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9일 SBS 드라마 <봄날> 제작발표회에 등장해 컴백을 발표한 고현정. 10년 전보다 오히려 더 예뻐졌다는 평이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결국 모든 해답은 고현정이 안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이혼과 동시에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것. 그렇게 다시 1년이 지났다.
지난 11월9일 고현정은 드라마 <봄날>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컴백을 공식화했다. 다만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개인적인 질문을 일체 받지 않아 그동안의 궁금증은 여전히 미궁으로 남았다. 그렇게 지난 1년도 여백으로 남았다. 과연 고현정은 지난 1년간 무엇을 하며 지냈을까. 갑작스런 이혼부터 컴백까지 그 숨겨진 1년 속으로 들어가 본다.
지난 2003년 11월19일 이혼 소식이 알려지자 수많은 기자들이 고현정의 친정집인 서초동 E빌라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이미 그들은 집을 비운 지 오래. 게다가 경비는 며칠 전에 이삿짐까지 챙겨 떠났다고 얘기했다. 과연 고현정은 어디로 간 것일까.
이혼 당일 고현정 가족이 머문 곳은 의왕시에 위치한 대원사라는 사찰이다. 고현정은 부친 소유의 이 사찰의 부속건물에서 이혼 첫날밤을 보냈다. 당시 그들의 모습을 목격했다는 한 사찰 신도는 “검정 승용차를 타고 온 고현정과 부모를 목격했다. 당시 고현정은 매우 기운이 없어 보였다”면서 “이들은 단 하루를 머문 뒤 떠났고 며칠 전부터 사찰 주차장에 세워져있던 이삿짐 트럭도 함께 떠났다”고 말했다.
이들이 향한 곳은 서초동 소재의 H아파트. 고현정 부모는 이미 이혼 하루 전인 11월18일자로 전세계약을 해놓은 상태였다. 이혼 날짜에 맞춰 이사할 집을 확보하고 이삿짐까지 밖으로 빼놓는 치밀한 준비로 보아 어느 정도 이혼이 예정된 일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고현정은 상당한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그 이유는 물론 이혼 후유증이지만 가장 큰 부분은 역시 두 아이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일종의 엘리트 집단인 삼성가에서 마음고생이 심했던 고현정에게는 늘 두 아이가 큰 힘이었고 버팀목이었다. 그런 아이들과 떨어져 지낸다는 건 극복하기 어려운 고통이었을 것이다.
최근 열린 <봄날> 제작 발표회. 적절한 농담에 제스처까지 써가며 시종 여유로웠던 고현정이 단 한번 흔들린 대목 역시 두 아이와 관련된 질문이었다. 그는 이렇게 아이들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더 힘들어진다. 한때 그 문제로 너무 힘든 시기도 있었다. 고민에 고민, 생각에 생각을 반복했지만 그러면 끝이 없더라. 그래서 이왕이면 아이들 생각보다는 앞날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려 노력했다. 어쨌든 그 아이들은 내 아이들이고 이는 없어지지 않는 부분이다.”
고현정이 말한 너무 힘든 시기가 바로 이혼 직후부터 올해 봄까지다. 그의 측근들은 당시 고현정이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잠도 잘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고현정은 이런 힘든 시기에 갑작스럽게 부모의 곁을 떠나 동부이촌동의 S아파트로 거주지를 옮긴다. 이때가 지난해 12월12일.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이었지만 늘 그의 곁을 지켜주는 ‘똘래(오래전부터 알고 지내 온 연하 여성으로 친자매 같은 사이)’라 불리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었고 친분이 두터운 가수 이선희와 권진영 후크엔터테인먼트 대표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었다. 고현정은 남의 시선을 피해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으로 이선희의 집에 드나들었다.
동부이촌동으로 이사한 이후에도 여전히 정신적인 방황은 계속됐다. “자연스러워지기 위해 컴백한다”는 고현정의 얘기처럼 그의 당시 생활은 전혀 자연스럽지 못했다. 외출하는 일이 극히 드물어 1주일에서 열흘씩 집에만 있기도 했을 정도. 여전히 그에게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정신적 방황에 대한 치유법을 두고 고현정은 “앞날만을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곧 컴백에 대한 본격적인 준비를 통해 정신적인 방황에서 벗어났다는 얘기. 유난히 무더웠던 지난 여름, 드디어 고현정의 컴백 준비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후속작 선정을 위해 허진호 감독을 비롯한 연예관계자들과 자주 만났고 김종학 PD에게 상담을 구하기 시작했다. 또한 수많은 시나리오를 꼼꼼히 읽어가며 고민을 거듭했다. 지난 8월 감기 기운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에도 고현정은 병상에서 시나리오를 꼼꼼히 챙겨 읽었을 정도다.
9월 중순 고현정은 자신은 물론 이선희와도 친분이 두터운 A씨 소유의 청담동 빌라로 이사한다. 이때부터는 외출도 빈번해진다. 청담동 빌라 부근 음식점에서 외식하는 모습이 연예관계자들의 눈에도 자주 띄었고 후크엔터테인먼트의 회식에 참석해 후배들과도 어울렸다.
컴백이 최종 결정된 시기도 바로 이 즈음이다. 후크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을 맺고 허진호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인 <외출> 출연을 잠정 결정했었다. 계약이 체결되자 후크엔터테인먼트에서는 에쿠스 리무진 승용차와 개인 매니저까지 제공해줬다. 이 내용은 <일요신문> 650호를 통해 단독 보도됐다. 비로소 고현정의 컴백이 매스컴을 통해 공식화된 것이다.
계약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던 후크엔터테인먼트는 결국 고현정의 컴백을 인정하며 컴백작이 SBS 주말연속극 <봄날>로 변경돼 결정했음을 발표했다. 컴백작이 영화 <외출>에서 드라마 <봄날>로 바뀐 이유는 영화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고현정은 “영화는 한번도 해보지 못해 하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두려웠다”고 밝힌다. 결혼 이전 연예계 활동의 주무대였던 SBS는 고현정에게 친정 같은 곳으로 자연스러운 컴백에 가장 적절했다.
싸이더스HQ는 드라마 외주 제작을 준비하며 그 첫 작품으로 10여 년 전 일본에서 방영된 <별의 금화> 판권을 확보해 놓았다.(<봄날>은 일본 드라마 <별의 금화>를 리메이크한 드라마임>) 이 드라마의 방영 계약을 맺은 SBS는 10월 중순 고현정에게 이 시나리오를 보냈고 고현정은 단 일주일 만에 출연 의사를 밝혔다. 그렇게 컴백 발표 막바지에 컴백작품이 바뀌게 된 것이다.
컴백에 대한 구체적인 준비가 시작되면서 예전 모습을 많이 되찾았지만 두 아이에 대한 그리움은 여전히 고현정의 주변을 떠나지 않고 있다. 최근에도 혼자 있는 시간이나 술을 마셨을 때는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얘기다. 고현정의 방 침대 머리맡에 여전히 아이들의 사진이 걸려 있을 정도다.
이제는 드라마 <봄날>이 어느 정도 시청률을 기록할가 관건이다. 그의 말처럼 정신적인 고통에서 벗어나 밝은 앞날만을 생각하고, 그의 바람처럼 꾸준한 연기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이번 드라마의 성공이 중요하다. 그만큼 고현정은 최선을 다해 10년간의 연기 갈증을 풀어낼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고현정의 이혼에 대한 수많은 호기심을 가졌던 시청자들이 그에게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낼 차례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