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선 점령군이 휘젓고 밖에선 금감원이 벼르고…
흥국화재가 있는 서울 광화문 흥국생명 본사.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퇴임한 임원들의 빈 자리를 채운 사람들이 하나같이 경쟁사인 메리츠화재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2014년 말 메리츠화재의 대량 임원 감원 조치 때 동시에 물러났던 사람들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흥국화재는 올 들어 인사본부장, 기획본부장, 보상지원실장, 마케팅본부장, 영업관리본부장 등 핵심 임원 11명을 새로 영입했다. 이들은 모두 메리츠화재에서 부장이나 임원으로 일했던 사람들로, 보험사의 손과 발 그리고 머리에 해당하는 자리까지 요직을 모조리 차지했다.
이처럼 전체 임원의 절반이 넘는 인력이 물갈이되면서 특정 회사 출신이 대거 영입되자 금융권에서는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험업계는 인사업무를 맡고 있는 A 상무가 메리츠화재 출신 인력 영입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메리츠화재에서 인사업무를 맡았던 A 상무는 지난해 흥국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자신과 함께 일했던 인력들을 스카우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이들이 요직을 장악하면서 기존 흥국화재 내부 인력들과 갈등을 빚을 조짐이 보인다는 점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 출신 임원들은 ‘수적 우위’에 힘입어 타 회사 출신 등 기존 흥국화재 임원들은 물론 실무자들과 견해 차이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새 임원들이 업무 파악 과정에서 발견한 문제점들을 태광그룹 고위층에 보고하고, 실무자들에게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할 것을 주문하면서 기존 임원과 직원 모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대형 보험사 한 관계자는 “메리츠 출신 임원들이 조직의 기존 운영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을 그룹에 보고하면서 몇몇 임원이 추가로 옷을 벗는 등 내부적으로 적잖은 파문이 일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아랫사람들에게도 실무 절차를 문제 삼으며 자신들의 운영방식을 따르라고 지시해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한 상태”라고 전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삼성화재 출신 C 임원과 L 임원이 경질되고 부장급 인력이 팀원으로 강등되는 등의 조치가 있었는데, 이는 모두 이들의 ‘윗선 보고’ 이후 발생한 일이라는 전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흥국화재 내부는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임원들은 신분이 불안하고, 직원들은 업무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기존 직원들은 메리츠화재 출신들에 대해 점령군이라는 반감을 갖기 시작한 것 같다”면서 “이들의 힘이 과도하게 강해지면 다른 조직 구성원들의 충성심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영업조직과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흥국화재는 설계사나 대리점을 관리하다 퇴사한 지점장들에게 위임계약직이라는 이유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아 마찰을 빚고 있다. 이들 지점장은 재직 시 4대보험 혜택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흥국화재는 위임계약직에게는 퇴직금을 지불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지난 4월 대법원이 위임계약직인 카드사 채권추심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