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나 한국적인 생김새의 유민은 사실 일본에 서 태어나고 자란 일본여성 ‘후에키 유우코’다. 한국에 온 지 1년 6개월, 어느덧 스타의 자리에 올라선 그에게 그동안 즐거운 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 ||
유민(24)이 언젠가 수줍은 미소와 함께 내비쳤던 꿈이 결실을 맺고 있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 반해서 무작정 한국행을 택했다는 유민은 불과 1년 6개월 만에 한국에서 명실상부한 톱스타의 자리에 올랐다. 특히 남성들에게 인기가 ‘짱’이다.
<올인>에서 그녀가 이병헌을 유혹할 때 어디 이병헌만 가슴이 설랬겠는가. 가녀린 눈매, 적당하게 솟은 코, 갸름한 얼굴선…. 전형적인 미인형의 얼굴은 아니지만 한국 남성들은 대한해협을 건너 온 여인 유민에게 열광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가 ‘후에키 유우코’라는 일본이름 대신 유민이라는 한국이름으로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은 그리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모든 것이 새로운 이곳에서 유민은 마치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와도 같았다. 차근차근 욕심내지 않고 하나씩 배워가야 했다. 뿐만 아니다. 사랑을 주는 팬들 못지 않게 낯선 이방인에 대한 거리감 있는 시선들도 견뎌내야 했을 터. 이제 유민은 이 모든 것들을 이겨내고 막 뜀박질을 시작하고 있다.
유민의 ‘한국 성공기’는 과연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재미있는 것은 그녀의 얼굴이 제법 알려진 후에도 유민이 일본인임을 모르는 사람이 꽤 있었다는 것. <올인>에서 맡은 일본인 ‘리에’ 역을 보고 누군가는 “저 여자, 일본말 참 잘하네”라 말했다고 하니.
▲ 드라마 <올인>에서 유민은 기존의 청순한 이미 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 ||
지난 2001년 MBC <우리집>에서 말 못하는 청각장애인 ‘다인’을 처음 만났던 기억.(‘다인’은 바로 유민이 한국에서 데뷔한 역이다) 그때 그녀의 상대는 ‘살인미소’ 김재원이었다. 김재원 역시 신인시절이었고 두 사람 모두 풋풋한 풀냄새가 날 만큼 싱그럽기 그지없었다. 대학교 강의실 복도에서 나눈 이들의 키스 장면을 보고서, “음, 대성할 배우들이야”라고 느꼈다면 ‘설마∼’라고 말하시려나. 그러나 사실이었다. 그때 기자는 김재원 못지 않게 유민에게 반해버렸음을 고백한다.
유민은 당시 한국말이 서툴러 어쩔 수 없이 ‘청각장애인’ 역을 맡아야 했다. 그래서 수화 연기와 함께 들려준 목소리 역시 유민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몸짓과 눈빛만으로 연기해야 하는 청각장애인 역은 부담스러웠을 테지만 오히려 시청자들로 하여금 유민의 표정 하나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하는 기회가 됐다.
그때 기사를 통해 ‘일본인 1호 탤런트’로 소개됐던 그녀의 각오는 과연 남달랐다. “한국말을 못해서 느끼는 답답함으로 청각장애인의 심정을 표현하고 있어요. 한국말보다 수화를 배우는 게 쉽지만 앞으로는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해서 대사가 있는 배역을 맡고 싶어요.”
그런데 어느새 유민은 어려운 한국말에 익숙해져 가요프로그램 MC 자리까지 꿰차고 있다. 강타와 함께 사회를 맡고 있는
유민은 실제 노래 부르는 것을 아주 좋아할 뿐만 아니라 ‘한국가요’에도 관심이 많다고 한다. SES와는 같은 일본 소속사에서 만난 인연 때문에 남다른 친분을 갖고 있기도 하다. 한국에서 데뷔하기 전부터 친구로 지내고 있어 평소에도 SES의 노래를 즐겨 부를 정도. 유민이 <강호동의 천생연분>에서 보여주었던 끼는 그동안 갈고 닦아온 실력을 잠깐 보여주었을 뿐이라고 주변인들은 귀띔한다.
