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절 이어 쌍십절까지 추가 도발 가능성 초긴장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9일 오전(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리버사이드 완사나 호텔에서 북핵 실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방부는 이날 “이번 핵실험의 지진규모 5.0으로 파악한다”라며 “폭발력이 대략 10㏏에 이를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지난 1월 4차 핵실험 당시 강도 4.8에 폭발력 6kt인 것을 비춰볼 때 이번 핵실험 규모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분석된다. 다만 국방부는 이번 핵실험의 구체적인 종류에 대해 “원자폭탄인지, 수소폭탄인지는 아직 분석 중”이라고 판단을 유보했다.
같은 날 북한의 <조선중앙TV>는 “이번 핵시험에서는 조선인민군 전략군 화성포병부대들이 장비한 전략탄도로켓들에 장착할 수 있게 표준화, 규격화된 핵탄두의 구조와 동작, 특성, 성능과 위력을 최종적으로 검토 확인했다”라고 밝히며 5차 핵실험을 공식화했다.
북한의 이번 핵실험을 두고 국내외 전문가들과 각 기관에서는 벌써부터 그 배경에 대해 다양한 추측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그 주된 분석 방향은 이번 핵실험의 감행 시기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이미 복수의 많은 전문가들은 올해 구구절(9월 9일·북한 정권 수립일)을 주목했다. 그간 특별한 기념일을 즈음하여 군사적 도발을 감행해 온 북한 정권의 속성 때문이었다. 따라서 북한이 이번 구구절에 어떤 이벤트를 감행할지가 큰 관심사 중 하나였다.
무엇보다 이번 구구절은 추석 연휴를 코앞에 둔 시기였다. 9월 9일은 연휴가 시작되는 마지막 주말의 길목이었기에 국제사회의 불안감은 더욱 컸다. 이미 북한은 지난 설 연휴 시작 일이었던 2월 7일 발사체 광명성호를 발사하며 한반도를 긴장케 했다. 2월 8일 북한은 경비정 서해 NLL 침범을 감행한 뒤 연휴 마지막 날인 2월 10일에는 개성공단 폐쇄를 통보하며 설 연휴 대남공세의 끝을 장식했다.
추석 연휴를 겸한 구구절 이벤트, 북한의 선택은 5차 핵실험이었고 추가 도발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에 일을 저지르는 북한 특유의 ‘타이밍 도발 및 공세’가 이번에도 반복된 셈이다.
한편으론 북한의 이번 도발이 한반도를 둘러싼 최근 국제사회 움직임에 대한 대응 차원의 성격도 짙다는 분석이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G20(주요 20개국 정상 외교회의), 라오스 아세안 정상회의가 진행됐다. 이번 국제회의에선 대북 핵억제 및 제재 결의 등이 심도 있게 논의됐고, 이에 대한 북한 당국의 불만이 연달아 표출된 바 있다.
여기에 최근 끝난 한미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에 대한 대응의 성격도 강하다. 북한은 핵실험을 감행한 9일 오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남측 군이 연합훈련을 이유로 북측의 영해를 지속적으로 침범했다며 공개 도발을 벌였다. 같은 날 시행된 핵실험의 전조였던 셈이다.
이에 대한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대응 방향도 관심사다. 9일 황교안 국무총리는 해외 체류 중인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으며 박 대통령도 현지서 긴급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제재의 축이라 할 수 있는 미국 정부도 이날 대북 석유 수출을 제한한다는 맞대응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올해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카드가 더 이상 나올 게 없다는 점, 한국의 사드배치에 따른 중국-러시아 양국의 전략 수정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일각에선 벌써부터 국제사회의 대북 강경모드가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수정론’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핵실험으로 국내에선 박 대통령의 대북강경책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으론 내달 있을 북한의 쌍십절(10월 10일·조선로동당 창건일)까지 북한의 대남도발 등 강경모드가 이어질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쌍십절은 북한이 구구절보다 더 큰 뜻을 부여하고 있는 기념일이다. 이때까지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