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 오염 가능성...‘귀신병’에 기형아 출산 등 흉흉한 소문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에 위치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위성사진. 연합뉴스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은 함경북도 길주군에 위치해 있다. 이런 이유로 이제 길주군 하면 국내는 물론 외신에 의해 세계에서 가장 오싹한 도시로 정평이 나있다. 북한 당국이 이곳에 핵실험장을 마련한 이유는 간단하다. 산지가 험준하기로 유명한 함경북도 중에서도 길주군은 지형상 은·엄폐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다른 지역과 달리 행정구역에 큰 변화가 없는 것도 이러한 지형과 연관이 깊다고 한다.
다만 길주군은 핵실험장이 위치해 있어 격오지일 것이라는 외부 인식과 달리 함경북도에서도 제법 중요하고 큰 도시에 속한다. 길주군은 명천군과 성진군을 포함해 함경북도 남부의 주요 군으로 남삼군(南三郡)이라 칭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길주는 교통의 요충지다. 평양-나진을 잇는 평라선과 혜산-길주를 잇는 백두산 청년선 등 북한 주요 철도의 중간역 내지는 시발역으로 알려져 있다.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지만 함경북도에서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란 얘기다.
이러한 길주군에서 지난 2006년부터 최근까지 약 10년간 무려 다섯 차례에 걸친 대규모 핵실험이 진행됐다. 지난 10년간 길주 주민들은 본인들이 살고 있는 앞마당에서 진행된 핵실험을 몸소 감내했다는 소리다. 국내를 포함한 국제사회 모두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초점은 오로지 국제 정세를 비롯한 외교적 반향에 맞추고 있었다. 지역 주민들의 피해 상황은 전혀 관심조차 못 받고 있는 부분이었다.
길주군 주민들의 피폭 피해가 의심되는 사례가 보고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일요신문>과 통화한 최경희 통일비전연구회(연구회) 회장에 따르면 연구회 측은 지난 7월과 8월 각각 길주군 출신 탈북자 13명과 4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면접에 응한 탈북자들 중 일부는 갑작스러운 시력 감퇴, 피로감, 불면증, 북한 현지 병원에서 희귀병 진단을 받은 원인 불명의 심장 통증 등 피폭 피해가 의심되는 각종 증세를 호소했다.
최경희 회장은 “지금까지 핵실험으로 인한 인근 지역의 오염 문제와 그로 인한 주민들의 건강 및 생명문제의 연관성에 대해선 전혀 의식을 안 했다”며 “이는 매우 놀라운 일이다. 이번 심층면접은 해당 문제의 환기 차원에서 화두를 던진 것”이라고 조사 배경을 밝혔다.
연구회 측은 이어 명천, 화성, 김책 등 길주 인근 지역으로 조사 반경을 좀 더 넓혀 심층면접을 추가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연구회 측은 이번 심층 면접이 초보적 조사라 한다면 조사 대상자에 대한 병·의학적 심층 조사 역시 병행할 예정임을 밝히기도 했다. 보다 정확한 피해상황은 이러한 추가 조사를 통해 드러날 예정이다.
