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대 허물고 터파기공사 어때?...‘도와주고 덮어주고’
H건설이 서울시 산하 서울주택도시공사가 관리하는 S아파트 축대를 허물고 조경석을 설치하고 있다.
[일요신문]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에 위치한 H건설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과정에서 서울시 산하 서울주택도시공사(사장 변창흠)의 특혜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공사현장의 경계지점에 위치한 멀쩡한 철근콘크리트 축대를 허물고 터파기공사를 할 수 있도록, 용도변경 후 철거 승인을 해줬기 때문이다.
공사현장은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유지 관리하는 S아파트(영구임대아파트)와 맞붙여 있다. 그런데 H건설은 S아파트의 조경시설로 가꾸어진 땅에 설치된 높이 10m, 길이 약 60m 멀쩡한 철근콘크리트 축대를 헐어내고 그 자리에 지하 터파기 공사를 강행했다. 공사가 끝난 후 S아파트의 조경시설은 철근콘크리트 축대 대신에 8m가 넘는 조경석이 들어섰다. 조경석은 미관상 보기는 좋지만 천재지변 시 위험하다.
민간 재개발 사업임에도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사업승인 및 공사에 유리하도록 절차를 무시하고 도와준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H건설아파트는 대지면적 5,301.000㎡, 건축면적 1,322.7307㎡, 지하 4층, 지상 26층, 총 202세대, 2개 동 규모로 올해 2월 2일 동작구청에서 조건부 사용승인을 내주었다.
당초 이 지역은 일반주거지역 3종, 제2종, 혼재 지역으로 용적률 낮아 사업성이 없는 지역으로 알려졌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행정적인 절차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사업부지 인근 공공임대아파트의 공원녹지를 없애고 주차장으로 변경한 것에 대해서 책임을 서울주택도시공사 측에 떠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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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파기 공사를 하려면 S아파트 조경시설 지하로 어스 앙카 수백개 이상을 뚫어야만 건축공사가 가능해 점용허가와 굴착동의서가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주민들의 동의도 없이 무리한 절차를 밟았다는 의혹의 눈총을 받고 있다.
H건설은 애초 철근콘크리트 축대벽(길이 60m, 높이 10m) 위에 설치된 조경시설을 모두 없애고 그 자리에 조경석으로 축대를 쌓았다. 공사 후에는 여유 있는 땅이 없었기 때문이다. 현행 건축법에 따르면 철근콘크리트로 축대벽을 쌓아 경사 각도를 유지해야 한다.
또 급경사의 축대를 쌓아 놓으면 천재지변 시 붕괴위험을 대비해 완만한 경사를 유지토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7월 18일경 비가 내리자 우려한 대로 축대벽 큰 조경석이 밖으로 반쯤 삐져나와 주민들이 화들짝 놀라 대피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주민들의 신고로 대형크레인 2대가 동원돼 복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조경석 뒷면에 구멍을 뚫고 앙카를 집어넣어 용접해 임시방편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조경석 하단에 기초공사 터파기 이후 철근콘크리트 잡석을 깔고 그 위에 조경석을 쌓아야 한다. 조경석과 지하 쪽 콘크리트와의 연결고리는 적어도 25mm 이상 앙카를 설치하고 조경석 사이에 콘크리트를 타설해 틈을 고정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현재 설치된 12mm 크기의 앙카로는 녹이 슬거나 지하 콘크리트 벽과 조경석 사이에 수로 통로가 없어 우천 시 빗물이 스며들면 붕괴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임차인들의 동의를 받는 데 앞장섰지만, 입주민들이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S아파트 입주민 945세대 전체가 동의한 것처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주차장을 넓힌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사실상 늘어난 주차 공간은 고작 7대 정도가 전부다. 서울주택도시시공사는 S아파트의 조경시설을 없애는 대신 특정 건설사에 이 땅을 제공한 꼴이 됐다.
S아파트의 주민들이 일조권과 조망권, 소음, 분진 등을 내세워 항의하는 등 보상을 요구하고 나서자 수억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공사가 끝나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 입주민들의 주장이다.
S아파트는 지난 2001년 서민주택 정책의 하나로 서울시가 장기무상 임대해 현재 945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향후 50년간 임차했지만 2년에 한 번씩 재계약을 하는 조건으로 살고 있어서 불만을 제기하면 혹여 자신들에게 불똥이 뛸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조건부 사용승인을 받은 주상복합 아파트 전경
서울주택도시공사 관계자는 “8m 철근콘크리트 축대 위에 서울시의 땅이 4m 정도 있었다. 그것을 찾기 위해 용도변경절차를 밟은 것”이라며 “건설사업자가 측량을 해왔고, 서울시 주택건축국 임대문화팀에서 요청이 들어와 관악센터가 해줬다”고 해명했다.
철근콘크리트 축대를 해체한 이유에 대해서는 “건물을 짓게 되면 축대만 남아 보기에 흉하고 좋지 않아 주민공청회를 했다”며 “철거 후 주차장 14대를 확보하는 게 목적이었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변명에 대해 주민들은 당시 주민공청회 과정에서 축대를 해체하는 것을 반대했고, 실질적으로 늘어난 주차장은 고작 7대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 관계자는 ‘공사 기간 7~8개월 동안 점용조건으로 수천만원 상당의 금액을 기부했다’는 의혹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 점용률 기준으로 점용수수료를 받았다”고 했고, 주민동의서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동대표가 동의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상도동 일대는 재건축, 재개발 사업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민원도 끊이지 않는다. 서울시 감사위원회와 서울시의회는 주민들의 민원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사안의 경우 주민동의 여부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어떻게 사업이 추진된 것인지 밝혀야 될 것이다.
임진수 기자 ilyo7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