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 농단’ 논란에 눈 감고 귀 막더니…시금고 선정 ·태양광발전사업 등 게이트 비화 우려
광주광역시 시청사 전경
[일요신문] 검찰이 최근 이례적으로 광주시의 핵심 현안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부서를 전방위로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한 사무실이 7개 실·국에 달했고 김 아무개 전 광주시 정책자문관(63)은 구속 기소됐다. 광주시 7개 실국이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개청 이래 처음이다. 현재는 윤장현 시장의 외척인 김 전 자문관에 대해서만 수사가 진행 중이나 검찰 수사의 향배와 종착점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시청 주변에선 ‘자문관 게이트’로 비화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재선 도전을 앞둔 윤 시장의 ‘비선’으로 알려진 김 전 자문관의 파장이 어디까지 번질지 지역사회가 뒤숭숭하다.
광주지검 특수부는 김 아무개 전 정책자문관 비리의혹과 관련, 지난 9월 27일 광주시 환경생태국, 도시재생국, 건설교통국, 참여혁신단, 세정담당관실 등 7개 실·국의 10여 개 부서를 압수했다. 광주시청은 이달 들어서만 2차례 압수수색을 당했다. 검찰이 이날 추가 압수수색을 실시한 부서 대부분이 각종 사업과 관련해 김 씨의 개입 의혹이 일었던 곳이다. 환경생태국의 경우 사업비 262억 원짜리 태양광발전시설 설치사업(12MW)을 추진하면서 윤 시장의 청탁 감사 지시 의혹과 우선협상대상자 변경 등 잡음이 터져 나왔으며 이 과정에서 김 씨의 연루설도 끊이지 않았다. 도시재생국도 또 다른 S 건설의 아파트 신축과 관련해 송전선로 지중화 민원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김 씨가 개입됐다는 뒷말을 낳기도 했다.
압수수색 부서를 토대로 한 검찰 수사를 유추해보면 광주시금고 선정문제를 비롯해 최근 일단락 된 삼각동 고압 송전탑 지중화, 각화동 S 건설 도시계획 심의, 운정동 태양광발전사업, 도시철도 2호선, 제2순환도로 보조금 협상, 충효동 호수생태공원 등을 검찰이 들여다보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보면 김 씨의 개인 비리 의혹에 머물러 있던 검찰 수사가 사실상 광주시 전체 부서로 확대되고 있는 형국이다.
검찰은 앞서 지난달 21일 김 씨가 전남의 S 건설로부터 자문료 명목으로 2억 6000만 원을 받기로 했고, 이 가운데 1억 9000만 원을 받아 챙긴 정황을 잡고 S 건설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중소규모의 S 건설은 사업권을 전남에서 광주로 확대하기 위해 광주시청 공무원 출신을 영입했으며 전남도청에서 퇴직한 기술직 간부공무원은 경영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검찰이 S 건설에 대한 수사도 함께 진행 중이어서 전남도도 행여 도정에 불똥이 튀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모습이다.
