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꼴 내조의 여왕들 “문자 수다로 절친 됐어요”
추신수 아내 하원미 씨(왼쪽)과 이대호 아내 신혜정 씨. 일요신문DB·연합뉴스
# 운명적인 만남
추신수와 하원미 씨의 러브스토리는 유명하다. 마이너리그 시절 시즌 마치고 한국을 방문한 추신수가 후배와 함께 우연히 들른 카페에서 하 씨를 보고 첫눈에 반해 데이트를 신청한 게 부부의 연으로 발전되었다. 한 달 동안 매일같이 만나 사랑을 키운 두 사람은 이후 하 씨가 추신수를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향했던 게 신혼 생활의 시작이었다.
이대호 신혜정 부부도 첫 만남이 드라마틱하다. 2001년 ‘임수혁 돕기 일일호프’에 친구와 함께 나온 신혜정 씨를 보고 첫눈에 반한 이대호가 이후 적극적인 구애를 하면서 연애를 시작한 그들이다.
당시 신혜정 씨는 유치원 교사였다. 야구를 잘 몰랐던 그는 이대호가 야구선수인지도 몰랐다고 한다. 이대호는 2002년 당시 롯데 사령탑이었던 백인천 감독의 체중 감량 지시에 무리하게 살을 빼다가 무릎 연골 수술을 받게 된다. 그때 이대호를 정성스레 간호하며 회복을 도왔던 신 씨는 이후 이대호로부터 청혼을 받았고 2009년 8년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 진정한 내조의 여왕
하원미 씨의 내조가 더 돋보인 이유는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는 남편과 함께 그 애환을 함께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하 씨는 당시의 생활을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집이 없어서 마이너리그 선수와 함께 호텔 방을 나눠 쓰기도 했고, 애리조나 캠프가 마무리될 때는 창고를 빌려 옷과 이불, 살림살이 등을 넣어 두고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꺼내 쓰기도 했다. 그래도 그게 고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마이너리그에서 인정받고 있는 남편과 막 태어난 무빈이가 있다 보니 그조차 행복이었다. 지금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겼고, 풍족한 삶을 살고 있지만 가끔은 마이너리그 시절의 소소한 행복이 그리울 때가 있다. 힘든 적도 많았는데 그조차 감사한 일이었더라.”
이대호는 어린 시절 부모와 관련된 추억이 없다. 아버지는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재가를 한 터라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했다. 어쩔 수 없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반복했다. 야구를 하면서도 회비를 제때 내지 못했고, 선수 어머니들이 돌아가며 식사 당번을 할 때도 이대호는 미안한 마음만 내세울 뿐이었다. 신혜정 씨는 불우한 성장기를 보낸 이대호가 많이 안쓰럽고 안타까웠다고 말한다.
“남편과 정식 데이트를 하고 두 번째 만남에서 자신이 살아온 얘기를 해주더라. 당시만 해도 결혼 생각이 없었던 터라 남편의 어린 시절 고백이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남편은 이미 그때부터 날 배우자로 점찍었던 것 같다. 그래서 쉽게 하기 어려운 얘기를 털어놓았던 게 아닌가 싶다. 남편과 가끔 맥주 한 잔 마시며 옛날 얘기할 때가 있다. 남편이 비시즌 때 독거노인을 위해 연탄 배달을 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데에는 자신의 성장 배경이 한몫한다. 가슴 아팠던 어린 시절이지만 그때 남편도 누군가의 도움으로 야구를 계속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걸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 시련을 딛고 일어서야
추신수는 올 시즌 부상자명단에만 네 차례나 올랐다. 야구선수 아내로 살면서 남편의 부상 소식은 운명처럼 받아들이지만 최근 왼 팔목 골절 소식은 하원미 씨에게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날도 거실에 TV를 켜놓고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이들도 TV로 아빠가 나오는 경기를 지켜보는 중이었는데 남편이 투수의 공에 맞아 주저앉더라. 중계 화면에 남편의 왼팔이 가늘게 떨리는 장면이 포착됐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공에 맞아도 통증을 참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걸어 나가던 사람이었는데…. 남편이 수술을 받으려 수술실로 들어갔을 때 마음이 너무 아팠다. 내가 걱정할까봐 애써 미소를 짓고 표정을 밝게 하는 모습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시즌을 접을 정도의 부상을 당했지만 남편은 지금도 포스트시즌에 뛰겠다고 재활을 서두르고 있다. 처음엔 만류하려 했으나 남편의 성격이라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호는 시즌 내내 손바닥이 부어오르는 통증에 시달렸다. 그로 인해 시즌 중반 이후 극심한 슬럼프를 겪게 된다.
“한국이나 일본 같았으면 며칠 경기에 빠지고 쉬면서 치료에만 전념했을 것이다. 그러나 백업 멤버라는 사실 때문에 남편은 경기에 빠지는 걸 두려워했다. 한두 번 빠지다가 영원히 게임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 통증을 쉽게 잡지 못했다. 결국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는데 우려했던 것보다 마이너리그에서 야구에 도움이 될 만한 생활을 경험했다. 경기장을 찾아준 관중들도 남편을 진심으로 좋아했고, 응원을 보내줬다. 마치 한국과 일본에서 야구하는 듯했다. 마이너리그 경험은 남편의 야구 인생에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대호는 짧은 마이너리그 생활을 딛고 빅리그 복귀 후 이전의 이대호 모습을 되찾았다. 쳤다 하면 멀티히트이고, 9월 9일(한국시간)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경기에선 39일, 18경기 만에 시즌 14호 홈런을 터트렸다. 홈 베이스를 밟으며 경기장을 찾은 아내에게 키스 세리머니를 보인 이대호와 그런 남편을 바라보며 조용히 눈물 훔쳤던 아내 신혜정 씨.
