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내부 온도차…제3지대 세력도 큰 변수
“문재인-안철수 그땐 그랬지” 문재인 전 대표(왼쪽)와 안철수 전 대표의 2012년 당시 모습. 일요신문DB
“원외 민주당과의 통합은 소통합이다…정치가 생물이라 했듯 더민주가 울타리를 넓게 치면 어떤 것도 가능하다. 우리는 2003년 큰 분열을 겪었고 2016년에도 분열을 겪었다. 분열로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할 수 없다.”
추미애 대표가 9월 18일 원외 민주당과의 깜짝 합당 선언 직후 기자회견에서 던진 일성이다. 추 대표는 원외 민주당과의 합당을 야권 통합의 첫걸음이자 소통합으로 규정했다. 즉 추 대표는 추가적인 야권 통합을 시사한 셈이다.
또한 추 대표는 국민의당의 창당을 두고 2003년 열린우리당 사태와 비교하며 사실상 ‘분열’로 규정했다. 결국 추가적인 대통합의 과제로서 직간접적으로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이다. 추 대표가 ‘울타리’라는 은유적 표현을 썼지만 그 대상은 국민의당은 물론 제3지대 인사들까지 포함시킬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물론 추 대표는 그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선 “진도를 너무 빨리 나가면 제가 숨을 쉬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지만 그의 추가적인 통합 행보는 분명해 보인다.
이미 추 대표는 당대표 후보시절이었던 지난 6월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제1258호)를 통해 당 대표 취임 후 선제적 과제로 ‘통합론’을 자세히 제시한 바 있다. 당시 그는 “혹자는 3당 체제로 가도 우리가 대권에서 이길 수 있다고 하지만 난 아니라고 본다”며 “세력 통합을 하지 않으면 차기 대선은 어렵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지난 세월을 두고 그는 ‘단절의 10년’으로 규정하며 “이제 기회가 왔고 통합을 통해 앞서의 것을 이을 정당의 기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뜻을 분명히 했다. 대선이라는 현실적 무대를 앞둔 제1야당의 방침으로서 당연한 얘기지만 추 대표 스스로도 이미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용광로(멜팅폿) 통합론’을 처음 제시한 전례가 있는 ‘통합 강경론자’다.
더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더민주당이 지난 총선 때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에서 가능성을 보였지만 상대 여당의 자살골로 인한 반사효과가 크다”라며 “대선 결과와 직결되는 (일시적 지지층과 구분되는) 절대적 지지층은 여전히 그 수가 적다. 이번 대선에서 야권은 여전히 호남 표밭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 자리를 차지한 국민의당의 협조, 더 나아가 통합론 논의는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이번 원외 민주당과의 합당에 대해서도 “물론 ‘민주당’이라는 브랜드를 다시 득했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김민석 대표를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이 크다”면서 “김 대표는 지난 DJP연합,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2010년 지방선거 야권 단일화까지 직접 작업에 참여한 바 있고, 무엇보다 국민의당 내 호남 범민주계 인사들과 관계가 두텁다. 충분히 그 중간 교두보로서 적임자라 할 수 있다”고 의미를 덧붙였다.
실제 김민석 대표는 단일화 직후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더민주당과의 합당 직후 박지원 비대위원장, 천정배 의원, 김한길 전 의원 등 국민의당 내 범민주계 인사들에게 연락을 취했음을 밝히기도 했다.
일단 이러한 더민주의 통합 행보를 바라보는 국민의당의 시선은 곱지 않다. 최소한 겉으로 드러난 선에서는 말이다. 지난 18일 양당 합당 직후 국민의당 측은 “전통적으로 써온 ‘민주당’이라는 이름의 상징성을 가져오는 정도”라고 일축했으며 대선 당사자인 안철수 전 대표 역시 3자 대결론을 여전히 견지하며 집권이 목표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오른쪽)와 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18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해공 신익희 선생 생가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국민의당의 주축인 안철수계와 호남을 중심으로 하는 범민주계의 온도차가 명확하다. 실제 22일 여의도 모처에서 원혜영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더민주 의원들과 주승용, 김동철 등 기존 더민주 출신의 국민의당 범민주계 의원들이 오찬 모임을 가졌다. 분열 이후 사실상 첫 오찬 모임이었다. 현재 국민의당에선 그 의미에 대해 과장을 경계하는 눈치지만 해당 자리에선 ‘통합 경선론’의 초보적 논의가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민의당 관계자는 “지금 국민의당이 오로지 안철수의 당이냐. 아니다. 원내에 친문 인사 70석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가 지닌 더민주 내 위상과 현재 국민의당 내 안 전 대표의 위상은 같지 않다”라며 “국민의당은 사실상 안철수계와 수적으로 우세한 범민주계의 느슨한 연합체 성격이 짙다”고 규정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미 국민의당 내 정무적 영향력은 박지원을 비롯한 범민주계 인사들이 크게 쥐고 있다. 박선숙 의원의 리베이트 의혹 이후 친안철수계 자체가 위축됐다”며 “당장 합당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어도 범민주계의 셈법 속에서는 조건만 좋으면 단일화 내지는 통합경선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통합 논의의 조건으로 “한 가지 중요한 조건이 있다. 최소한 지난 대선과 분열 과정 속에서 속이 상한 안 전 대표에 대한 문재인 전 대표의 진심어린 사과는 필요하다”면서 “이 문제가 우선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비롯해 손학규 전 더민주 고문, 일부 탈당 가능성이 있는 여권 일부 세력 등 ‘제3지대’ 존재는 여전히 대통합론의 변수로 남아 있다. 김대진 조원씨앤아이 대표는 “정의화, 손학규 등 언제든 세력화할 수 있는, 혹은 세력화를 시도하고 있는 제3지대의 거취와 행보 자체가 야권 통합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확실한 원내 친문 세력 70석과 여권 친박 세력 60석을 제외하곤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유심히 지켜볼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