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만큼 폐에 나빠 켁켁
![]() |
||
▲ 레이저 프린터에서 나오는 미세물질의 위험성에 대한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자동차 배기가스처럼 규제대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 ||
물론 앞으로도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과연 어떤 성분 때문에 어느 정도나 해가 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 피해를 줄일 수 있는지 자세히 알아본다.
이번에 프린터가 담배를 피우는 것만큼이나 폐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곳은 호주의 퀸즐랜드 테크놀로지대학 연구팀이다. 연구팀이 수십 대의 레이저 프린터를 조사한 결과, 약 30%에서 토너와 비슷한 미세물질을 공기 중에 위험할 정도로 방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보다 정확하게는 62대의 프린터들을 조사했더니, 이 가운데 17대가 아주 많은 양의 미세물질을 방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린터 사용으로 인해 근무시간에 측정한 사무실 공기의 미립자 수치도 다른 때보다 무려 5배나 높아졌다고 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프린터뿐 아니라 다른 사무용 기기들도 함께 조사했는데, 일반적인 사무실 환경에서는 프린터에서 가장 많은 미세물질이 방출됐다.
연구팀의 리디아 모로스카 교수는 “레이저 프린터의 토너에서 나오는 초미립자 형태의 미세물질들이 공기와 같이 체내로 들어오기 마련”이라며 “폐 깊숙이 스며들면 담배를 피우는 것과 똑같은 정도의 손상을 지속적으로 입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런 유해한 초미립자 형태의 물질을 흡입했을 경우 어떤 물질이냐에 따라 건강에 위협을 줄 수 있다. 호흡기 질환은 물론 심혈관질환, 암 등의 발병과도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인하대병원 산업의학과 임종한 교수는 “프린터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이 미세분진(0.1~10㎛)이냐, 초미세분진(0.1㎛)이냐에 따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 미세분진보다는 초미세분진이 많을 경우에 더 큰 해가 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경유차 매연의 경우에도 초미세분진이 90% 이상으로 폐 깊숙이 침투해 호흡기 손상, 암 유발 가능성이 제기돼 있다.
주로 어떤 프린터에서 많은 미립자가 나왔을까. 연구팀에 따르면 미립자 방출 수치는 프린터의 제조회사, 모델, 사용 정도, 카트리지 모델, 카트리지 사용 정도 등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고 한다. 그렇기는 해도 공통적으로 프린터의 토너 카트리지가 새 것일수록 미립자가 많이 방출됐다. 그래픽이나 사진을 프린트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글자만 있는 문서를 프린트할 때보다 더 많은 토너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프린터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의 성분은 어떤 것일까. 지난해 독일의 컴퓨터 전문잡지인 <컴퓨터빌트(COMPUTERBILD)>에도 프린터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에 대한 기사가 게재된 바 있다. 레이저 컬러프린터용 토너를 교체할 때나 프린트 과정에서 발산되는 광선에서 건강을 해치는 물질이 검출되었다는 내용이었다.
![]() |
||
▲ 프린터 내부의 검은 미세물질. | ||
암을 유발하는 아조염료가 나온 제품은 2개였다. 아조염료가 분해되면서 만들어지는 화합물에 접촉할 경우 피부염이나 암이 유발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허용치를 초과하는 양의 벤졸(Benzol), 스티롤(Styrol) 등이 나온 제품도 1개씩이었다. 벤졸, 스티롤 역시 발암물질로 간주되는 성분이다.
이런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기오염의 주범인 자동차의 배기가스를 규제하는 것처럼 실내오염원이 되는 프린터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을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별다른 규제가 없는 실정인 만큼 프린터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을 줄이려면 사용할 때 보다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안전하다. 일단 프린터를 사용하는 곳의 환기를 자주 시키고, 쓰고 난 토너를 교체할 때도 가루가 날리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좋다.
토너 카트리지를 버릴 때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다 쓰고 나면 토너 가루가 날리지 않도록 비닐봉지 등에 넣어 버리고, 버리지 않고 재활용을 하면 경제적이다. 폐카트리지가 일반 쓰레기와 함께 땅 속에 묻힐 경우, 남아있는 토너 가루가 날리면 사람에게 해롭고,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 등이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재생 토너의 사용률이 24.5%에 불과한데 미국의 경우에는 40%로 높다”며 “토너 카트리지뿐만 아니라 잉크젯 프린터에 쓰는 잉크 카트리지를 재활용하면 환경오염, 인체에 미치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한국토너카트리지재활용협회 이종철 사무국장의 이야기다.
토너 카트리지는 보통 3회 정도는 재활용이 가능하다. 재활용된 토너 카트리지는 보통 ‘재생(재제조) 토너’라고 해서 판매되는데, 가격이 새 토너의 3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인하대병원 산업의학과 임종한 교수, 한국토너카트리지재활용협회 이종철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