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의 ‘매’ 앞에선 여전히 ‘온실 속 화초’
▲ 강금실(왼쪽), 오세훈.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여론 지지도 50%를 넘나들고 있는 한나라당의 오세훈 전 의원은 지난 4월 25일 당내 중진인 홍준표 의원과 맹형규 전 의원을 꺾고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됐다. 시장 출마를 선언한 지 불과 16일 만의 일이다. 가히 ‘오풍’이라 할 만하다. 반면 열린우리당 강금실 예비후보(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선두를 지키다 오 후보의 등장으로 지지율이 뚝 떨어진 상태다. 강 후보는 최근의 몇몇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에 20%포인트 이상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풍’에 밀려 ‘강풍’이 미풍으로 전락한 셈이다.
과연 강 후보의 ‘추락’과 오 후보의 ‘급부상’은 단지 ‘바람’ 때문일까.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오 후보가 최근의 당내 경선 효과로 지지율이 상승세를 탄 측면이 있다며 향후 ‘조정기간’을 거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강 후보가 5월 2일 열린우리당 경선을 거치면 기류가 바뀌게 될 것으로 관측하기도 한다. 두 후보 가운데 최후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 비슷하면서도 사뭇 다른 두 사람의 경쟁력을 해부해봤다.
우선 두 후보는 개혁성과 탈정치성이라는 개인적인 이미지에서 많이 닮았다.
참여정부 초대 법무장관을 지낸 강 후보는 장관 임명 자체가 참여정부 개혁의 상징이었다. 논란은 있었지만 검찰개혁을 두고 당시 송광수 검찰총장을 상대로 배짱과 소신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효리’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인기를 누리던 강 후보는 2004년 총선에서도 여권의 강력한 러브콜을 받았지만 “정치는 나와 맞지 않다”며 정치권과 거리를 둬왔다. 강 후보의 이런 탈정치성과 개혁성은 정치인으로서는 드물게 그를 ‘스타의 반열’에 오르게 했다.
초선 의원 경력의 오 후보도 이른바 ‘오세훈법’으로 불리는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개정으로 개혁성을 인정받았다. 17대 총선에선 재선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정치를 하면서 한순간도 행복한 적이 없었다”며 ‘불출마’를 선언해 ‘탈정치’ 이미지를 남기기도 했다.
수려한 외모에 ‘성공한 전문직’의 세련된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것도 두 후보가 일치하는 점이다. 둘 모두 민변 소속이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그러나 강 후보는 민변에서 주로 인권 문제를 담당하며 언론중재위원, 부패방지위원 등으로 활동했고 오 후보는 환경문제와 방송 활동에 적극적이어서 두 후보가 함께 일한 적은 없다. 또한 민변의 소장·중진 변호사들이 강 후보를 적극 지원하고 있는 반면 아직 오 후보 측에는 민변 변호사들의 눈에 띄는 지원은 보이지 않는다.
닮은 점이 많은 듯한 두 후보지만 사실 둘 사이에는 극명할 정도로 커다란 차이가 있다. 강 후보는 대학시절 운동권 학생은 아니었지만 주변에 운동권 친구들이 많았고 스스로도 “운동권 친구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 후보는 운동권과 거리가 멀었고 정계 입문 후에는 ‘386 운동권’ 출신들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개인적인 성향도 달라 강 후보는 내성적 성격으로 언론과의 접촉을 꺼리고 대중 앞에 서기보다는 혼자 조용히 즐기는 스타일이나 오 후보는 외향적이며 방송을 통해 스타 변호사가 된 만큼 CF 광고도 찍는 등 매스컴 노출에도 적극적이다.
또한 두 후보는 강점과 취약점에서도 서로 다른 것들을 나눠가졌다.
먼저 강 후보는 오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륜과 국정경험에서 앞선다. 그는 오 후보보다 법조 4년 선배로 14년간 판사로, 6년간 로펌 대표로 활동했으며 법무부 장관으로 1년 5개월간 재직하며 국정경험도 쌓았다. 특히 강 후보는 법무부 장관 재직 시 소신 있는 리더십을 보여줬고 장관 퇴임 후에도 언론의 뜨거운 관심으로 인물에 대한 검증을 어느 정도 마친 것이 강점이다.
반면 강 후보의 최대 취약점은 소속 정당의 낮은 지지율. 역대 지방선거의 최대 변수가 정당지지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열린우리당의 정체된 지지율은 강 후보에게 뼈아프다. 지난 4월 25일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서울시민의 18%가 열린우리당을 지지한다고 밝혀 한나라당 지지율 (41%)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후보 지지도에도 그대로 영향을 끼쳐 양자 대결시 강 후보 27%, 오 후보 49%의 지지율로 나타났다. 다음은 정치컨설팅그룹 ‘MIN’ 박성민 대표의 두 후보의 지지율에 대한 분석.
“오세훈 후보가 등장하기 전 강금실 후보가 누리고 있던 지지도는 열린우리당의 정당 지지율보다 훨씬 높았다. 한마디로 비정상적이었다. 이 같은 현상은 거품으로밖에 설명할 수가 없다. 그러나 오 후보의 50%를 넘나드는 지지율은 한나라당의 정당지지율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것이어서 거품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강 후보와 오 후보의 양자 대결에서 이 같은 여론조사가 나오는 것은 각 후보의 지지율이 소속 정당지지율에 근접해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결과는 오 후보가 아닌 맹형규 전 의원이나 홍준표 의원이었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즉 선거기간에 정당지지율의 급격한 변화가 없다면 강 후보의 승리를 예측하기 힘들 것이라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지방선거의 특성상 낮은 투표율도 강 후보에겐 불리한 점이다. 올해로 네 번째를 맞는 지방선거는 해마다 투표율이 하락해 지난 2002년 지방선거 투표율은 48.9%에 머물렀다. 통상 투표율이 낮을수록 야당에 유리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게다가 강 후보의 주요 지지층인 20대와 30대의 투표 참여율은 더욱 저조한 편이다.
강 후보와는 달리 오 후보는 최근 경선 흥행 효과로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과 높은 정당지지율이 최대 강점이다. 또한 핵심 지지층인 40대의 투표율이 높다는 것도 오 후보에게는 유리하다. 게다가 대선가도에서 서울시장직을 절대 여당에 내줄 수 없는 이명박 현 서울시장 측의 전폭적인 지원도 오 후보에게는 고무적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오 후보의 ‘깨끗한 이미지’는 오 후보의 최대 취약점이기도 하다. 강 후보의 경우 언론을 통해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여왔고 이혼 등 순탄치 않았던 삶에 대해서도 공개돼 선거 과정에서 드러날지도 모르는 작은 흠결에 대해서 ‘충격 흡수’가 가능하다.
하지만 공직 경력이 짧고 상대적으로 검증도 덜 된 오 후보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강 후보는 이미지가 리더십, 도덕성, 참신성, 경륜 등 다양한 요소로 분산돼 있지만 오 후보는 깨끗한 도덕성 하나에 집중돼 있어 여기에 상처를 입으면 치명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선거전문가들은 “‘깨끗한 오세훈’이 알고 보니 이렇더라는 말이 나오고 그게 사실로 밝혀지면 오 후보의 지지도는 밑바닥부터 흔들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점을 염두에 뒀는지 열린우리당 일각에선 벌써부터 오 후보의 과거사를 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고 오 후보는 오 후보대로 후보 확정 후 강 후보를 향해 “네거티브 선거는 자제하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투표일까지 두 후보가 서로의 강점으로 어떻게 상대의 취약점을 공략할지가 관심 포인트다.
김지훈 기자 rapi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