여기서 <강호동의 천생연분> 얘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유민에게 ‘공개 프러포즈’를 한 남성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 대표적인 이가 바로 개그맨 윤정수였다. 윤정수가 “<강호동의 천생연분>에 함께 출연하면서 그녀의 여성스러움에 반했다”고 고백한 것이 알려지면서 유민에 대한 남자연예인들의 관심 또한 심상치 않음이 감지됐다.
실제로 많은 남자연예인들이 유민에게 남다른 감정을 느꼈던 적이 있다고 털어놓은 사실이 있다. 역시 남성인 한 연예 관계자는 “유민을 좋아하는 이들이 꽤 많다. 연락처를 받기 위해 매니저에게 먼저 ‘접근’하는 경우도 있고 아는 사람을 통해 소개를 해 달라며 부탁하기도 한다. 솔직히 나도 유민에게 반했다”고 말했다.
▲ 위 사진은 포르노물로 둔갑해 유민을 한동안 괴롭게 했던 영화 <신 설국>. 아래 사진은 청각장애인으로 등장해 청순한 이미지를 보였던 데뷔작 <우리집>. | ||
여성들에게 워낙 매너가 좋기로 유명한 이병헌의 유민에 대한 ‘배려’도 “저러다 스캔들 나는 것 아니냐”고 우려될 만큼 남달랐다고 한다. 그 유명했던 유민과 이병헌의 러브신 촬영 때에도 능숙한 이병헌이 긴장하는 유민을 다독여줘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유민의 한국생활이 항상 좋았던 것만은 아니다. 일본에서 찍었던 작품성 있는 영화 <신 설국>이 하루아침에 ‘포르노물’로 소개되는가 하면, 외국인의 신분은 비자발급 문제에서도 걸림돌이 되었다. 포르노 파문은 오히려 그녀에 대한 팬들의 사랑을 확인하는 결과가 되었지만 본인 입장에선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되고도 남는다.
유민은 이에 대해 “그때 신인시절이었는데 한국 팬들에게 미숙한 모습을 보여드리게 돼 속상하다”며 “앞으로 노출연기는 훌륭한 연기자로 인정받은 뒤에 고려하겠다”는 당당한 입장을 밝혔다.
그런가 하면 ‘무다리 논란’에 시달려 한동안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올인>에서 다리가 드러나는 치마를 입고 나온 모습을 보고 시청자들이 애꿎은 다리논쟁을 했던 것. “청순한 외모와 달리 다리는 튼튼해 보이더라” “그 정도면 날씬하다”는 팽팽한 맞대결이 펼쳐졌었다. 유민은 그때에도 “중학교 때 농구선수로 활약했기 때문에 남들보다 건강미가 있다”며 의연한 자세로 대처했고 아무도 더 이상 유민의 다리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그러나 유민은 이번에 또 한차례의 위기에 빠져있다. 출연료 문제로 전 소속사와의 갈등이 이어져 오고 있던 상황에서 전 소속사인 A스타즈로부터 고소를 당한 것. A스타즈는 “유민이 소속사측에서 마련해 준 오피스텔의 컴퓨터와 침대 등을 무단으로 가져갔다”며 특수절도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유민측은 “집기를 모두 돌려주려 했지만 A스타즈가 수령해가지 않았다”며 뒤늦은 고소사태에 당황하고 있다. 이번 일이 무사히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유민의 이미지에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과연 유민이 이번 일을 또 어떻게 이겨낼지 팬들은 애정 어린 관심으로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현재 유민은 영화 <바람의 파이터> 촬영을 위해 한국과 일본을 오가고 있다. 드라마와 CF, 생방송 MC에 이어 영화에도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유민이 이번에 맡은 역은 재일 무술인 최배달(비 분)과 사랑을 나누는 인물이다. 주변에선 외국배우로는 한국에서 처음 신인여우상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도 하고 있다. 요즘 유민의 활동은 그녀의 좌우명이 ‘도전’이라는 사실을 새삼 떠올리게 만든다.
“이젠 일본사람이 외국인처럼 느껴진다”고 말할 정도로 한국과 사랑에 빠진 유민. 이제 절반의 한국인이 된 그녀가 한국에서의 영화 데뷔도 꼭 성공하기를, 그래서 나머지 반쪽을 한국인들의 사랑으로 채울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