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지렛대 삼아 MB 넘기
▲ 2005년 10·26재선거 뒤 당선자들과 웃고 있는 박근혜 당시 대표. 박 전 대표는 이번 재선거에서 영광을 다시 재현해야 ‘대권’ 가능성이 보인다. | ||
4월 초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얼굴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먼저 슬픈 장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연초 후보 검증 문제로 지지율이 주춤했지만 최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이 타결된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 간의 지지율이 다시 격차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경제신문>이 한국리서치와 공동으로 실시한 4월 6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은 44.2%로 박 전 대표의 18.6%보다 25.6%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이는 지난달 19일 SBS-한국리서치 조사와 비교할 때 이 전 시장은 3.5%포인트 상승한 반면 박 전 대표는 3.9% 떨어진 것이다.
반면 박 전 대표를 미소 짓게 만드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지난 4월 6일 발표한 한나라당 대의원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를 지지했던 한나라당 대의원 상당수가 박근혜 전 대표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1위 후보에게 가세하고자 하는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 대신 열세 후보에게 동정표가 쏠리는 ‘언더독 효과(Underdog Effect)’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박 전 대표 측은 “긍정적 시그널이긴 하지만 좀 더 조사결과를 분석해봐야 한다”며 조심스런 모습이다.
그럼에도 선거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결과를 ‘유의미’하게 보고 있다. 한 전문가는 “이 전 시장의 대의원 지지율이 몇 달 전부터 계속 현 단계에서 고착되는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당심의 지지율 상승이 일정한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당심 지지율은 소폭이나마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손 전 지사 지지층이 움직이는 것은 물론 박 전 대표가 최근 전국을 돌며 대의원을 직접 접촉하는 강행군이 서서히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박 전 대표의 계속되는 당심 행보와 4·25 재보선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여준다면 대의원 지지율은 계속 상승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 측은 아직 8월 경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상황에서 여론조사 결과에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있다. 특히 캠프의 한 관계자는 “이 전 시장의 현재 지지율은 분명히 거품이 있다. 40%의 절반인 20% 정도는 수도권과 호남의 유권자들이 가지고 있는 ‘위장표’다. 여권에서 막강한 후보가 나오면 이들 20% 지지층은 바로 그쪽으로 빠져나갈 것이다. 경선이 임박해지면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은 20% 아래로 빠질 것이 확실하다”고 말한다.
반면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상승 포인트가 많다고 주장한다. 앞서의 관계자는 “현재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지지율에 머물고 있는 박 전 대표는 30%를 넘는 게 급선무다. 지난해 5월 피습 직후 27%까지 올라간 적이 있으나 이후 20% 안팎에 머물고 있다. 선두인 이 전 시장과의 격차를 10%포인트 안으로 좁혀야 대역전극을 기대할 수 있다”며 일단 박 전 대표의 열세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캠프의 최경환 의원은 이에 대해 “심정적으로 박 전 대표를 지지하면서도 지지율 격차 탓에 이 전 시장 쪽에 서 있는 사람이 (당내에) 많다. (박 전 대표 지지율이) 30%대로 올라서면 상황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그리고 30%대로 올라서는 대 반격의 달이 바로 4월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지율 30%대 진입을 위한 사다리에는 어떤 전략이 숨어있을까.
