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이 ‘캄캄’ 이것도 병입니다
▲ 앞에만 서면 덜덜덜 지나치게 긴장하면 몸속에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맥박과 호흡이 빨라지고 혈압이 올라간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이런 중요한 일이 있을 때는 부담감 때문에 잔뜩 긴장하거나 불안해 하는데 이런 긴장감이나 불안감이 일을 그르치게 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런 불안감은 원하는 목표를 잘 수행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이고, 누구든지 이런 불안감을 어느 정도는 느끼는 것이 정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불안을 느끼는 정도가 지나치면 일을 수행하는 데 방해가 돼 일을 망치게 된다. 취업과 수능 시즌을 앞두고 ‘수행불안’에 대한 대처 요령을 알아본다.
취업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K 씨(26)에게는 큰 고민거리가 하나 있다. 바로 면접시험이다. 워낙 남들 앞에서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심하게 긴장하고 불안을 느끼기 때문이다. 얼굴이 붉어지고 목소리조차 떨려 제대로 발표를 하지 못한 경험이 여러 차례 있다. 졸업논문을 발표할 때도 결국 너무 떨려서 발표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재발표 일정을 잡아야 했다.
결국 취업을 앞두고 정신과를 찾은 K 씨는 관련 검사를 받은 후에 의사로부터 ‘사회공포증’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처럼 어떤 특정 상황의 일을 수행하는 데 불안을 심하게 느낀다면? 때문에 자신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수행불안’일 가능성이 높다. 불안 때문에 맡은 바 업무 수행을 못하는 일이 반복되면 나중에는 불안이 더 커져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조차 두려워할 수 있다.
지나치게 긴장을 하면 우리 몸속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맥박과 호흡이 빨라지고 혈압이 올라간다. 몸이 굳어지면서 머리는 어지럽고 아파서 집중력이 떨어진다. 동공이 확장되면서 눈앞도 깜깜해진다. 시험을 치르면서 극심한 불안을 겪은 학생들이 ‘시험지가 안 보인다’고 하거나 쓰러지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식은땀이 옷을 흥건히 적시기도 한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잉 분비되기 때문에 면역기능이 저하되고, 심혈관 질환의 재발률을 높이는 등의 나쁜 영향도 줄 수 있다.
수행은 혼자만의 상황이 아니라 여러 가지 사회적인 상황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일종의 사회적 불안에 속한다. 만약 수행불안이 심한 데도 장기간 그대로 두면 사회공포증이나 대인공포증이라는 불안장애의 한 종류로 진행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수행불안이 생기는 대상은 다양한데 부담이 되는 상황에 자주 직면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편이다. 즉 운동선수나 수험생같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신의 목표를 이루려고 하는 경우, 그리고 평범한 직장인들도 중요한 연설이나 발표, 교육 등을 앞두고 얼마든지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수행불안이 어느 정도일 때 치료를 받아야 할까. 어떤 일을 할 때 평소에 부담 없이 연습을 하거나 실제 상황이 아닐 때는 무리 없이 수행하는데, 실제 상황이나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면 너무 긴장하거나 불안해서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잦은 편이라면 일단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유승호 교수는 “특히 지나친 긴장과 불안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특정 상황을 피하려 하고 직업적, 사회적 활동에 지장을 주고 있다면 치료가 필요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수행불안이 병적으로 발생하는 사회공포증인 경우, 병원을 찾으면 약물치료와 함께 인지행동치료를 받게 된다.
약물치료는 우울증 치료제로 알려져 있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가 가장 많이 처방되는데, 일단 효과가 보이면 장기간 복용해야 한다.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이나 베타수용체 차단제를 짧은 기간 사용하기도 한다.
▲ 불안의 강도를 X축으로, 이에 따른 수행결과를 Y라고 할 때, 불안이 너무 적으면 치밀한 준비를 안 하게 되고 불안이 너무 심하면 집중을 하지 못해 모두 목표를 수행하기 힘들다. 결국 적당한 불안이 있을 때 가장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 ||
수행불안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불안을 아예 느끼지 않는다면 이렇게 고생하지 않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불안이 너무 없으면 어떤 일을 수행하는 데 꼭 해야 하는 준비를 안 하게 된다. 불안이 너무 없거나 불안이 너무 심한 것 모두 수행의 방해요소라는 이야기다.
때문에 불안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선 수행에 앞서 반복적으로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연습을 하지 않더라도 머리 속으로 해야 할 과제와 상황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떠올리고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 미리 대처요령을 생각해 두는 것이다.
유 교수는 “수행불안은 수행하고자 하는 일에 자신이 없고 경험이 부족할수록 더욱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수행불안을 줄이려면 수행해야 될 일에 대해 반복적으로 철저히 준비하는 습관을 들이라”고 조언했다.
반복적으로 연습을 하면 우리의 뇌 속에서 ‘측두엽 우회’라는 현상이 가능해진다. 즉 어떤 상황 판단이나 해석을 할 때 관여하는 전두엽을 거치지 않고 측두엽에서 바로 행동하도록 지시하기 때문에 심한 불안을 느끼지 않고 평소처럼 실력을 발휘할 수가 있다.
병원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불안이 심한 경우에는 이런 습관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치료와 함께 철저히 준비하는 습관을 가지면 빨리 좋아진다.
이럴 때가 수행불안
어떤 경우에 수행불안을 의심할 수 있을까. 보통 사람들은 편안하게 받아들이거나 약간 긴장하는 상황에서 심한 두려움을 느끼는지 한번 체크해 보자.
① 여러 사람들 앞에서 연설할 때 두려움이나 당황스러움, 창피를 당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② 남들 앞에서 먹고 마실 때, 같은 느낌으로 두렵다.
③ 남들 앞에서 글씨를 쓸 때, 같은 느낌으로 두렵다.
④ 남과 이야기할 때, 같은 느낌으로 두렵다.
⑤ 잔치나 모임에 갈 때, 같은 느낌으로 두렵다.
⑥ 회의를 하거나 수업을 할 때, 같은 느낌으로 두렵다.
⑦ 남의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 같은 느낌으로 두렵다.
☞ 지난 1개월 동안 자신의 느낌을 체크해서 7가지 항목 중 3개 이상에 해당되고 이러한 두려움이 지나치게 심하다든지 두려움 때문에 특정한 상황을 피한다든지 두려움 때문에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가 힘들다면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 자료 제공=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유승호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