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장 구속 중에도 신입생 입학상담 ‘오 마이 갓’
30억 사기 혐의로 4년형을 선고받은 학교장이 설립한 국제기독학교 전경. 일요신문 DB
지난 10월 6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1형사부에서는 유명 국제기독학교 학교장과 전직 이사 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혐의에 대한 1심 판결이 있었다. 원고는 국제기독학교 설립 명목으로 30억 원을 학교장에 빌려준 전직 이사 김 아무개 씨(83)다. 피고는 김 씨가 신도로 있던 교회 목사이자 해당 국제기독학교를 설립한 학교장 정 아무개 씨(63)다. 지난해 9월 공소장이 접수돼 재판부에 회부된 정 씨는 1심 판결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체면을 구겼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판결문에 드러난 사건의 요지는 대략 이렇다. 피고인 정 씨는 2013년 11월경 자신이 운영하는 교회 신도인 원고 김 씨에게 “A 대학교 부속건물에 국제기독학교를 설립하려 하는데 설립자금을 빌려 주면 은행이자는 내가 지불하고 따로 매년 5%의 이자를 지급하겠다”며 “초기 투자비용은 26억 1000만 원이고, 1년 8개월 후 예상수익은 초기 투자비용을 제외한 29억 8000만 원이기 때문에 빌린 돈은 충분히 갚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씨는 자신의 토지를 담보로 대출받아 같은해 12월 정 씨 명의 계좌로 2억 원을 송금한 것을 비롯해 2014년 7월까지 총 7회에 걸쳐 합계 30억 3000만 원가량을 빌려줬다. 실제 두 사람 사이에 작성된 차용증에 따르면 학교 설립 두 달 전인 2014년 1월에는 총 23억 원을 빌려줬고, 2014년 4월 2억 원, 6월 1억 원, 7월에는 4억 3000만 원을 빌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조사에서 정 씨는 “돈을 차용할 당시에는 학교를 운영해 그 수익금으로 충분히 차용금을 상환할 수 있었으므로 편취할 생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조사 결과 정 씨에게는 재산이 거의 없는 상태로 빌린 돈을 변제할 능력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사업에 투자하더라도 사업 성공 여부가 불투명해 자신이 예상한 대로 수익이 나지 않을 경우에는 변제할 능력이 전혀 없었다. 재판부는 “정 씨가 확실한 변제 의사가 없거나 약속한 변제기일 내에 돈을 갚을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갚을 것처럼 가장했다는 점”을 이유로 원고(김 씨) 측 손을 들어줬다.
그렇다면 1심 재판부가 정 씨에 대해 변제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 배경은 무엇일까. 그 배경에는 정 씨가 김 씨에게 돈을 빌릴 목적으로 보여준 경영계획서가 있다. 실제 정 씨가 김 씨에게 보여준 경영계획서에 따르면, 2014년 1월부터 2015년 8월까지 18개월간 무려 112억 7500만 원의 수입이 발생하고 초기 투자비용 및 운영비 등 총 82억 9500만 원을 공제하고도 29억 8000만 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충분히 학교를 운영하며 빌린 돈을 변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112억 7500만 원의 수익이 나기 위해서는 2014년 1월부터 8월까지 160명, 2014년 9월부터 2015년 8월까지는 220명의 학생이 모집돼야 하는데 그 점에 대해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실제 이 학교는 2014년 9월 모집부터 이듬해 1월까지 학생 86명을 모집하는 데 그쳤다.
10월 6일 선고된 1심 판결문 사본.
아울러 재판부는 수입 중 일부를 기부금으로 받겠다고 약속했으나 학부모들로부터 기부금을 받겠다는 계획 외에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차용증에 명시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8월 31일마다 5억 원씩, 2019년 8월 31일에 3억 원을 갚겠다는 정 씨의 변제계획은 허황된 경영계획서를 기초로 작성된 것으로 재판부는 판단했다.
