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인자로 고달픈 ‘장’에 활력
▲ 초유제품은 보통 분말형과 정제형의 두 종류다. | ||
아이들의 분유나 어른용 초유 제품에 들어가는 것은 젖소의 초유. 젖소가 송아지를 낳은 후 72시간 이내에 나오는 초유를 사용해서 제품을 만든다. 사람의 초유와 단백질 구성은 조금 다르지만 사람의 초유보다 쉽게 구할 수 있으면서 종(種)의 특이성이 없어서 사람이 먹어도 탈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젖소의 초유에는 면역글로불린 IgG가 사람의 초유보다 100배 이상, 성장인자도 10~20배나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젖소의 초유에는 당 단백이나 트립신 억제제 등의 특수 물질이 있어서 성장인자 등의 좋은 성분이 사람의 위장에서 소화액에 의해 분해되는 것을 막아주기도 한다.
초유의 효과는 의학적으로도 어느 정도 입증돼 있다. 분당재생병원 소화기내과 백현욱 박사(대한암예방학회 부회장)는 “면역글로불린, 성장인자 성분으로 인해 면역력 증가, 장 점막 강화 효과가 뛰어나다. 또 많은 펩타이드가 항균작용을 한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초유의 대표적인 효능은 다음과 같다.
△면역력 증진=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우리 몸속에서는 매일매일 이상세포가 생겨나고,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침입도 잦다.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운동부족, 잘못된 식습관 등이 있다면 특히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만큼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면역시스템이 잘 작동하면 질병으로 이어지지 않는데, 초유에는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여러 가지 면역글로불린 성분이 들어 있다.
△장을 튼튼하게=초유 속의 성장인자가 약물, 노화 등으로 손상된 장 점막세포를 재생시켜 준다. 장이 손상되면 각종 독소, 세균이 장내에 깊숙이 침투하게 된다.
△알레르기 예방=항원을 차단하는 IgA라는 물질을 함유하고 있고, 장 점막이 튼튼해지면 알레르기 원인이 되는 항원의 침투가 어려워진다. 따라서 알레르기성 비염, 천식 등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외에 최근 젖소의 초유가 강한 지구력 훈련을 하는 운동선수들의 체력 보강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호주 퀸즈랜드대학 연구팀이 29명의 남자 장거리 사이클 선수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매일 10g의 젖소 초유가 들어간 체력 보충제를 먹은 그룹은 8주차에 5일 연속 강훈련 후에 측정했더니 기록이 우수하고 피로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연구팀은 “젖소 초유가 면역체계와 호르몬, 신경계에 작용해 격렬한 운동에 따른 타격을 완화시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초유가 의학적으로 처음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1962년 미국의 세이빈 박사가 소의 초유에서 항소아마비 항체를 분리해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하면서부터. 1980년대 중반엔 로타 바이러스에 의한 어린이 설사를 초유로 치료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암환자의 면역력 증가, 노화방지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물론 그전에도 초유를 활용한 예는 많았다. 예를 들어 중세 성직자들은 초유를 항생제 대신 사용했고, 인도의 전통의학인 아유베다 의학에서도 초유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특히 어떤 사람이 먹으면 좋을까. 우선 장이 나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 설사 또는 변비가 잦거나 두 가지 증상이 교대로 나타나는 과민성 대장증후군으로 고생하는 경우, 감기약이나 진통제 등을 오래 복용해 장 점막이 손상된 경우 등이 그것이다. 항암치료로 장이 손상돼 설사를 계속 하거나 음식을 넘기지 못해 호스로 영양을 공급하는 도중에 설사를 할 때도 초유를 먹으면 효과가 있다.
을지병원 가정의학과 손중천 교수는 “술을 좋아하거나 직업상 어쩔 수 없이 술자리가 잦은 경우에도 좋다”고 말했다. 초유의 성장인자가 알코올로 인한 장 점막의 손상을 복구해 주면 추가적인 간, 췌장 손상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면역력이 떨어져서 유난히 감기에 잘 걸릴 때, 면역력을 높이고 싶을 때 권할 만하다. 입 안이 자주 헐 때도 초유 분말 또는 정제를 입 안에 잠시 물고 있다가 삼키면 좋다.
실제로 병원에서도 장 자체의 염증은 물론 합병증을 동반하는 심한 외상·화상, 급성 췌장염, 간경화, 신부전증, 암 등의 다양한 질환에 초유를 처방한다. 예를 들어 복수가 심하게 차면서 자발성 복막염이 있는 간경화 환자에게 초유를 쓰면 이뇨제의 양을 줄이면서도 좋은 효과가 있다. 수술 전후로 쓰면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
시판되는 초유 제품은 수입품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얼마 전부터는 국내 회사가 원료를 수입해서 상품화한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보통 분말형으로 된 것과 씹어서 먹는 정제형 2가지가 있다. 또 100% 초유 제품인 것이 있는가 하면 비타민, 칼슘 등 몸에 좋은 다른 성분을 추가한 대신 초유 함량이 20~50% 정도로 적은 제품도 있으므로 제품 설명을 꼼꼼히 읽어보고 자신에게 맞는 것을 고른다. 가격은 1개월 먹을 수 있는 양이면 보통 3만~5만 원 정도다.
초유는 생산일에 따라 여러 가지 좋은 성분들의 함량이 달라진다. 따라서 초유의 생산시간에 따라 품질이 좌우된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생산시간을 직접 확인할 길이 없는 만큼 믿을 만한 제품을 고르는 것이 최선의 방법. 또 항생제와 성장호르몬 등을 쓰지 않은 젖소의 초유를 사용한 제품, 저온가공으로 영양이 파괴되지 않은 제품을 고르는 것이 요령이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분당재생병원 소화기내과 백현욱 박사, 을지병원 가정의학과 손중천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