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쏘는 유혹 노화 지름길
|
||
DNA(디옥시리보 핵산)는 세포 가운데의 핵에 위치한 염색체에 들어 있다. 이중 나선으로 꼬여 있는 모양으로, 세포 하나에 들어 있는 DNA를 연결해 보면 그 길이가 무려 1.8m에 이른다고 한다. 세포의 핵 속에 들어 있는 DNA 외에 세포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에도 DNA가 존재한다.
흔히 우리가 유전자라고 부르는 것은 DNA 중에서도 ‘나와 닮은꼴 자손’을 만들 수 있도록 해주는 것만을 말한다. 새로운 신체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사작용에 꼭 필요한 단백질을 합성해야 하는데, DNA가 단백질을 만드는 설계도 역할을 맡는다.
그런데 생활 곳곳에 이 DNA를 손상시키는 것들이 숨어 있다. 막연히 건강에 나쁜 것으로만 알고 있는 탄산음료도 그중 하나다. 영국의 셰필드 대학 분자생물학과 피터 파이퍼 교수는 얼마 전에 “효모 세포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더니, 탄산음료에 방부제로 쓰이는 안식향산나트륨이 미토콘드리아 안에 있는 DNA의 핵심 부분을 손상시켰다”며 “이렇게 되면 파킨슨병을 비롯한 퇴행성 질병이 생기기 쉽고 노화 속도도 빨라진다”고 밝힌 바 있다.
참고로 안식향산나트륨 성분은 음료 속에 첨가된 비타민 C와 결합할 경우에는 발암물질인 벤젠까지 만들어낸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국 식품기준청(FSA)은 지난해에 벤젠 농도가 높은 음료 4종류를 회수하기도 했다.
휴대폰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DNA를 손상시킬 위험도 제기돼 있다. 유럽연합(EU)의 지원 아래 유럽 7개국 12개 연구팀이 4년 동안 전자파가 인체와 동물 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했는데, 휴대폰과 비슷한 강도의 전자파에 노출된 세포의 DNA 사슬이 끊어졌다. 노출 시간이 길고 전자파 강도가 셀수록 더 많이 끊어졌다. 또 손상된 DNA는 자체 복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다음 세대의 세포에도 손상이 계속 남아 있었다. 하지만 실험실에서 배양한 사람과 동물의 세포를 이용한 실험으로, 반드시 인체에 해롭다고는 보기 어렵다는 반론이 있다. 전자파가 걱정된다면 유선전화를 쓰거나 이어폰을 연결해서 쓰는 게 낫다.
DNA가 손상되면 왜 문제가 될까. DNA는 끊임없이 복제되는데, 복제 과정에서 내부 또는 외부적인 요인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DNA 배열이 흐트러진 즉 손상된 DNA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손상된 DNA를 스스로 복구하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해 각종 질병에 걸리기 쉽고 노화속도도 빨라지기 마련이다.
분당제생병원 소화기내과 백현욱 교수(대한암예방학회 회장)는 “담배를 열심히 피웠는데도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았는데도 억울하게 폐암에 걸리는 사람이 있는 것도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능력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
||
| ▲ 휴대폰의 전자파와 담배의 타르 성분은 DNA 손상을 일으키는 주요 요인이다. | ||
우리 몸의 DNA를 손상시키는 요인으로는 자외선, 자동차 배기가스, 화학물질, 방사선 같은 환경적인 것이 있는가 하면 흡연, 음주, 활성산소, 운동 부족 등 잘못된 습관과 관련된 것들도 많다. 흡연자들을 검사해 보면 비흡연자보다 DNA가 훨씬 손상돼 있어 각종 암에 걸릴 확률도 그만큼 크다. 예를 들어 담배연기 속의 타르가 유방세포의 DNA 손상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유방세포 자체의 DNA 수리기능마저 파괴해 유방암 발생을 촉진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스트레스 또한 DNA를 손상시킨다.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부신에서 ‘코르티솔’이라는 부신피질 호르몬이 과잉 생산되기 때문이다.
식습관 중에서도 DNA를 손상시키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과다한 지방, 특히 불포화 지방산의 과다섭취는 유방세포의 DNA를 손상시켜 유방암을 잘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하지만 고칼로리를 계속 섭취하거나 비만하면 유방암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몸무게가 평균치보다 40% 이상 초과되면 유방암, 자궁암, 대장암, 담낭암 등의 위험도가 약 40% 증가된다.