김 전 자문관의 각종 시정 개입 의혹은 꼬리를 물며 드러나고 있다. 김 씨는 광주시금고 유치전에 뛰어든 광주은행과 펀드 상품 관련 컨설팅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검찰은 앞서 지난달 21일 해당 은행 지자체 금고 부서인 기관사업부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시청 안팎에선 김 씨가 송정역 복합환승센터, 상록회관 아파트 건설, 제2순환도로 등에도 개입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검찰은 윤 시장의 이종사촌 매제인 김 씨가 광주시 안팎에서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해 온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윤 시장 임기 초반부터 지금까지 광주시 고위공무원 인사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또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시 공공기관 업무컨설팅’ 명목으로 광주시 산하 24개 공사‧공단, 출자‧출연 기관에 대해 15일 동안 해당 기관장 및 주요 임원을 대상으로 면담을 진행해 월권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김 씨가 광주시의 J 건설, G 건설 등 몇몇 건설사와도 깊은 관계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또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광주 첨단 R/D특구 진입도로 공사에 S 건설이 특허공법을 스펙으로 넣어 수주를 할 수 있게 청탁성 금품을 김 씨에게 제공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운정동 태양광 업체 선정과 관련한 리베이트설 의혹도 새롭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윤장현 광주광역시장
이 같은 상황에서 검찰 수사 역시 김 씨의 개인 비리를 조사하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면서 그동안 김 씨의 라인에서 인사와 인허가, 수주 등과 관련해 김 씨의 손을 거들었던 일부 고위공무원들이 자신에게로 불똥이 튀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미 시청 안팎에선 검찰 소환대상 간부 공무원들의 이름이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칼끝이 서서히 광주시의 심장부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검찰은 일단 구속된 김 전 정책자문관에 대한 수사 중 추가 혐의점이 발견돼 9월 21일 관련 업체 몇 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펼쳤으며 그 연장선상에서 해당 업체들과 연관사업을 관장하고 있는 광주시청 일부 부서에 대해 압수수색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압수수색 부서 대부분이 광주시의 핵심 현안을 추진하고 있는 곳이어서 검찰 수사 의지에 따라 ‘자문관 게이트’가 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이 김 씨의 연루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광주시금고 선정 등 각종 사업 용역을 비롯해 운정동 태양광발전시설 설치사업 특혜 시비 등에 대해서도 칼을 들이댔기 때문이다. 이들 사업은 광주시 수뇌부의 ‘결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의 성과물(?)에 따라 광주시정이 치명상 입을 수 있고 수사 방향이 의외의 곳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압수수색은 사실상 윤장현 시장 체제의 첫 사례다. 시민시장을 자처한 윤 시장의 이미지는 물론 광주시정 운영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광주시청 안팎에선 윤장현 시장이 이 같은 사태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윤 시장이 공조직을 불신하고 소수 측근에게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불거진 사고라는 것이다. 김 전 자문관 구속 직후 윤장현 시장이 사과 성명을 냈다. 윤 시장은 지난 12일 “인척 관계인 김 전 자문관을 철저하게 관리하지 못해 이런 일이 발생하게 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시장의 사과문이 나온 뒤 시청 안팎에선 “왜? 이제서야…”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 전 자문관은 윤 시장 선거캠프에서 정책본부장을 맡았고 민선6기 출범 이후 지난해 9월부터 정책자문관을 맡으면서 시 산하기관 인사 등 각종 시정 개입설이 꾸준히 나돌았다. 이에 시의회는 광주시 정책자문관제 자체를 손질하겠다고 관련 조례 제정에 나서기도 했다. 시민단체와 의회 등 각계에서도 그의 ‘시정농단’ 의혹을 제기하며 숱한 경고를 보냈지만 윤 시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일부 윤 시장 지인들도 “소문이 좋지 않다”며 직언하기도 했지만 바로 잡히지 않았다. `의혹의 실체가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9월에는 시 비전·투자 분야 정책자문관이라는 공식명함까지 주며 ‘비선 실세에게 날개를 달아줬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지난 5월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집행위원을 스스로 ‘셀프 추천’ 했다가 논란이 일자 자진 사퇴하는 등 물의를 일으켰다. 비정상적인 광주시정 운영의 ‘중심’으로 지목되기까지 한 그는 결국 8월말 정책자문관 임기(1년)가 끝나자 자문관 자리를 내놓았다. 김 전 자문관(K)의 동생(K‘)은 윤장현 시장의 비서관으로 재직 중이다.
지역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민선6기 시작부터 K-K’라인 문제는 윤 시장에게 주의를 당부했던 일이다. 그럼에도 (윤 시장이) 김 전 자문관에게 ‘무한신뢰’를 주며 현재 사태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 이는 누구의 탓도 아닌 귀를 닫고 산 윤장현 시장의 탓”이라고 말했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