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이 <일요신문>과 인터뷰를 진행 중이다.사진=임준선기자
[일요신문]
- “사회악은 타협이 아니라 척결 대상” 더민주 야성 되찾아야
- “대통령은 ‘씽크보다 액트’”, “변방주제에? 니들은 뭐 했나”
- “새롭게 갈아엎자” 공정한 경쟁사회 만드는 것이 내 死命
- “종북몰이는 오히려 기회” 전과 논란은 공익위한 몸부림
“99% 국민 여러분, 두려움과의 전쟁 나서달라” 대한민국 사회가 암울하다. 경제침체로 인한 저성장 속에서 재벌 등은 권력기관 및 정치권과 손잡고 각종 비리 의혹으로 얼룩진 내용들이 연신 언론을 타고 있다. 급기야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마저 국정감사에서 도배되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대한민국의 현 상황을 구한말 외세 침략 상황과도 같은 암울한 상태라고 규정했다. 또한, 이런 부정부패로 얼룩진 기득권의 지배구조가 친일독재 청산 부재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이런 기득권을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타협하고 양보해야 할 대상이 아닌 반드시 척결해야 할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야만 공정한 경쟁사회를 통한 올바른 민주주의가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암살당하면 어쩌지?” 자신도 두렵지만, 이를 이겨내지 못한다면 새로운 사회는, 공정한 사회는 올 수 없다고 역설했다. <일요신문>은 내년 대선 경선 참여를 선언한 이 시장을 만나 그의 정치관 및 대권 청사진을 들어봤다.
- 대선출마를 사실상 결심했는데 출마의 변을 듣고 싶다.
“일단 출마를 선언한 것은 아니고, 내년 대선 경선에 참여하기로 결정은 했다. 현재 우리 사회가 구한말 같이 대외적으로는 전쟁의 위기에 처해 있고 대내적으로 보면 국가발전과 개인의 발전, 개인의 미래가 거의 암울해진 상태인 것 같다. 대내·외적인 문제해결의 핵심은 그야말로 불안정한 구조,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불평등한 사회, 그 다음에 국민의 뜻을 반영하지 않은 비민주적 정치, 이런 것들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첫째는 해방이후 계속 되어온 비정상적인 지배구조, 즉 제가 자주 말씀 드리는 친일독재부패의 기득권 구조를 청산하고 국민들이 새로운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새로운 체제로 새 출발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정치권내에서 제시되는 비전이나 일반적인 국민의 전망 이런 것들이 그렇게 만만치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제가 비록 힘은 적고 미약하지만 내년 한국사회가 흥하느냐 망하느냐 흥망의 기로에 선 상태에서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미력으로나마 도움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제가 만들 수 있다면 대한민국을 성남시처럼 합리적이고 공정한 사회로, 안전하고 평화로운 사회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출마를 생각하게 됐다.”
- 친일파 외에도 청산해야 할 것이 많다고 보는가.
“그렇다. 그런데 친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는 여러 가지 청산해야 될 요소들이 있다. 대표적으로는 일본을 위해서 기생을 하고 반역, 매국 했던 세력들이 그대로 우리 사회의 주요 기득권 세력으로 남아 있는 것이 제일 문제다. 그들은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고, 체제를 통해서 부당하게 많은 기회와 이익을 누렸고 결국은 소득과 자원, 자산까지 지나치게 많이 취했다. 그래서 그 과정에 불법적인 부패적 요소가 많이 작용을 했는데 그게 지금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거다. 친일, 독재, 부패, 이것을 모두 청산해야 비로소 새 출발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 청산된 새로운 질서라는 것은 이제 대한민국 헌법이 정한 민주공화국의 가치에 맞게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는 즉, 자유의 가치이다.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는 체제 아래 공평한 기회가 보장되는, 이것이 평등의 가치다. 이게 말로는 되게 추상적인데 구체적으로는 어쨌든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기회 균등한 사회이자 핵심이다. 그렇게 출발을 다시 시작해야 된다.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 썩은 땅을 갈아엎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
이재명 성남시장
“부정부패나 친일이나 독재나 이런 요소들은 화해와 타협을 하는 게 아니라 척결해야 될 사회악인데, 사회악과 타협하고 용서하고 공존한다는 것은 사실 그 부패구조를 용인하고 같이 가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가 화해 용서 타협을 말할 때는 이런 부정부패, 사회악적 요소와 타협하는 것이 아니고 청산 척결해야 한다. 우리가 타협해야 되는 세력은 우리와 입장을 달리하는 선량한 국민들이다. 입장이 다를 뿐이지 선한 합리적 세력들 간의 경쟁은 타협적으로 화해하면서 용서하면서 그렇게 가야 되겠지만, 사회악은 척결하고 청산해야 되는 거다. 다만 사회악적 요소와 입장을 달리하는 정치적 요소 이런 것은 분리해서, 사회악은 척결 청산하고 입장을 달리하는 다른 정치세력과는 공존하고 타협하고 가는 것이 정치다. 지금 그것을 섞어 놓거나 소수의 이름으로 비상식과 불법을 섞어 놓고 있는 경우가 많다.”
