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이 최대주주인 KAI 지분 늘리며 경영 참여 선언…KAI 노조 “명백한 경영 개입 시도” 반발

업계에서는 한화의 지분 인수를 두고 KAI 민영화를 염두에 둔 사전 작업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KAI는 민간 상장사지만 한국수출입은행이 지분 26.41%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국민연금도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어 사실상 준공기업 성격을 가진 방산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화는 2015년 삼성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을 인수할 당시 삼성테크윈 보유 KAI 지분 10%를 넘겨받으며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하지만 해당 지분을 2016년,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전량 매각한 바 있다. 자산 효율화 및 방산 구조조정 등 경영 내실을 다지기 위한 조치였다.
약 8년 만에 지분을 인수하며 KAI로 돌아온 한화의 행보는 육·해·공을 아우르는 통합 방산 체계 구축을 위한 퍼즐 맞추기 작업으로 풀이된다. 한화는 이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육상)와 한화오션(해상)을 통해 비교적 강력한 수준의 방산 전력을 구축한 상태다. 다만 항공 분야에서는 ‘전투기’ 플랫폼이 없어 항공 방산의 핵심 주도권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화가 KAI 지분을 크게 확대하거나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엔진과 레이더 등 핵심 부품부터 전투기 몸체인 플랫폼까지 수직 계열화가 가능해질 수 있다. 다만 이로 인한 ‘방산 독과점’ 우려도 커지고 있다. 향후 지분율이 더 높아지거나 이사회 참여, 인수·통합 등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거래가 구체화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경쟁제한성 검토) 절차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한화의 지분 재확보 움직임에 KAI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도 거세다. 지난 7일 KAI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한화의 지분 확보 및 경영 참여 관련 “명백한 경영 개입 시도”라며 “KAI의 경영 독립성과 산업적 기반을 훼손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이사회 참여 반대, 인사 개입 반대, 사업 방향 관여 반대 등 회사 핵심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겠다”며 “지분 확대를 통한 인수 시도가 현실화될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가 육·해·공·우주를 아우르는 통합 방산 청사진으로 KAI 지분을 다시 확보했지만 노조 반발과 독과점 논란에 어떻게 대처할지 관심이 쏠린다. 한화 관계자는 “KAI 경영 참여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정동민 기자 workhar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