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 신용평가회사 출범설 앞과 뒤
업계에서는 제4 신평사가 허용될 경우 유력한 후보로 서울신용평가를 꼽고 있다. 서울신용평가는 위의 세 신평사들과 달리 기업어음(CP) 관련 신용평가업무를 해왔고 최근에는 전자단기사채 신용평가업무를 인가받았다. 그러나 금융위는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특정 업체를 염두에 두고 진행하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서울신용평가는 전체 회사채 시장으로 업무영역을 확장한 게 아닌 CP의 연장선”이라고 선을 그었다.
금융위원회가 제4의 신용평가회사 허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회사채 관련 업무를 하고 있지 않은 서울신용평가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요신문DB
금융위는 주기적으로 공청회와 간담회를 열어 관련 의견을 듣고 있다. 제4 신평사를 찬성하는 측은 신평사들이 독점에 따른 도덕적 해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법상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하면 2곳 이상의 신평사에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사실상 3사가 독점하는 셈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신평사 시장점유율은 NICE신용평가(35.4%), 한국신용평가(32.7%), 한국기업평가(31.6%) 순으로 3사가 비슷한 수준이다. 즉 신평사들이 안정적인 점유율을 바탕으로 시장에 안주하면서 신용평가의 질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덕적 해이의 예로 꼽히는 기업은 대우조선해양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 말까지 NICE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로부터 AA-등급을 받았다. AA-는 ‘원리금 지급능력이 매우 우수하지만 AAA의 채권보다 다소 열위’인 수준이다. 대우조선해양이 B등급대인 BBB등급으로 내려간 건 지난해 7월로 이미 그해 1분기 43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뒷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제4 신평사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의견도 있다. 신평사들끼리 품질경쟁이 아닌 영업경쟁으로 이어져 평가 능력 향상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임형준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인가 이후 제4 신평사의 평가방법, 접근 방식, 영업행태 등을 미리 가늠하기 어렵다”며 “감독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발행사 의뢰를 받기 위한 등급 경쟁으로 신용평가서비스 품질이 악화될 수 있다”고 전했다.
신평사의 대부분 매출은 평가 의뢰기업의 수수료에서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322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한국신용평가는 약 95%에 해당하는 307억 원이 평가수수료로 벌어들인 수익이었다. 이러한 수익구조는 신평사가 의뢰기업의 눈치를 보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신평사가 기업들의 수수료에 의존하다보니 그동안 기업들의 입장을 지나치게 많이 반영했던 게 사실”이라며 “최근에는 개선 추세에 있지만 아직까지 시장 눈높이에 부합하기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신평사가 과대평가를 내리면 피해는 투자자들에게 돌아간다. 신용평가가 좋게 나오면 회사채 발행금리가 낮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신평사들은 평가요소를 공개하고 있지만 정성적 평가에서 한두 등급 정도 조절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제4 신평사를 허용하는 동시에 신평사의 구조적인 문제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황세운 연구위원은 “제4 신평사 허용만으로는 신평사의 수익구조가 바뀌지 않아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어렵다”며 “투자자들이 판단할 수 있는 다양한 평가모델을 추가하면 현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