- 예전에 반민특위 때도 그랬고, 그게 쉽지는 않았다. 지금은 척결대상을 규정하기도 모호하지 않나. 또 청산을 위해 가장 힘든 것은 뭐라고 생각하나.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청산해야 될 우리 사회의 불합리한 구조, 그 구조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을 보통 기득권집단이라고 하지 않나. 이 기득권자들은 결코 자신의 기득권을 스스로 내놓지 않는다. 그 기득권을 제한하고 공평하게 배분하려고 하면 저항이 엄청난데, 지금까지는 그 저항을 이길만한 힘이 사실은 부족했거나 그것을 반드시 이겨야겠다는 결의가 부족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용기와 결의만 있어서도 안된다. 집행할 의지와 용기가 있느냐의 문제에서 약했던 거라고 생각이 든다. 기회도 사실 많지 않았다. 해방 직후에는 미군정 아래 친일 세력들이 사실 대한민국 남한을 장악 해버린 상태라, 그들 스스로 그들의 기득권을 제한한다고 한 것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 후에는 그 후예들이 계속 우리 사회를 지배해왔다. 물론 DJ 노무현 정부 등 지금까지 10년의 민주정부가 있었지만, 첫 민주정부는 기득권자들의 퇴행적인 저항, 심하게 말하면 쿠데타 이런 등등을 걱정해야 될 상황이어서 그야말로 국민의 뜻에 맞는 과감한 청산조치를 못했던 측면이 있다고 본다. 그 후에는 또 보수정권이 집권을 했으니까, 청산해야 될 사람들이 많이 포함된 집단이 또 이 사회를 지배했으니까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는 내년에 출범하게 될 새로운 정치세력, 새로운 국가권력 집단이 과연 이걸 할 수 있겠느냐 이런 측면에서 그야말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 새로운 변화란 무엇인가. 실현 가능한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는 정치집단 간에 임무 교대 수준이 아니고 국민의 좌절과 한편의 분노 또 어쩌면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 이런 것들이 대대적으로 조직된 후에 생겨난 그 에너지에 기초해야 비로소 제대로 된 변화가 가능하다. 그 제대로 된 변화를 과연 누가 감당할 수 있겠느냐. 정치 기득권 세력 내에 이합집산을 통한 세력들이 국민을 끌어내는 방식으로 가는 것은 어찌 보면 불가능 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국민들의 거대한 좌절과 분노, 한편으로는 국민의 힘으로 국민들 다수가 희망을 가지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 수 있다’라는 희망이 생길 때 그것이 에너지로 전환이 될 것이다. 이것이 혁명적 변화라고 이야기 하는 건데 그 혁명적 변화의 에너지를 국민 속에서 저는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그것을 만들겠다. 국민을 동원하는 게 아니라 국민들과 국민들 속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조직하는, 그야말로 국민과 함께 하는 거다. 정치에 끌려 다니는 것이 아니고 국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제가 유도할 것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인터뷰 도중 시장집무실에 방문한 지지자와 기념촬영 중이다. 돌발적인 상황이었지만, <일요신문>취재진에 양해를 구하고 사진촬영을 응하는 모습이 이번만이 아닌 흔한 일이었던 모습이 흥미로웠다.사진=임준선기자
- “국민을 위한...” 링컨의 연설이 생각난다. 결국 국민 참여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인가. 정책개발도 마찬가지일 텐데.
“정책은 이미 나와 있는 것이 많다. 그래서 정책을 개발하면 새로운 세상이 오는 것이 아니고 있는 정책을 가장 국민에게 필요한 정책을 선택해 집행하는 능력과 의지가 중요하다. ‘씽크보다 액트’다. 국민들을 위한 정책을 하다보면 기득권의 저항에 맞서야 한다. 주변 압력이나 청탁, 협박, 저항 등이 심하겠지만 바른 길이라면, 저항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와 결단력이 필요하다. 그만큼 커다란 권력행사는 목숨마저 걸어야한다. 옳다고 생각하는 권한을 돌파해야 기득권의 저항을 뚫을 수 있다. 물론 기존 부당한 구조가 망하고 새로운 질서가 생겨나는 데는 피해도 클 것이다. 하지만 기득권 제압이 힘들다고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 그들의 눈치를 봐서야 되겠는가. 저항을 뚫고 재벌 압박을 받고 버틸지, 군장성 등 거대하고 막강한 군 세력을 개혁하든지 결국 용기와 의지라고 본다.”
- 1%로 규정되지만 이 거대한 세력과 맞서 싸우는 게 두렵지 않나. 실제로 최근 두려움에 대한 언급을 자주 하는 걸로 알고 있다.
