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관의 변호사 복귀 시기 겹쳐 아리송…“동네 선배 부탁으로 그대로 읽었을 뿐” 해명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첨단범죄수사2부는 지난 9월 21일 사기·방문판매등에관한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2011년 11월부터 지난 8월까지 1만 2076명에게 FX(Foreign Exchange: 각기 다른 통화의 환율 변동을 이용해 시세 차익을 남기는 외환선물거래) 사업에 투자하면 원금보장에 한 달 1~10% 수익을 배당하겠다고 속여 약 1조 960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파악한 바로는 김 씨가 투자자에게 가로챈 약 1조 960억 원 중 4843억 원 상당은 투자자들의 배당금으로 사용됐다. 약 2562억여 원은 다단계 모집책에게 지급됐다. 사무실 금고에는 현금 209억 원이 보관돼 있었으며 김 씨 계좌에서 약 681억 원이 발견됐다. 약 2665억 원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문제는 새누리당 경대수 의원의 관련성 여부다. 2014년 3월 IDS홀딩스의 전신인 IDS아카데미 창립 7주년 기념 영상에 새누리당 경대수 의원이 포함됐다. 경 의원은 영상에서 약 13초에 걸쳐 “IDS아카데미 창립 7주년을 맞이해서 회장님과 대표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IDS아카데미가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기원드립니다”라는 인사를 남겼다. 경 의원은 축하인사를 남긴 다른 사람들과 달리 ‘회장님과 대표님’을 직접 언급하며 눈길을 끌었다.
유튜브 ‘IDS 증권 홍보영상’ 캡처.
경대수 의원은 20년 넘게 검찰에 근무했던 국회의원이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지난 1979년 제21회 사법시험(연수원 11기)에 합격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제1, 2차장검사와 제주지방검찰청 검사장,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장(검사장)을 지낸 뒤 2006년 경대수법률사무소를 차렸다. 2009년 한나라당 증평, 진천, 괴산, 음성군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을 맡으며 정치권에 발을 들이고 2012년 19대 국회의원으로 국회에 진입한다. 검찰 출신 정치인이 직접 나서 창립 기념일을 축하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피해자들은 경대수 의원의 IDS홀딩스와 관련 있는 것 아니야고 의심하고 있다.
경대수 의원 관련 의혹의 중심에는 경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조성재 변호사가 자리한다. 현재 IDS홀딩스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광평 조성재 변호사는 지난 2007년부터 5년간 경대수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로 근무하다 경 의원이 지난 2012년 19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자마자 보좌관으로 발탁됐다. 그렇지만 조 변호사의 보좌관 생활은 오래가지 않았다. 조 변호사는 2014년 6월까지 2년 정도 경대수 의원의 보좌관으로 재직하다 돌연 변호사로 복귀했다. 이 시기는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가 검찰에 수사를 받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조 변호사는 2014년 7월부터 IDS홀딩스를 변호하기 시작했고 법률 자문까지 참여했다.
이런 조 변호사의 행적은 일반적인 보좌관의 행적으로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특히 경대수 의원이 국회에 발을 들일 때 조 변호사를 보좌관으로 발탁해 데려갈 정도면 충분한 신임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조 변호사 개인적으로도 정치 쪽에 큰 그림을 그렸기에 보좌관으로 길을 걸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현직 의원 보좌관은 “국회의원 당선 전에 함께 일하던 사람을 보좌관으로 앉혔다면 상당한 신임을 보냈다는 이야기다. 또한 ‘목적성’ 없이는 변호사가 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일은 좀처럼 없다. 그런 보좌관이 2년 만에 다시 변호사로 돌아간다는 건 어떤 ‘미션’을 받고 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IDS홀딩스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광평 조성재 변호사는 2년 전까지 경대수 의원 보좌관으로 일했다.
지난 9월 29일 <일요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조성재 변호사는 이런 세간의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조 변호사는 “보좌직 사임에 있어서 IDS홀딩스 관련 경대수 의원의 특별한 요청이나 부탁은 전혀 없었다”며 “순전히 개인적인 의지였다. 일을 할수록 내게 천직은 변호사라는 생각이 간절했다. 수입의 차이도 적지 않았다. IDS홀딩스 사태와 동영상 파문이 있기 전인 2014년 초부터 변호사로 돌아갈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법을 아는 것과 만드는 것은 다른 부분이기에 국가의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정치에도 욕심이 있었기에 아내의 양해를 얻고 수락했었다. 하지만 변호사로 살아야 할 인생이라는 걸 깨닫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 변호사는 경대수 의원과 IDS홀딩스의 관계를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보좌관으로 일하던 당시에도 IDS홀딩스 7주년 기념 영상에 경대수 의원이 축하 인사를 남긴 사실은 알지 못했다. 얼마 전 언론 보도 때문에 알게 됐다”며 “경대수 의원에 따르면 고향 괴산의 친한 형이 부탁해서 대사를 받아 읽은 것뿐이다. 이렇게 연결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IDS홀딩스와의 인연에 관해서도 조 변호사는 경대수 의원과 전혀 관계 없다고 강조했다. 조 변호사는 “6월에 보좌직을 그만두고 변호사로 복귀해 이리저리 영업을 하던 지난 2014년 7월 중순쯤 예전에 변호를 맡았었던 고객 연락을 받아 시작됐다. 그 전까지 IDS홀딩스를 알지도 못했다”며 “해당 고객은 IDS홀딩스 소속 직원이었고 김성훈 대표 소송 건을 소개하며 해당 변호를 맡게 됐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법률 자문역에 대해서는 “내 업무 방식을 김성훈 대표가 좋아해 1심 진행 중인 2014년 9월쯤 IDS홀딩스 법률자문 요청을 받았다. 다달이 업계 평균 자문료를 받으며 일했을 뿐”이라고 일렀다.
조성재 변호사는 검찰에 IDS홀딩스 사업 관련 소명 자료를 제출할 예정이다. 조 변호사는 “이제까지 실제로 드러난 피해자가 없다. 재판에서 계속 집행유예를 받은 이유는 약속했던 수익을 돌려주며 개인적으로 착복한 정황도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김성훈 대표에 따르면 기초 자본을 투자 받아 홍콩과 인도네시아, 일본 등지에서 제대로 된 FX사업을 준비한 뒤 수익이 나면 돌려주는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려 했다. 검찰에서 해외 송금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고 했지만 곧 송금 자료와 해외 사업 관련 자료를 소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일요신문>은 경대수 의원에게 세 차례 휴대전화로 직접 연락했지만 경대수 의원실에서 경 의원을 대신해 해명을 보내왔다. 경대수 의원실 관계자는 “경대수 의원과 IDS홀딩스와 전혀 관계가 없다. 세간에서 제기된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 조성재 변호사가 그만둔 이유는 개인적인 사정이었지 IDS홀딩스 소송 때문이 아니다”라며 “해당 영상은 고향인 괴산 동네 선배가 부탁한 내용으로 건네 받은 문구를 그저 읽었을 뿐이다. 해당 동네 선배의 신원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단순 축하 메시지가 아닌 ‘회장님과 대표님’을 직접 언급한 이유 역시 그냥 적힌 대로 읽었던 것뿐이다”고 밝혔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