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영사부부 갑질 논란에 아시아나항공 특혜 이어 불법개인사찰 의혹까지
김기환 뉴욕총영사의 갖가지 잡음을 두고 정치적 공방이 뜨겁다. 김 총영사의 갑질 행태와 각종 특혜 의혹을 놓고 여야가 설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 총영사가 아시아나항공 측으로부터 특혜를 받은 사실과 국정교과서 홍보 및 위안부합의 반대를 비난하는 등의 정황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정치적 중립과 국위선양의 모범이 되어야 할 공관이 갈등을 야기했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도대체 김 총영사에게 무슨 일들이 있었던 것인지 그 내막을 들여다봤다.
박근혜 대통령(우)이 지난 2015년 9월25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 존 F.케네디 국제공항에 도착, 전용기에서 내리며 환영나온 김기환 주뉴욕총영사(좌)와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 총영사는 외교통상부와 주미국대한민국대사관 경제공사를 거쳐 지난해 4월 뉴욕총영사로 부임했다. 부임 후 한인사회에서는 김 총영사 부부에 대한 갑질 의혹이 끊이질 않고 있다. 김 총영사의 부인 A 씨가 공관직원들에게 심부름을 시키는가 하면, 수차례 멱살을 잡는 등 비상식적인 행동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또한, 김 총영사가 세금을 자신의 개인경비 등으로 유용했다는 의혹과 함께 지위를 이용한 특혜를 주거나 받았다는 의혹 등도 확전되는 분위기다.
최근엔 국정감사를 앞두고 김경협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측이 김 총영사 측에 특혜를 준 정황 등이 드러나면서 김 총영사의 특혜 논란은 급기야 정치권으로까지 확전됐다.
더민주 설훈 의원 등은 지난 2일 뉴욕총영사관에서 진행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주뉴욕총영사관 국정감사에서 김 총영사의 이같은 갑질 의혹과 특혜 논란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이른바 다이아몬드카드발급 등의 특혜를 김 총영사에 제공한 사실도 따져 물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김 총영사에게 이코노미좌석을 비즈니스좌석으로 무료로 변경해 준 것은 맞다”며 사실상 특혜 제공을 인정했다. 다만 매출감소와 이미지 타격이 우려되는 만큼 김 총영사 관련 건은 넘어가길 원하는 눈치를 보였다. 김 총영사는 ‘갑질 의혹’에 대해 “많이 왜곡되고 사실과 다른 내용들이 인터넷, 블로그에 유포됐다”며 “의혹에 대해 사안별로 (외교부)본부에 설명을 했고, 본부에서 충분히 검토를 해서 결론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아시아나항공 특혜 의혹에 대해선 부친상 때문에 절차적인 사유로 그렇게 된 것이지 직접 다이아몬드카드를 사용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김 총영사가 국정교과서와 위안부 합의 등 정부 비판에 대해 공개적으로 관여한 부분도 제기됐다. 김 총영사는 ‘뉴욕타임스’와 ‘더 네이션’ 등 현지 언론이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을 담은 보도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론에 나선 바 있다. 이와 관련 김 총영사는 “언론이 왜곡 보도한 것에 대한 이의제기로 공관의 임무”라고 주장했다.
뉴욕총영사관이 ‘한일위안부 합의 반대 시위 참가자들을 관심 있게 지켜보겠다’고 한 협박성 발언도 문제가 됐다. 김 총영사는 “압박하겠다는 취지는 아니지만, 북한을 찬양하는 세력 등이 위안부합의와 세월호 참사 등을 오도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종북세력을 겨냥한 발언이었음을 시사했다.
이에 설 의원 등은 “위안부 합의나 세월호 참사 등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종북으로 모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며 “이런 식으로 겁박하는 것은 외교관으로서 기본적인 자질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총영사가 현 정부에 대한 단순한 충성심의 발로라고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총영사가 현 정부를 대변해 정부 비판에 대한 정치적 대응에 나서는 것이 현 정권에 계속해서 눈도장을 찍으려는 행동이 아니냐는 주장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도 그럴것이 윤병세 외교부장관과 황교안 국무총리가 같은 고교 동문에 황 총리의 경우 동창으로 막연한 사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유엔본부가 있는 뉴욕은 사실상 한국외교의 최전선으로 불린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 방미 당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의 만남 등에도 뉴욕총영사관이 주요 업무를 맡았다. 김 총영사가 공관을 통한 한인사회 지원에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한인사회에선 김 총영사가 ‘현 정부 최고실세’라는 말까지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
실제로 국무총리실에서 앞선 지적들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지만, 아시아나항공 특혜 논란은 아시아나항공 뉴욕지점의 영업적 판단에 의해 무료좌석승급이 제공된 것으로 김 총영사를 문제 삼기 어렵다고 결론 냈다. 자발적으로 제공했기 때문에 뇌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경현 의원은 “항공노선 확대나 사고처리 청탁가능성 등 외교부 고위공무원인 김 총영사가 항공사로부터 특혜를 받아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 총영사에 대한 더 큰 의혹은 따로 있다. 위작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는 ‘미인도’ 작가 고 천경자 화백의 개인정보를 불법 열람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김 총영사는 지난해 10월 말 천 화백 일가의 주민등록과 가족관계 등을 불법 조회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천 화백 일가에 대한 불법조회는 결국 무산됐지만 본인 동의없는 개인정보조회는 명백한 불법이다.
지난 2014년 외교부와 재외공관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 2012년 1월부터 2013년 9월까지 114개 공관에서 무려 1만8000여건의 불법열람이 자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더 큰 문제는 공관이 개인정보를 왜 열람했는지 그 이유조차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각종 의혹과 논란의 중심에 선 김 총영사의 일탈 행보에 뉴욕한인사회는 물론 여야 정치권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이유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
아시아나항공이 건넨 다이아몬드카드가 뭐 길래 김기환 뉴욕총영사가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다이아몬드 카드가 화제다. 아시아나항공이 김 총영사에게 건넨 다이아몬드카드는 스페셜 다이아몬드카드로 알려졌다. 이 카드는 전용 수속카운터이용, 수하물우선처리, 비즈니스라운지이용, 좌석승급때 50% 할인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통상 이용실적이 뛰어난 우수고객에게 주는 다이아몬드카드와 다르게 스페셜카드는 이용실적이 부족해 발급기준이 안 되는 고위공무원이나 기업임원에게 무상으로 제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시민들이나 일반 공무원들은 받을 수 없는 것으로 아시아나항공은 김 총영사에게 뉴욕지점장의 지점 차원의 판촉을 위한 마케팅활동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 총영사는 지난해 부친상으로 일시 귀국 시 아시아나항공 측으로부터 부인 좌석이 비즈니스석으로 무료업그레이드 되는 300만 원 상당의 무료좌석승급 혜택을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항공사가 고위공무원에게 이 카드 등의 혜택을 주는 것은 우호적인 사고처리 대응과 노선 관련 등 엄연한 특혜 뇌물이라고 지적한다.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