특히 최 회장은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풍계리의 지하수”라며 “여전히 인근 주민들은 식수로 지하수를 끌어다 먹는다. 방폐물 오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해당 지역 출신 탈북자들의 조사 외에 실제 북한 내부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더욱 심각하다. 북한 내부와 접촉하고 있는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길주군에 ‘귀신병’이라는 게 돈다고 한다”라며 “치아가 이탈되고 탈모 증세가 동반되는 피폭 의심 증세다. 여기에 핵실험 이후 최근 출생한 영아 중에서 몇몇 기형 증세도 보고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9월 13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핵탄두 폭발시험 성공을 경축하는 평양시 군민연환대회’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이날 ‘조선중앙TV’가 녹화 방송한 행사장 모습. 연합뉴스
이어 김 대표 역시 앞서의 최 회장이 지적한 식수 문제와 관련해 “핵실험으로 발생하는 방폐물이 길주군 남대천으로 흘러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핵실험 기술만큼이나 방폐 및 정화 기술도 정밀한 기술을 요구하지만 북한 당국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현재 북한 당국은 공식적으로 피폭 및 방폐 피해가 전무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신뢰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현재 길주군에서 진행되어 온 핵실험은 지하 핵실험이다. 실험은 (진원지 추측에 의하면) 지하 2km 이하의 갱도에서 진행된다. 핵실험은 크게 ‘공중 핵실험’ ‘수중 핵실험’ ‘대기권 밖 핵실험’ 그리고 ‘지하 핵실험’ 등 네 가지로 분류된다. 공중 핵실험과 수중 핵실험은 지난 과거 냉전 시 미국과 소련 등 초창기 핵보유국들을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방폐물 유출 문제로 최근에는 중단됐다. 대기권 밖 핵실험은 높은 기술이 요구되기에 북한 같은 후발국으로서는 여의치 않다.
그나마 앞서의 핵실험들에 비해 지하 핵실험은 안전상·보안상 용이한 실험으로 분류되지만 그렇다고 방폐물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풍계리 핵실험장에도 몇 겹의 방폐막이 구비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앞서 전문가들이 지적했듯 지하로 스며드는 방폐물질들의 존재 여부는 여전히 의문점으로 남는 상황이다.
앞서의 김흥광 대표는 핵실험 준비 진행 과정의 피폭 피해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특히 길주군 인근에 위치한 정치범 수용소로 알려진 대흥 수용소를 주목했다. 그는 “인근에 정식 수용소가 아닌 대흥 수용소라고 하는 임시 정치범 수용소가 위치해 있다”며 “갱도 굴삭 작업 등 위험한 작업에 대흥 수용소 인원들이 투입된다는 첩보가 있다. 해당 수용소 설치 목적 자체가 이러한 작업을 위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주민들뿐만 아니라 이들 역시 큰 피해가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통일부는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이미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사를 시사하기도 했다. 다만 통일부 측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앞서 연구회 측의 조사 결과에 대해) 상당히 타당성이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아직까지 정부 차원에서 조사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암환자만 43만 명…여전히 진행중인 체르노빌 피폭 후유증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기형아로 태어난 러시아의 영아. 연합뉴스 1986년 4월 26일 발생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는 지난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함께 세계 역사상 유이한 7등급 원전 사고로 기록되고 있다. 체르노빌 사고는 올해로 30주기를 맞이했다. 가장 최근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피폭 피해는 1차 피해 이외에 훗날 어떤 후유증을 가져올지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허나 30년 전 발생한 체르노빌 사고는 원전 유출사고가 인류에 얼마나 큰 후유증을 동반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체르노빌의 비극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당시 원자로 폭발사고는 화학 폭발은 물론 수증기와 수소 폭발을 동반했는데 최초 작업자 두 명은 그대로 즉사하고 뒤이어 소화 작업에 나섰던 2차 작업자들 대부분 피폭 상해에 시달렸다. 이들 중 30여 명이 3개월 안에 사망하는 비극을 맞았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원전 주변 30km 이내 주민 10만여 명은 곧바로 강제 이주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피폭 피해를 입은 주민 2500여 명이 연이어 사망했다. 곧이어 6년간 진행된 발전소 해체작업에 수많은 노동자들이 투입됐는데 피폭으로 인해 5700여 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운명하기도 했다. 방사능 낙진으로 인한 후유증은 추산조차 어려웠다. 이는 사고 지역을 훨씬 벗어난 러시아 영토는 물론 유럽과 아시아까지 영향을 끼쳤다. 실제 당시 낙진 일부가 한국에서도 검출될 정도였다. 피폭으로 인해 발생한 암 환자만 약 43만 명으로 추산됐으며 2세와 3세에서는 다수의 기형아 출산이 보고되기도 했다.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