“당연히 두렵다. ‘암살당하면 어쩌나’라고 걱정해 주시는 분들도 있더라. 하지만 경제 군사 법조 기득권을 깨트리려면 공평한 새로운 재편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 않나. 물론 대안도 많다. 집행할 용기와 두려움을 이기는, 극단적으로 암살도 걱정이지만 용기와 실행력을 가지고 하면 된다. 그러면 국민들도 힘을 모아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국민이 곧 대안이다. 그러기 위해 증거도 중요하다. 말을 하면 반드시 행동한다. 이행력이 전국 1등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지 않나. 결국 책임을 주면 믿음을 받게 된다. 책임과 신뢰, 수많은 정책을 의지를 갖고 얼마만큼 실천할 것인지, 그래서 ‘씽크가 아닌 액트’가 중요하다. 정책이야 우스갯소리로 ‘박근혜 정부 꺼’ 베끼면 된다. 다만 제대로 활용하면 된다. 정책개발이 주력이 아닌 집행능력과 의지를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고 밑받침할 국민적 의지 수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당내외에서 이 시장의 바람이 심상치 않다. 국민이 바라는 이 시장의 모습과 대선 경쟁에서의 장단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당연히 국민들이 기대하는 것을 해내야 한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우리사회의 비정상적인 구조 청산과 국민들이 희망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살 수 있는 공정한 기반을 만드는 것을 가장 바란다고 생각한다. 핵심은 친일독재 부정부패 기득권 구조를 청산하고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기회 공평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게 민주주의의 가치다. 물론 정치를 하는 모든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공약이행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를 이어갔는지, 그 점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제가 잘한 것 아닌가(웃음). 제가 가진 약점은 전통 정치사회에서 추구하는 스펙이 부족한 것이다. 고관대작을 거치지도, 국회의원이나 중앙당직도 해 본 적 없고, 이런 게 보통은 약점이라 한다. 또 하나, 인지도도 낮다. 하지만 대한민국 전체가 하나의 선거구가 되는 대권에서는 인지도는 순식간에 올라간다. 문제는 인지도가 올라가면 지지를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라고 본다. 대부분은 이를 위해 높은 지위와 화려한 경력 등을 말하게 된다. 전 그게 없다. 변방 시장직 6년, 시민운동가, 변호사 이력 정도다. 이게 지금은 불리하지만 저는 유리하게 작용시킬 수 있다고 본다. 누군가 이런 약점에 대해 파고 든다면, 이 질문을 던지겠다. 그 화려한 경력과 지위로 뭘 했나? 그 높은 공적 지위와 권한을 가지고 과연 사적 이익을 추구한 바는 없나? 공적 성과는 무엇을 냈나? 전 작지만 제 성과를 냈다. 그 많은 공적지위 권한으로 공적 성과 등을 이루지 못했다면, ‘빛 좋은 개살구’이거나 ‘속빈 강정’이다.
이재명 성남시장 인터뷰 모습
국민들은 이제 배고픈 사회로 가고 있다. 저성장 사회 기회가 극히 적은 저성장사회 말이다. 사회 전반으로 검소한 소비가 요구되고 있다. 또 그래야만 한다. 이에 정치도 검약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속빈 강정’이 아닌 크기는 작지만 알찬 ‘밤톨’이 되어야 한다. 배고플 때는 내실이 필요하다. 저에 대해 전과 문제나 형수쌍욕 사건 등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미 수년간 고초도 겪었다. 하지만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저는 공인이 아닐 때도 공익을 위해 전과자가 됐고 공인이 되어서는 가족의 부당한 이권청탁과 시정개입을 차단하려다 가정불화로 형수쌍욕 등을 듣게 됐다. 공적 권한을 남용하지 않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공적 삶을 살았던 앞으로도 그렇고 치열한 삶을 살고 살아갈 것이다. 소위 대권주자들에게 말하고 싶다. 고관대작을 자랑하지마라. 저를 향해 종북몰이를 하는 세력들이 많다. 저에겐 논란거리도 안 된다. 오히려 저를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에게 받은 격려와 응원이 저를 더 큰 세상으로 향하게 하고 있다. 공정한 경쟁을 누리고 희망을 가지고 대한민국을 발전시키는 세상, 국민과 함께라면, 아무리 두려운 전쟁이라도 목숨 걸고 한 번 헤쳐 나가고 싶다. 국민 여러분 역시 두려움과의 전쟁에서 저와 함께 동참했으면 한다.”
한편 이재명 시장은 여소야대 정국에서 제1야당인 더민주의 각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최근 송민순 전 외교부장관이 자신의 회고록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 당시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관련 북한의 입장을 들었다는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자칫 더민주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비춰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또 사드배치나 위안부합의, 세월호 등 여러 정책에서 즉각적인 비판과 맹공보다 포용이나 중도세력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4.13 총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적 바램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더민주가 무능한 대응이 아닌 보다 적극적인 야성으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시장은 자신의 야성을 통해 다수의 국민이 바라는 정권교체와 국민혁명의 밀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아직도 자신을 ‘찻 잔 속의 태풍’으로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소년노동자에서 시민운동가로, 이제는 중앙정부와 맞서는 변방 사또인 그의 행보가 내년 대선 정국에서 ‘태풍의 눈’으로 작용할지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