운동선수의 성공에는 가족의, 아내의 헌신과 희생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걸 하원미 씨, 신혜정 씨를 통해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헐값은 한 시즌으로 족해!’ 만점활약 오승환·이대호 내년 거취 촉각 메이저리그 데뷔 해에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동갑내기 오승환과 이대호. 메이저리그 데뷔 해에 예상치 못한 깜짝 활약을 펼치며 주목을 받고 있는 오승환과 이대호. 오승환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구단과 1+1 계약을, 이대호는 시애틀 매리너스와 1년 계약을 맺었다. 오승환은 1+1 계약 중에서 1년은 구단 옵션이다. 즉 구단이 오승환과 1년 더 계약 연장을 할지 안할지를 결정하는 내용이지만 현재 오승환의 가치를 고려할 때 세인트루이스로선 오승환을 잡아두려면 ‘마음’이 아닌 ‘숫자’로 오승환에 대한 구애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를 평정하고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오승환은 9월 9일 현재 4승3패16세이브14홀드, 평균자책점 1.89를 기록 중이다. 시즌 중반부터 마무리로 나선 바람에 세이브는 적지만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메이저리그(MLB)를 대표하는 특급 불펜 요원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지난 7월 초 세인트루이스 현지에서 직접 만났던 카디널스 스카우트 총괄 책임자 맷 슬레이터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얘기를 전한 바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 구단에선 오승환이 이 정도로 잘해줄지 몰랐다. 오승환은 그동안 어느 이닝에 마운드에 올라도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타자들을 상대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투구를 소화했다. 그 점이 오승환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트레버 로젠탈이 마무리로서 심각한 위기를 보여줄 때 조나단 브록스톤, 케빈 시그리스트, 오승환을 마무리 후보로 떠올렸고, 암묵적으로 매서니 감독과 구단은 오승환을 적임자라고 의견 일치를 봤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마운드에서 가장 좋은 공을 던지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또한 오승환은 불펜에서 다른 선수들에게 좋은 멘토가 되고 있다. 시그리스트, 보우만, 로젠탈 등 대부분의 투수들이 오승환의 경험을 익히 알고, 배우려 든다. 불펜의 가장 큰 멘토다. 오승환 효과는 이토록 마운드 안팎에서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당시 기자는 맷 슬레이터 스카우트 총괄 책임자에게 오승환의 계약 연장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맷 슬레이터는 “오승환을 우리 팀에서 계속 보는 게 목표다. 야구에선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시즌이 좀 더 진행된 후에 다시 논의돼야 할 문제”라고 대답을 회피했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오승환은 세인트루이스와 1+1년, 2년 총액 11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올해 기본 연봉은 250만 달러, 내년 기본 연봉은 275만 달러이고, 다양한 인센티브 조건이 포함돼 있다. 모든 조건을 떠나 오승환은 메이저리그 명문 팀인 세인트루이스라는 구단을 좋아한다. 구단의 대우는 물론 선수들과의 친분과 신뢰를 쌓으며 정이 푹 들었다. 이런 분위기만 놓고 봤을 땐 세인트루이스와 재계약하는 게 맞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손가락에 꼽힐 정도의 특급 활약을 펼치고 있는 그로선 ‘헐값’ 계약은 피하고 싶은 것도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이대호도 지금으로선 내년 시즌 어느 팀에서 뛰게 될지 알 수 없다. 올 시즌을 끝으로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이 마무리되는 이대호는 겉으론 덤덤한 척하면서도 내년 시즌 자신의 위치에 대해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이대호는 일단 올 시즌을 잘 마무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만 그에게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많아진다. 이대호는 내년 시즌과 관련해 “도전은 한 번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시애틀과 최대 400만 달러에 1년 계약을 맺은 그로선 시즌 내내 플래툰 시스템 적용으로 경기 출전이 들쑥날쑥했던 상황이 힘겹게 다가왔다. 마이너리그 계약을 수용하고 25인 로스터 진입 여부도 확답받지 못한 채 시애틀과 인연을 맺은 이대호에게 도전은 이번 한 시즌으로 충분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내년 시즌 그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가장 먼저 시애틀에서 이대호에게 재계약을 제안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애틀도 재계약을 하는 마당에 이대호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해야만 협상이 가능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최소 2년 이상의 다년 계약과 플래툰 시스템이 아닌 풀타임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조건이 포함돼야 한다. 어쩌면 이 내용은 어느 팀과 계약할 때도 기본적으로 포함될 내용들이다. 시애틀과 결별하더라도 그동안 이대호의 활약을 지켜본 메이저리그 팀들이라면, 그리고 그 팀들이 1루수 자원이 부족한 팀이라면 이대호를 탐낼 수밖에 없다. 기록상 이대호가 플래툰이 아닌 풀타임으로 출전하게 될 경우 타율, 홈런수 등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한국이나 일본으로의 유턴이다. 이대호의 나이를 고려한다면 일본보다는 마지막 야구 인생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인 KBO리그로의 복귀도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다. 가족이 좀 더 안정된 환경에서 생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이대호가 깊이 고민해볼 수 있는 카드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