가장 핵심은 ‘박풍’의 재점화다. 사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대표로 재임하면서 ‘국회의원 재보선 40 대 0 신화’를 쓴 주인공이다. 그리고 그 여세를 몰아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박근혜 대세론’을 형성해 이 전 시장이 탈당하지 않도록 ‘관리론’을 구상했을 정도로 압도적 우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그래서 캠프도 4·25 재보선 지원유세에 적극 참여, ‘옛 영광의 재현’을 이룬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되면 ‘한나라당 에이스’로서의 자신감을 회복하는 동시에 지지율도 상승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캠프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번 4·25 재보선이 대반격을 위한 ‘D데이’가 될 것이라며 큰 기대를 하고 있다. 박 전 대표 측은 “경선을 앞둔 마지막 선거다. 유세가 시작되고 박 전 대표 특유의 몰아치기가 시작되면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다. 재보선 현장에서 박 전 대표의 인기가 이 전 시장을 압도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4·25 재보선 관전의 핵심 포인트는 대전 서을. 한나라당 이재선 후보와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 후보 당선을 위해 언제든지 달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재보선의 승리 가치가 이전에 비해 떨어진다는 데 박 전 대표의 고민이 있다. 열린우리당이 재보선을 거의 포기하고 있는 상태라 긴장감도 떨어지고 이곳의 한나라당 지지도가 기타 정당에 비해 4~5배 정도 앞서고 있어 ‘박풍’이 아니더라도 이 후보가 이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중진들을 계속 영입해 당심의 우위를 토대로 일반 국민들의 지지율도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한나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당 중진들이 실제로 대의원을 끌어 모을 수 있는 현실적 힘은 없지만 영입에 대한 상징적 효과가 크기 때문에 당심이 박 전 대표 쪽으로 보다 안정적으로 몰릴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어 그 파괴력은 상당할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박 전 대표 측은 최근 서청원 전 대표를 영입하면서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 전 대표는 지난 4월 3일 서 전 대표의 자택을 찾아 당내 경선에서의 도움을 요청했고 서 전 대표도 그것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진다. 서 전 대표는 김덕룡 김무성 의원과 함께 당내 민주계의 ‘삼두마차’인데다 특히 수도권에 영향력이 큰 ‘거물’이라는 점에서 서 전 대표가 캠프 고문을 맡을 경우 대의원 및 당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게 박 전 대표 측의 기대다.
반면 이 전 시장 측은 이재오 의원을 서 전 대표의 자택으로 보내 설득작업을 했지만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만남에 동행한 한 의원은 이에 대해 “서 전 대표는 이 전 시장을 지지할 의사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도 사람이 넘치는 이 전 시장 쪽으로 뒤늦게 갈 경우 나중에 경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자신의 공헌을 인정받기 힘들 것이라고 하더라. 차라리 열세에 있는 박 전 대표 쪽으로 가서 역전승을 이루어 낸다면 자신은 일등공신이 될 수 있다며 현실적 선택을 했다고 한다. 당 대표에 있을 때에 비해 힘은 많이 떨어졌지만 여성과 하위 당직자들을 중심으로 조직화해서 박 전 대표를 열심히 도울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 측은 이 전 시장 측에서도 서 전 대표를 잡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서 대표 측이 자신의 정치적 ‘대부’인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 전 시장 지원에 나선 것과 달리 박 전 대표 측을 지원키로 결심한 데 큰 정치적 의미를 두고 있는 분위기다.
박 전 대표 측은 또한 다수의 당내 원로 중진급 인사들을 내심 ‘아군’으로 판단하고 있다. 당심에 있어 상징성이 있는 최병렬 전 대표의 경우 “본선에서 당선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검증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큰 이 전 시장보다는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게 아니냐는 입장이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 역시 이 전 시장을 지지한다는 일부 보도와 달리 박 전 대표에 더욱 호의를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김덕룡 의원도 현재 박 전 대표 캠프 사람들과 수시로 회의를 하며 적극적으로 돕고 있기 때문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와 함께 학연(고려대)을 감안할 때 이 전 시장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계진 의원이 지난달 20일 당 홈페이지를 통해 박 전 대표를 공개 지지한 것에 대해서도 박 전 대표는 당내에 자신의 ‘대선 승리’ 가능성을 높게 보는 세가 늘어나는 ‘신호’로 간주하며 상당히 기뻐했다는 후문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박 전 대표로서는 이 전 시장에 비해 상대적 열세인 일반국민 지지도보다는 당내 지지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을 당내에 과시해 그것을 토대로 국민 지지도로 세를 넓혀나가려는 전략이다”라고 말했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