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보다 덩치 키워 단물만 빼먹나’
중국 안방보험에 피인수된 동양생명의 상반기 영업이익이 4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7% 상승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안방보험이 고액의 배당금을 가져가는 등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동양생명 본사 건물. 박정훈 기자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을 인수한 이후 임원진에 변화가 있었다. 안방보험이 인수하기 이전, 동양생명의 등기이사는 구한서 동양생명 대표이사, 김영굉 전 부사장, 박병무 전 기타비상무이사, 변양호 전 기타비상무이사 등 4명이었다. 그러나 인수 이후 구한서 대표를 제외한 3명은 개인 사유로 사임하고 중국인 인사가 그 자리를 메웠다. 현재는 구한서 대표와 야오따펑 동양생명 이사회의장, 짱커 부사장, 뤄젠룽 부사장 등 4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임원진의 보수액이 예년에 비해 올라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등기이사 대부분이 중국인들로 구성된 만큼 국부 유출 논란까지 일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등기이사의 보수액은 총 6억 4700만 원으로 1인당 평균 1억 6200만 원을 받았다. 지난해 상반기 1인당 평균 1억 1700만 원을 받은 것에 비해 38% 올랐다. 반면 일반 직원의 올해 상반기 평균 급여액은 3200만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3100만 원과 별 차이가 없다. 정확히 어떤 임원이 얼마를 받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배당금액 인상도 논란의 대상이다. 지난 2월 동양생명은 2015년 결산배당으로 총 633억 원을 배당했다. 문제는 40.1%의 배당성향이다. 국내 주요 보험사인 삼성생명(27.5%), 한화생명(25.5%), 미래에셋생명(22.8%), 교보생명(16.9%), 흥국생명(10.32%), 신한생명(4.99%) 등에 비하면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다.
동양생명의 2013년 배당성향은 26.9%로 다른 보험사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2년 만에 13.2%포인트가 올랐다는 건 최대주주인 안방보험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동양생명 지분의 63%를 보유한 안방보험은 약 400억 원을 배당금으로 챙겨갔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구한서 대표와 김영굉 전 부사장 2명이 상근임원이었는데 올해는 구한서 대표, 짱커 부사장, 뤄젠룽 부사장 3명이 상근임원이다보니 보수액이 늘어난 것”이라며 “고배당성향은 주주가치 향상을 위한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설명했다.
동양생명의 주력상품인 저축성 보험이 장기적으로 자산건정성 위협 등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정훈 기자
문제는 저축성보험이 일정한 금리를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양생명의 최저보증이율은 2.85%였다가 지난 4월 2.38%로 내렸으나 여전히 업계 최고 수준이다. 한편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지난해 3월 이후 지금까지 1%대에 머물고 있다. 더욱이 2020년부터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가 도입되면 저축성보험은 부채로 인식돼 자산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 안방보험이 이 시기에 맞춰 사업을 철수하면 동양생명에겐 큰 악재로 다가올 수 있다.
김태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안방보험이 동양생명 인수 후 경영계획 또는 비전 등에 대해서는 제시하지 않고 일시납 저축성보험 판매에 주력하는 모습만 보여줬다”며 “일시납 저축보험료 전략은 저금리 상황을 고려한 운용 면에선 향후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동양생명은 해외 투자 및 리스크관리 강화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앞의 동양생명 관계자는 “동양생명 수입보험료 중 상당수를 채권에 투자했다”며 “채권의 평균 금리는 3%대이기에 2%대 금리의 저축성보험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5위권 생보가 중국 품 안에? 안방보험, 알리안츠 인수도 급물살 지난 8월 25일 안방보험은 금융위원회에 알리안츠생명보험 한국법인 인수를 위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다. 인수를 발표한 지 4개월 만이다. 안방보험은 지난 4월 초 300만 달러(약 34억 원)에 알리안츠 한국법인을 인수하기로 하고 독일 알리안츠그룹과 주식매매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5달 가까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하지 않으면서 매각 포기설까지 돌았다. 지난해 2월 안방보험이 동양생명 인수를 위한 SPA를 체결하고 한 달 만에 적격성 심사를 신청한 것과 비교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심사를 신청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일각에서는 심사 신청이 늦어진 이유가 알리안츠생명 노조와의 마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안방보험은 인수 조건으로 구조조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알리안츠생명은 지난 5월 200여 명의 직원을 희망퇴직시켰다. 그러나 알리안츠생명 관계자는 “자발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강압적인 건 전혀 없었으며 노조와의 마찰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업계에서는 동양생명-알리안츠생명 통합설도 나오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동양생명의 수입보험료는 4조 2300억 원으로 생명보험사 중 9위다. 알리안츠생명은 2조 1356억 원으로 14위다. 두 회사의 수입보험료를 합치면 단숨에 5위권으로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자본이 들어오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전용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은행의 부실대출 비율이 2012년 4분기 0.95%에서 2015년 4분기 1.67%로 상승했고 규모는 4929억 위안(약 82조 7200억 원)에서 1조 2700억 위안(약 213조 원)으로 증가했다”며 “중국 은행의 부실대출 증가가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으며 국내 경제에 직접적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