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남다른 땅 안목” 그 명성 믿을 수 있을까
부영의 거침없는 부동산 매입 행보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지금까지 이중근 회장은 주택사업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레저사업에서 실적은 좋지 않은 편이다. 2011년 이 회장은 만성 적자에 허덕이던 무주리조트를 인수해 다음해인 2012년과 2013년 흑자로 전환시키는 성과를 거뒀지만 2014년부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에는 129억 원의 적자를 기록해 2011년 108억 원보다 적자 규모가 더 늘었다. 골프장의 실적도 좋지 못하다. 부영의 골프장 법인인 부영CC는 지난해 82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2008년 설립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보지 못했다.
부영의 골프장 법인인 부영CC는 2008년 설립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순천 부영 골프연습장. 사진제공=부영그룹
이 회장은 삼성생명·삼성화재 사옥 매입을 시작으로 오피스 빌딩 임대사업에 처음 도전한다. 그러나 앞날을 낙관할 수는 없다. 오피스 빌딩 공실률이 증가하는 추세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 부동산통계정보에 따르면 2014년 2분기 기준 오피스 빌딩 공실률은 12.2%였으나 지난해 2분기 12.7%, 올해 2분기 13.4%로 증가했다. 특히 태평로 옛 삼성생명 본관은 삼성생명이 서초동으로 본사를 옮겨 대부분 비어 있는 상태다. 부영 관계자는 “공실률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지만 삼성생명·삼성화재 건물은 상징성이 있고 위치도 좋아 내년쯤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현재도 여러 기업과 입주 논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그러나 이 회장의 안목이 절대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부영이 아파트 건설업, 임대업 등 주택사업의 최강자로 불린 데는 정부의 도움이 있었다. 부영이 이 부문 강자로 떠오르기 시작한 건 김대중 정부 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부영은 1990년대 중반까지 건설사 토건분야 시공능력평가 순위 70~80위권에 머물다가 1990년대 후반에는 20위권으로 급상승했다. 부영이 불과 몇 년 만에 급성장한 데는 정부의 공공임대건설지원자금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1997년 부영이 받은 지원자금은 962억 원이었으나 김대중 정부 출범 첫 해인 1998년 1867억 원으로 급증했고 2001년에는 무려 5293억 원까지 치솟았다.
실제로 부영의 건설 실적을 보면 1983년 설립 때부터 1994년까지 11년간 부영은 임대용 아파트 1만 2300가구, 일반 분양용 아파트 5700가구를 건설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2002년 5년간 건설한 아파트는 임대용 6만 4500가구, 일반 분양용 7000가구로 크게 증가했다. 회사 성장과 함께 이 회장은 2000년대 초중반 한국주택협회 회장, 주택산업연구원 이사장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정부의 막대한 지원때문에 이 회장과 정권의 결탁설이 돌기도 했다. 이 회장은 전남 순천 출신으로서, 특히 이희호 여사가 명예총재로 있었던 봉사단체 ‘사랑의 친구들’의 후원회장을 역임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은 더 커졌다. 부영 관계자는 “부영이 공격적인 수주에 나서 얻어낸 결과이지 정치권 결탁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부정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 들어 국민주택기금 규모를 키우고 지원 범위도 넓혔다는 점에서 정부의 도움이 컸다는 건 부인하기 힘들다.
이 회장이 본인의 부동산 안목을 증명하려면 오피스 빌딩 임대 사업에서 좋은 실적을 내는 수밖에 없다. 동시에 레저사업에 대한 경영 능력도 보여줘야 한다. 부영 관계자는 “리조트, 골프장, 오피스 빌딩 임대 등의 사업은 새로 시작하는 사업이니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특히 최근 인수한 레저시설들은 인수 이전부터 수익이 낮았던 곳이기에 당장의 성과로 평가하는 건 너무 단편적인 시각”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