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부패스캔들에 발목 잡혀···헌정 사상 두 번째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탄핵 확정.(브라질리아 AP=연합뉴스)
[일요신문] 브라질 첫 여성 대통령인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결국 탄핵됐다.
브라질 상원은 31일(현지시각) 전체회의를 열고 호세프 대통령 탄핵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61표, 반대 20표로 통과시켰다.
탄핵안 통과를 위해 전체 상원의원 81명 가운데 3분의 2인 54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했지만, 비교적 여유 있게 통과되었다.
이에 따라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이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하고 대국민 성명을 발표했다. 테메르는 호세프의 남은 임기인 2018년 말까지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테메르는 오는 4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 G20 정상회의에 정식 대통령 자격으로 참석한다.
반면, 호세프는 30일 안에 브라질리아 대통령궁을 떠나야 한다.
호세프 지지 시위 모습.(브라질리아 AP=연합뉴스)
호세프의 탄핵 사유는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를 막기 위해 국영은행의 자금을 사용하고 이를 되돌려주지 않아 재정회계법을 위반했다는 것으로 호세프는 관례에 따른 것이라고 맞섰지만, 판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한편, 호세프는 브라질 헌정사상 두 번째로 탄핵을 당한 불명예를 안게 됐다.
지난 1992년 페르난두 콜로르 지 멜루 대통령이 경제정책 실패와 잇단 비리 의혹으로 하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되자 사임했다.
호세프 역시 지난 2011년에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오른 뒤 2014년 재선에 성공했지만, 사상 최악의 경제난과 부패 스캔들에 이어 재정회계법 위반 혐의로 결국 탄핵되고 말았다.
사진은 테메르(앞줄 가운데)가 이날 브라질리아의 의회에서 대통령 취임식 도중 박수를 받는 모습.(브라질리아 EPA=연합뉴스)
호세프는 자신의 탄핵을 의회 쿠테타로 규정하고 대법원에 위헌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정치적 동지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을 노동자당 대표로 추대해 2018년 대선에서 재집권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탄핵 정국을 주도한 테메르 부통령과 제1당 브라질민주운동당(PMDB) 소속 의원 다수도 부패 스캔들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노동당의 반발 등으로 브라질의 정국 안정은 힘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