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본회의 불출석·필리버스터 예고로 투표 불성립…찬성 여론 59%, 선거에 어떤 영향 미칠지 촉각

이번 개헌안은 부마 민주항쟁과 5·18 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계엄 관련 국회의 권한 확대, 지역 균형 발전에 관한 조문 신설 등이 담겨있다. 국회에서 개헌안이 통과될 경우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실무적 절차 등을 고려할 때 5월 10일까지는 국회 문턱을 넘어야 했다.
우원식 의장과 민주당은 5월 7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개헌안을 표결하려 했다. 개헌안이 의결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재적 의원 286명 중 191명으로, 국민의힘에서 12명이 찬성표를 던져야 했다.
국민의힘은 ‘개헌안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다. 5월 7일엔 국회 본회의장에 출석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우 의장과 민주당은 다음날 본회의를 열고 개헌안 표결을 다시 시도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모든 안건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결국 우 의장은 개헌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우 의장은 5월 8일 “법사위를 통과한 민생 합의법안 50개에 대해 일일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국민의힘의 행위는 정치가 아니라 민생인질극이라는 비판을 들어도 시원치 않다”며 “정략과 억지주장을 끌어들여 개헌을 무산시킨 국민의힘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졸속 개헌’을 반대 논리로 내세웠다. 곽규택 원내수석대변인은 “법치주의를 유린하는 세력이 다수의 힘을 앞세워 자신들 입맛에 맞는 헌법 개정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이자, 주권자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22대 국회 후반기에 여야가 개헌특위를 구성해 재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4월 2일 국회 시정연설 전 우원식 의장과 여야 지도부 환담 자리에서 “이번 기회에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조금이라도 해나가면 좋겠다”고 단계적 개헌 추진에 힘을 실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회 개헌안 표결을 하루 앞둔 6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1987년 현행 헌법이 개정된 이후 대한민국이 정치·경제·사회 여러 측면에서 큰 변화를 겪었는데 헌법은 여전히 40여 년간 제자리걸음”이라며 “세상이 변하고 덩치가 커졌는데 옷이 맞지 않는다면, 옷을 좀 고칠 필요가 있지 않으냐”고 했다. 이어 “‘불법계엄을 더 이상 못하게 하자, 국회의 통제를 강화하자’는데 어떤 국민이 반대하겠느냐”며 “반대하는 사람은 불법계엄 옹호론자라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국민의힘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투표가 불성립하자 청와대 강유정 수석대변인은 “국민들은 국가의 안위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개헌마저 반대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려우실 것”이라며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반대로 끝내 헌법개정안 처리가 무산된 데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개헌 국민투표 지방선거와 동시 실시 찬반’에 대해서도 찬성이 59%로 절반을 넘겼고, 반대는 27%에 그쳤다(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가 일각에선 6월 3일 개헌 국민투표를 진행할 경우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해 국민의힘이 개헌을 반대했다는 분석도 있다. 안철수 의원은 5월 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지방선거 직전, 합의 없는 일방적 개헌에 반대한다”며 “이번 개헌안은 이재명 민주당의 지방선거 투표율 상승을 위한 호객용 국민투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또 다른 관계자는 “국민의힘 속내가 드러났다고 본다. 정치인이 ‘민주주의 꽃’인 선거에 투표율이 높아지면 안 된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국민의힘 지방선거 여론조사가 안 좋은 상황에, 중도층이 개헌 국민투표를 위해 투표장에 많이 나오면 참패할 것 같으니까 이유 불문하고 반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탄핵, 조기 대선을 거치며 그 어느 때보다 개헌 필요성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런데 국민의힘의 반대로 개헌 국민투표가 무산됐다. 진보 지지층과 중도층에서 국민의힘 심판 정서가 잡혀 표심이 결집하는 효과가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