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군 인사 등에서 충청권 인사 약진…충주고 동문회장 선거 과열경쟁도
반기문 총장과 박근혜 대통령. 연합뉴스.
지난 9월 19일 반 총장과 충주고 동문인 김정훈 충북경찰청장(치안감)이 서울경찰청장(치안정감)으로 내정됐다. 김 청장은 지난해 12월 충북경찰청장으로 취임했는데 임기가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게다가 수도권 청장이나 경찰청 직속이 아닌 지방청장이 서울경찰청장에 임명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애초 김 청장은 유력 후보로 꼽히던 인사가 아니라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때문에 김 신임청장이 반 총장과 동문이라는 사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현재 경찰 내에서는 김 청장뿐만 아니라 충청권 인사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한다. 충남 당진 출신의 정용선 경기남부청장이 유임되면서 6자리밖에 없는 최고위직인 치안정감 가운데 충청권 인사는 2명이 됐다. 지역별로 따지면 영남(2명)과 같고 경기, 호남 각각 1명보다는 많아 경찰 고위직 인사에서 충청권이 약진했다는 평가다.
공교롭게도 9월 19일 충북 음성 출신의 임호영 합참 전략기획본부장은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에 내정됐다. 충북 음성은 반 총장 고향이다. 국방부는 출신 지역과 무관하게 개인의 능력과 전문성을 고려해 적임자를 엄선했다고 밝혔지만 같은 날 반 총장과 학연·지연으로 얽힌 인사들이 동시에 요직에 발탁되자 뒷말이 무성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에 충북 출신 박춘섭 전 예산총괄심의관이 임명되기도 했다. 충북은 음성 출신 김동연 전 국무조정실장(장관급)에 이어 두 번째 예산실장을 배출했다. 예산실장은 우리나라 예산 전체를 주무르는 막강한 자리다. 예산 편성시기가 되면 수천 명의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이 찾아와 예산을 더 받아내기 위해 읍소 전략을 편다. 콧대 높은 정치인들도 예산실장 앞에서는 철저히 을이 된다.
지난 4월 충격적인 총선 패배 이후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줄이어 충청권 인사를 기용하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반기문 띄우기 전략이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은 충청 출신으로 충북지사를 지냈다. 임명 당시 반 총장과 청명회라는 모임에서 함께 활동했던 인연으로 청와대 비서실장에 임명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 비서실장은 ‘청명회라는 모임을 모른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지난해 청명회 회장으로부터 고문 위촉 추대패를 받았던 사진이 공개되면서 거짓해명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반 총장 의전을 맡았던 윤여철 전 외교부 의전장이 청와대 의전비서관에 임명됐다. 반 총장과 박 대통령과의 사전 협의가 없었다면 성사되기 어려운 일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충주고 출신 이우종 행정자치부 재정정책과장이 청와대 행정자치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새누리당에도 충청권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총선 직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충남 공주·부여·청양이 지역구인 정진석 의원이 맡았다. 혁신위원장 역시 대전 출신의 김용태 의원이 차지했다. 한동안 새누리당 지도부는 충청권 출신들이 장악했다.
이처럼 반 총장의 인맥이 승승장구하자 반 총장의 모교인 충주고에서는 총동문회장 자리를 놓고 과열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전까지는 기수를 예우해 선배를 동문회장으로 합의 추대하던 것이 관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올해 총동문회장 선거에서는 어찌된 일인지 출마 희망자가 몰리면서 사상 처음으로 경선을 통해 회장을 선출하게 됐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반 총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벌어진 일이 아니겠느냐는 추측이다.
총동문회장 선거 과정에서는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이 난무하는 등 갈등이 첨예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충주고 동문들은 단순한 친목단체인 총동문회장 자리를 두고 난데없이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자 어리둥절해 했다는 후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들도 너나할 것 없이 반 총장과의 친분을 과시하고 나서고 있다. 실제로 반 총장과의 친분이 입소문을 타면서 반기문 테마주로 분류돼 주식이 크게 오른 사례도 있었다. 크레인 및 특장차 제조업체인 광림은 지난 3월 반 총장의 동생인 반기호 전 보성파워텍 부회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한 후 주식 상승세가 한동안 이어졌다.
광림은 내의업체인 쌍방울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양선길 쌍방울 대표가 반 총장과 충주고 동문 사이인 점도 반기문 테마주로 분류되는데 한몫했다. 광림은 지난 9월 반 전 부회장이 광림 사외이사직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사실이 아니라며 적극적으로 해명한 바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