경영계획서에 명시된 학교시설과 재정운영에도 허점이 드러났다. 2014년 1월부터 학생을 모집해 학교를 운영하는 걸 전제로 한 당초 경영계획서상의 계획과는 달리 학교시설은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고, 교육기관 인가 또한 받지 못한 상태였다. 또 2014년 9월 이미 학교 직원에게 월급을 주지 못할 정도로 학교 재무상황이 악화돼 추가자금이 투입되지 않고서는 학교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는 상태였다. 정 씨는 2015년 4월까지 약 17억 원의 수입이 발생했음에도 김 씨에게 빌린 돈의 일부도 갚지 않았던 것으로 검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번 일로 가장 불안에 떠는 것은 무엇보다 학부모들이다. 한 학부모는 “비싼 등록금 내고 아이들을 맡겼는데 이런 일(고소 건)이 터져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나마 아이가 영어식 교육환경에 조금이나마 적응했는데 학교가 문 닫으면 또 다른 대안학교를 찾아야 할지 공교육을 시켜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큰아이가 거기서 초등교육 6개월 다니다 재판 중이란 사실을 알고 그만뒀다. 입학금만 버리고 나온 셈”이라며 “학교장도 구속돼 없는 상태에서 아직까지 아이들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말했다. 취재 결과, 실제 이 학교의 등록금은 1000만 원에서 2000만 원선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도 매주 사전 예약을 받아 입학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학교 측은 이번 1심 판결에 대해 정 씨 개인의 문제로 치부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학교장 고소건은 현재 1심 판결이 난 것이고 항소할 예정으로 안다. 정 씨는 몇 개월 전부터 학교 운영에 참여하지 않았고, 현재는 다른 분이 그 일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며 “운영상의 문제는 앞으로도 전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 씨는 징역 4년형을 선고받은 이번 1심판결에 불복, 지난 7일 항소를 제기했다.
오히려 학교 측은 피해를 본 쪽은 자신들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김 씨가 1년 전부터 정 학교장 고소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다녀서 학생 수가 많이 줄었다”며 “이에 대해 업무방해죄로 김 씨를 맞고소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
브로슈어 속 수영장·골프장·체육관 ’그림의 떡‘? 경기도 성남시 A 대학교 내에 위치한 이 학교는 설립 당시만 해도 독특한 교육방식과 화려한 시설, 탄탄한 이사진(현 자문위원회) 구성으로 몇 차례 언론에도 소개되며 많은 화제를 낳았다. 실제로 이 학교를 소개한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학교 규모만 1만 2000㎡(지상 10층)로 최신식 교육시설을 갖췄다고 명시돼 있다. 특히 이사진의 구성은 주목할 만하다. 이사장으로 박동순 초대 이스라엘 대사를 비롯해 자문위원으로 박근혜 정부 초대 총리 후보였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 강덕영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대표이사 등이 포진해 있다. 김 씨도 “명망 높은 인사들을 보고 학교를 설립하겠다는 정 씨의 말을 믿을 수 있었다”며 “설립 초기엔 학교운영이 어렵겠지만 이들과 함께 키워보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현재 운영상황은 어떨까. 최근 입학상담을 받은 한 학부모에 따르면 학교 측은 입학설명 당시 운동장, 스포츠센터, 수영장, 골프장 등은 학교 학생이면 모두 사용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학교 측은 골프나 수영 등은 정해진 커리큘럼에 따라 관련 편의시설을 이용해 학과 수업을 들을 수 있다고 했다. 이는 학교 홈페이지 홍보용 브로슈어에서도 살펴볼 수 있는 내용으로 골프장, 수영장, 체육관 등을 주요 운동시설로 소개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요신문> 취재 결과 이 학교는 이 같은 부속 시설을 이용할 권한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이 있는 건물의 소유주인 A 대학 관계자는 “그 학교가 운영 가능한 것은 건물 4층에서 10층까지다. 원칙적으로 그 학교 학생들이 대학교 내 편의시설을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에도 편의시설을 이용 가능한 것처럼 홍보를 해서 홈페이지에 관련 홍보물을 내리라고 한 적이 있다”며 “시설 이용과 관련해서 계약은 돼있지 않지만 그때그때 이용료를 지불하고 사용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대학교 내 골프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외부업체에 문의한 결과, 이번 학기 해당 시설에서는 국제기독학교의 골프 수업이 전혀 진행되고 있지 않았다. 골프시설 관계자는 “커리큘럼에 따라 국제학교 학생들이 이곳에 와 골프를 치곤 한다. 하지만 이번 학기에는 그런 계획이 전혀 없다”며 “이용하고 안 하고는 그때그때 커리큘럼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