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 기상청 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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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신문] “폭염은 이달 25일부터 해제됐으며 9월 초에 일시적으로 섭씨 31도 가량의 높은 기온을 보이겠다. 그 이후로부터 30도 미만으로 떨어지는 선선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구기상지청은 폭염이 8월 말에 전면 해제될 것으로 내다봤다.
태풍은 현재 우리나라에 북상하는 것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9월달 대구·경북의 강수량은 150mm로 평년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올해 여름은 이례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제일 덥다는 대구보다 중부지방인 서울에서 더 높은 기온 분포를 보였다.
이같은 이상고온은 중국에서 내려오는 열파와 남쪽에서 올라오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과 더불어 도심지에서 발생하는 ‘열섬현상’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 30년간 8월 내의 태풍 빈도가 평균 5.9번인 것에 반해 올해 8월 한반도에 북상한 태풍이 없다는 것도 흔치 않는 부분이다. 30년간 9월과 10월의 태풍빈도 횟수는 각각 4.9회와 3.6회이다. 기상청은 아직까지 한반도로 북상하는 태풍은 발견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같은 기상청의 예보에 대해 시민들의 불신은 여전하다.
“기상청 체육대회 날에도 비가 온다.” 우스갯 소리가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기상청의 올해 장마철 예보가 매번 빗나가면서 시민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올해의 예보는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폭염이 한풀 꺾인다는 예보된 날짜가 수시로 바뀌고 국지성 집중호우에 대한 예보도 좀처럼 맞지 않아 피해가 속출했다.
지난달 31일 대구치맥축제의 폐회식은 결국 예고없이 쏟아진 국지성 호우로 무산됐다. 이날 호우로 인해 지역 곳곳의 침수는 물론 낙뢰로 인한 동구와 북구 일대에 정전도 발생했다.
대구기상지청 관계자는 “국지성 호우의 경우 대기 불안정 등으로 인해 좁은 지역에서 빠르게 비구름이 형성돼 단시간에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폭염으로인한 농가의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영천 지역의 수은주가 39도까지 치솟으면서 농장 돼지 100여마리가 폐사했다.
경북에서는 올해 들어 폭염으로 5개 시·군에서 닭과 돼지 등 가축 18만 7414두가 죽었다. 또 온열 질환으로 128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고 이 가운데 4명은 숨졌다.
바닷물의 온도 상승으로 인한 경북 동해안 육상양식장의 피해도 크다.
포항시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21일까지 포항지역 17개 육상양식장에서 강도다리와 넙치 등 어류 46만5000여마리가 폐사했다. 경북에서는 현재까지 양식어류 52만1000여마리가 폐사된 것으로 집계됐다.
기상청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기상청의 연이은 기상 오보로 인해 피해가 더 속출했기 때문이다.
기상청이 지난 2월 적중률을 높이기 위해 500억원이 넘는 슈퍼컴퓨터를 도입했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이같은 오보는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이 슈퍼컴퓨터는 정부가 보유한 물품 중 가장 비싼 것으로 한달 전기료만 2억 5000만원 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예보관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슈퍼컴퓨터로 기상정보의 수치모델이 나오면 여기에 지역 기후의 전문성을 갖춘 예보관이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예보를 한다.
문제는 예보관들이 순환보직이라는 것. 2년마다 근무지가 변경돼 지역 특성에 맞는 예보가 힘들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기상청 관계자는 “순환보직하던 기존 예보관들을 이제부터 한 지역에 오래 근무하도록 고려하는 중”이라며 “예보부서가 24시간 교대근무를 하며 날씨를 예측하는 여건도 사실 쉬운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대구기상청의 예보부서는 총 4개팀으로 관측업무를 포함해 1팀당 6명이 근무한다.
기상청이 관측지점을 이전한 뒤 최고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아져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대구기상지청은 지난해 6월 관측지점을 동구 신암동에서 금호강 주변인 효목동으로 이전했다. 현 기상지청이 도심 주택가에서 벗어나 강을 끼고 있어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게 측정된다는 것이다.
한편 대구의 자동기상관측장비(AWS)는 동구 효목동을 비롯해 신암동, 서변동, 중리동, 현풍면에서 운영하고 있으나 공식 발표값은 기상지청이 있는 효목동의 관측값을 따른다.
남경원 기자 ilyodg@il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