편식을 하는 편이라면 일부 발암물질을 과다하게 섭취해 영향을 미치는 부위의 DNA가 손상돼 특정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영양의 균형뿐만 아니라 암을 예방하는 차원에서도 골고루 먹는 게 바람직하다.
식품의 맛과 색을 좋게 하는 방부제나 인공감미료, 산화방지제, 표백제, 착색제 등의 첨가물도 DNA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반찬으로 자주 해먹는 어묵이나 햄, 소시지 등의 겉포장을 살펴보면 대부분 이런 성분이 한두 가지 이상 들어가 있다. 또 수입 과일에 많이 사용되는 곰팡이 방지제도 세포의 DNA를 손상시켜 발암성이 의심된다.
그런가 하면 DNA 손상을 막아주거나 손상을 빨리 복구하도록 해주는 식품도 있다. 각종 항산화물질이나 엽록소, 식이섬유, 베타 글루칸, 터핀 등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식품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DNA를 손상시키는 활성산소를 중화하거나 제거하는 항산화물질로는 비타민 A, C, E 외에도 폴리페놀, 유황 화합물, 라이코펜, 셀레늄 등이 있다. 식품 중에서는 마늘, 양파, 시금치, 호박, 콩, 된장, 청국장, 김치, 홍삼 등에 많이 들어 있고 포도, 머루, 토마토 등에도 풍부하다.
마늘의 경우 다이알릴 설파이드라는 성분이 PhIP의 생성을 억제해 유방암을 예방해 준다. PhIP는 육류, 계란 같은 고단백질 식품을 고온에서 조리할 때 생기는 발암성 화학물질로 활성 상태에서 DNA를 손상시킨다. 육류 섭취량이 많은 여성들에게 유방암이 많은 것도 PhIP 성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
| ▲ (위부터) 마늘, 포도, 브로콜리. | ||
따라서 엽산을 잘 섭취하면 DNA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암을 예방하는 데 좋다. 심혈관질환, 치매에 걸릴 위험도 줄여준다. 하버드대학이 여성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식사를 통해 엽산을 충분히 섭취한 여성들은 그렇지 못한 여성에 비해 심장질환에 걸릴 확률이 31% 감소했다.
시금치를 삶으면 엽산이 반으로 줄어든다. 오래 삶으면 베타카로틴이 물로 빠져 나오고, 비타민 C가 거의 파괴된다. 끓는 물에 살짝만 삶아 무쳐 먹거나 기름에 살짝 볶아 먹는 게 좋다. 시금치를 생으로 먹을 때는 신장결석을 만드는 옥살산 성분이 문제가 되지만, 보통 반찬으로 먹는 정도의 양으로는 괜찮다.
탱글탱글 잘 익어 한창 제 맛을 내는 포도도 자주 먹으면 좋다. 폴리페놀이나 레스베라트롤 같은 천연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다. 그런데 크기만 작을 뿐 포도와 모양이 비슷한 머루가 더 좋다. 폴리페놀이 포도보다 2배, 레스베라트롤은 5배나 더 많다.
케일이나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양배추 같은 십자화과 채소에도 손상된 DNA 복구를 촉진하는 물질이 있다. 암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10여 종의 십자화과 채소를 이용한 실험에서는 케일, 브로콜리가 가장 높은 암 예방, 항암효과를 나타냈다.
녹즙 재료로 많이 쓰는 신선초도 비타민 C, 카로티노이드, 클로로필, 플라보노이드 등이 풍부해서 자주 먹으면 DNA를 건강하게 지켜준다. 쓴맛이 강해 녹즙 재료로 쓰거나 튀김, 쌈 등으로 먹으면 좋다.
‘장수식단’으로 불리는 지중해식단에 빠지지 않는 올리브오일이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DNA의 손상을 막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 때문인지 올리브오일을 많이 쓰는 지중해 주변 국가에서는 유방암, 대장암, 난소암, 전립선암 등의 일부 암 발생률이 북유럽 국가들보다 현저하게 낮다.
이처럼 DNA를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식품은 다양하다. 하지만 어느 한두 가지만 열심히 먹기보다는 골고루 먹는다는 생각으로 먹는 것이 좋고, 식습관과 함께 운동, 스트레스 해소, 실내 환기 등 생활 전반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분당제생병원 소화기내과 백현욱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